최근 수익성 위축을 겪은 LG생활건강이 이명석 전무를 신임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선임하면서 '실적 반전'을 노린다. LG화학에서 27년 동안 한우물 경력을 쌓은 인물로 CFO 부임 직전까지 경영기획담당 임원을 지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설비투자 규모 재검토 기조 설정, 자회사 소송합의금 회계처리 등 굵직한 현안마다 능동적 대처가 돋보였다. 경영기획 전문성이 축적된 만큼 LG생활건강의 구원투수로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관심이 쏠린다.
◇CAPEX 재검토, 합의금 회계처리 '능동적대처' 면모 23일 LG생활건강 인사에 따르면 신임 CFO로 이명석 LG화학 경영기획담당(전무)이 발탁됐다. 이 전무는 1971년생으로 서강대에서 경영학 학사를 받았다. LG그룹과 연을 맺은 시점은 1996년이다. 이때부터 올해까지 27년 동안 LG화학에 줄곧 몸담으면서 커리어를 쌓았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전임 CFO인 김홍기 부사장은 별도 직책을 맡지 않고 퇴임했다"며 "30여년간 그룹에서 쌓은 경험이 풍부한 만큼 앞으로 비상근 자문 역할을 수행하면서 기업 경영에 필요한 조언을 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명석 LG생활건강 신임 CFO는 2000년대 LG화학 경영기획팀과 북미 권역에 자리잡은 생산법인, 연구법인에서 근무했다. 2014년에는 자동차 전지 공급망관리(SCM)·수주관리팀을 이끈 경험도 갖췄다. 그룹 핵심 성장동력으로 설정한 '전기차 배터리' 사업 기반을 구축하는데 실무진으로 역할을 수행했다.
그룹 내부에서 '기획 전문가'라는 평가를 얻게 된 건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LG화학 경영기획담당 상무로 발탁됐고 4년여 동안 △사업계획 이행상황 점검 △해외법인 관리 △전사 경영목표 수립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차동석 LG화학 CFO를 보좌하면서 분기 컨퍼런스 콜마다 시장 투자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설명하는 역할까지 맡았다.
과거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자 자본적지출(CAPEX) 규모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등 경영환경의 급변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면모도 드러냈다.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 소송 합의금 1조원을 '영업비밀 사용 허용 대가'로 인식해 영업이익으로 처리하도록 방향을 설정하는데도 기여했다.
◇어려운 대내외 환경, '효율화' 기조 계승전망 이 CFO의 부임을 계기로 LG생활건강이 실적 반등의 기회를 잡을지 관심이 쏠린다. LG생활건강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연결기준으로 432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5822억원과 견줘보면 25.7% 줄어든 규모다.
영업이익률 역시 10.8%에서 8.3%로 2.5%포인트(p) 낮아졌다. 이익 실현 역량이 축소되면서 본업에 기반을 둔 현금창출력도 저하되는 모양새다. 2023년 1~9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6355억원으로 2022년 3분기 누적 EBITDA 7968억원 대비 25.4% 줄었다.
중화권에서 화장품 판매가 부진한 대목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올해 들어 9월 말까지 LG생활건강이 중국 시장에서 얻은 매출은 5078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발생한 5879억원과 비교해 15.8% 감소했다. 내수 가맹사업을 정리하고 미주 권역 사업을 구조조정하는 등 '경영 효율화'에 나선 대목도 영향을 끼쳤다.
어려운 대내외 환경은 올해 10월에 연결 영업실적 전망(가이던스)을 정정 공시한 대목에서도 드러난다. 당초 예상한 연간 매출은 7조3000억원이었으나 중국 경기 침체, 마케팅 분야 투자 증대, 구조조정 등의 요인을 감안해 6조9000억원으로 바꿨다. 영업이익 예측치 역시 7300억원에서 4700억원으로 35.6% 낮췄다.
당분간 뼈를 깎는 수익성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LG생활건강 경영진의 판단이다. 이 CFO 역시 효율화 기조를 계승해 보조를 맞출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