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의 투자 움직임이 '소강 상태'를 벗어났다. 하반기 들어 울릉샘물, 비바웨이브 등 기업에 잇달아 실탄을 투입했다.
투자를 재개하는데 든든하게 뒷받침한 기반이 '배당금수익'이다. 올해 상반기에 코카콜라음료 등 계열사에서 3057억원의 배당을 확보했다. 덕분에 반년새 LG생활건강의 가용자금은 1200억원에서 4600억원으로 4배 가까이 급증했다.
◇숨고르기 후 일보전진, 하반기 '울릉샘물·비바웨이브' 실탄투입 올해 들어 3분기까지 LG생활건강의 투자 행보를 요약하면 '숨고르기 후 일보전진'이라는 표현이 들어맞는다. 상반기까지 다른 기업 주식을 취득한 금액은 '제로(zero)'였다. 지난해 1~6월 투자액 1633억원과 대조적인 양상이었다.
자금 집행을 재개한 건 2023년 7월이었다. 생수 제조 전문 자회사 울릉샘물을 겨냥해 200억원을 출자했다. 울릉샘물은 2019년에 LG생활건강(500억원)과 울릉군(20억원)이 함께 자본금을 납입해 설립한 회사였다.
여세를 몰아 이달 25일에는 비바웨이브를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425억원을 투입해 지분 75%를 사들이는 내용이 골자다. 거래를 종결한 뒤 3년이 지난 시점부터는 나머지 주식 25%에 대해 콜옵션과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도록 설정했다. 비바웨이브가 색조 화장품 브랜드 '힌스'를 갖춘 만큼 미용사업 포트폴리오를 보강할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됐다.
LG생활건강이 하반기부터 투자에 다시 힘을 쏟는 건 가용 실탄이 대폭 늘어난 덕분이다. △현금성자산 △단기금융상품 △당기손익-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 등을 합산한 유동성이 올해 6월 말 별도기준으로 4630억원이었다. 지난해 말 1225억원과 견줘보면 반년새 4배 가깝게 불어난 규모였다.
◇거액 확보 파이프라인 '코카콜라음료' 유동성을 확충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재원이 계열사에서 거둬들인 '배당금수익'이다. 2023년 상반기에 3057억원을 인식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 58억원과 비교하면 52배 넘게 많은 금액이다.
코카콜라음료에서 거액의 배당을 받은 대목이 주효했다. 코카콜라음료는 2007년에 LG생활건강이 3521억원을 투입해 인수한 업체다. 한국코카콜라에서 원액을 사들인 뒤 상품으로 제조해 유통하는데 사업 주안점을 맞췄다.
코카콜라음료는 지난해 발생한 이익잉여금 3000억원을 배당 지급 방식으로 처분키로 결정했다. 전체 지분의 90%를 소유한 최대주주인 LG생활건강이 2700억원을 올해 수령하는 수순으로 이어졌다. 2023년 상반기에 확보한 배당금수익 3057억원 가운데 88.3%를 차지하는 금액이다.
계열사에서 받는 배당으로 현금 보유고를 확충하는 조치는 LG생활건강의 자금 조달 전략을 관통하는 핵심 방안으로 자리매김했다. 코카콜라음료는 과거에도 LG생활건강의 '실탄 확보 파이프라인' 역할을 수행했다. 2018년 900억원, 2020년 1080억원을 책정해 배당으로 지급한 사례가 방증한다.
단연 돋보인 시기가 2020년이었다. 당시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LG생활건강의 실적이 위축됐다. 그해 별도기준 영업이익이 2019년 8594억원보다 8.6% 줄어든 7856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순이익은 6184억원으로 전년 6229억원 대비 0.7% 감소하는데 그쳤다. 계열사들로부터 배당 1302억원을 인식한 덕분이었다.
배당금수익은 영업활동현금흐름(NCF) 순유입분 확대에 중요하게 기여했다. 2023년 상반기 NCF는 458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401억원과 견줘보면 3배 넘게 많아졌다. 지난해 연간 NCF 3782억원과 비교해도 21% 증가했다.
배당을 매개로 유동성을 보강하는 전략이 성공하면서 자연스레 금융기관에서 실탄을 끌어다 쓸 유인이 줄었다. 올해 1~6월에 LG생활건강은 단기차입을 252억원 실행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6월 말 2692억원이었던 총차입금은 2023년 상반기 말 723억원을 기록했는데 1년새 73.1% 감소한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