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은 국내 재벌그룹 중 지주회사를 가장 먼저 도입했고 또 가장 정석으로 활용하는 기업집단이다. 계열사 지배를 목적으로 하는 순수 지주사 형태로 운영하며 주요 계열사에 대주주로서 영향력을 행사할 만한 지분(30~50% 이상)을 갖췄다.
여기서 더 나아가 지주사 임원들이 주요 계열사 이사회에 입성, 지배력을 행사하는 통로 역할도 하고 있다. 최고경영자(CEO)인 대표이사 부회장과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그 중심에 있다. 다만 전임자인 권영수 부회장과 권봉석 현 부회장이 챙기는 회사는 조금씩 달랐다.
◇지주사 C레벨 임원들, 전자·화학 등 주력 계열사 이사회 겸직 LG그룹은 지주사 LG를 정점으로 여러 계열사가 그 산하에 편제된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LG는 배당과 상표권 수익 등을 수익원으로 삼는 순수 지주사다.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에 충실하게 운영되고 있다. 현재 LG는 LG전자, LG화학, LG유플러스, LG생활건강 등 주요 상장 자회사의 경우 지분을 30% 이상, LG CNS 등 비상장자는 50% 이상 보유 중이다. 공정거래법상 자회사 요건을 명확히 총족하며 대주주로서의 영향력을 행사한다.
지분뿐만 아니라 이사회를 통한 컨트롤타워 체제도 갖췄다. 지주사 임원들이 주요 계열사 이사회에 기타비상무이사로 들어가 있다. CEO인 권봉석 부회장은 LG전자와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의 기타비상무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그룹 매출의 핵심을 맡고 있는 세 곳을 직접 챙긴다.
CFO인 하범종 경영지원부문장(사장)도 LG생활건강과 LG디스플레이, LG경영개발원 이사회에 들어가 있다. 권 부회장, 하 사장은 C-레벨이며 사내이사인 만큼 이들이 맡고 회사의 무게감도 남다르다. 미등기이사 중에서는 홍범식 경영전략부문장(사장, CSO)이 LG유플러스와 그 자회사 LG헬로비전, IT 계열사인 LG CNS를 맡고 있다. 통신, 방송, IT서비스가 홍 사장 관할이다.
LG가 그룹 지배를 위한 지주사라는 점은 전자팀장과 화학팀장이란 보직의 존재로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이상우 전자팀장(전무)과 장승세 화학팀장(전무)이 그들이다. 이 가운데 이 전무는 LG전자 산하 부품회사인 LG이노텍의 기타비상무이사를 맡고 있다.
◇권영수 전 부회장과 권봉석 현 부회장 '관할 회사' 조금씩 달라 이 같은 구성은 LG그룹의 전통적인 그룹 이사회 거버넌스다. 다만 지주사 CEO에 따라 관할하는 계열사가 조금씩 달랐다. 권봉석 부회장의 전임자인 권영수 부회장(전 LG에너지솔루션 대표) 시절에는 CEO가 LG전자, LG화학과 함께 LG유플러스, LG디스플레이를 맡았다. 지금은 하범종 CFO와 홍범식 CSO에게 맡겨진 LG유플러스와 LG디스플레이를 CEO가 직접 관할했다.
이는 권 전 부회장의 커리어와 관련이 깊다. 그는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장(사장)을, 2008년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를, 2012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사장)을, 2016년 LG유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을 지냈다. 그가 지주사 CEO 시절 겸직했던 계열사들은 모두 한번씩 거쳐갔던 곳이었다.
그때도 사내이사였던 당시 하범종 재경팀장은 LG생활건강과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 LG에너지솔루션을 맡았다. 정연채 전자팀장(부사장)이 LG이노텍, 정현옥 경영혁신팀장(전무)이 LG CNS, 이재원 통신서비스팀장(전무)가 LG헬로비전의 기타비상무이사를 겸했다.
이처럼 모회사 임원이 자회사 및 손자회사의 이사회에 들어가는 데는 몇 가지 포석이 있다. 자회사 요건을 인정받을 지분만으로 온전한 지배력을 행사하기에 부족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가령 한미약품, 어도어 사례처럼 자회사 이사회에서 모회사의 뜻을 거스르는 결정이 이뤄질 경우 이를 막으려면 주주총회 여는 등 각종 비용과 시간, 헤드라인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반면 지주사 임원이 계열사 이사회에 들어가 있다면 모자회사 간의 소통창구, 지배력 행사 통로 및 자회사 이사회 감시 등의 역할을 하면서 이를 미연에 차단할 수 있다. LG는 그런 점에서 기타비상무이사란 직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