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이 재무정책을 수립할 때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회사가 '코카콜라음료'였다. 그동안 코카콜라음료는 LG생활건강의 굳건한 자금조달원으로 활약했다.
2007년 인수 이래 올해까지 16년 동안 LG생활건강이 코카콜라음료에서 확보한 유동성이 7300억원이다. '유상감자'와 '배당 수령'이라는 투트랙(two-track) 방식으로 이뤄졌다. 코카콜라음료의 안정적인 현금 창출력이 LG생활건강 실탄 조달 선택지를 늘려주는데 일조했다.
◇LG생건 차입금 감축에 요긴하게 활용 LG생활건강이 코카콜라음료를 자금 조달처로 처음 활용한 시점은 2013년 하반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LG생활건강은 한류 열풍과 맞물려 한국산 화장품이 중화권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는 대목을 주목했다. 화장품 로드숍 운영에 특화된 계열사 더페이스샵이 중국 프랜차이즈 사업자 포샨과 합작기업을 설립하며 시장 개척에 집중했다.
인수·합병(M&A) 전략 역시 활발하게 이행했다. 2012년 말 일본 화장품 업체 에버라이프 경영권을 확보하는데 3300억원을 투입했다. 여세를 몰아 2013년 10월에는 영진약품의 드링크 사업부문을 141억원에 사들였다.
잇달아 기업을 사들이는 국면에서 전체 빚이 불어나는 건 필연적이었다. 2013년 9월 말 LG생활건강의 별도기준 총차입금 잔액이 1조1263억원이었는데 1년 전 7607억원과 견줘보면 48.1% 늘어난 금액이었다. 경영진은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실탄을 끌어와 레버리지 규모를 줄일 방안을 모색했다.
적절한 자금 조달 경로로 자회사인 코카콜라음료가 부상했다. 매년 영업실적이 확대되면서 자체 현금 창출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계속 증가했기 때문이다. 2007년에 경영권을 인수할 당시 LG생활건강이 3521억원을 들였던 만큼 투자금을 회수하는 명분 역시 충분했다.
2013년 9월에 코카콜라음료가 유상감자를 단행하는 수순으로 이어졌다. 1000만주를 주당 1만6500원에 사들여 소각하는 내용이 골자였다. 지분 90%를 소유한 LG생활건강은 최대주주 지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1485억원을 확보했다. 이때 얻은 실탄은 차입금을 감축하는데 요긴하게 쓰였다. 2013년 말 전체 차입금이 9900억원으로 나타났는데 3개월 만에 1363억원 줄어든 대목이 방증했다.
유상감자 카드는 2017년에도 구사했다. 그해 1월에 코카콜라음료가 보통주 500만주를 매수해 소각하면서 LG생활건강에 현금 743억원이 유입됐다. 당시 사드 사태로 중국 사업이 위축되자 LG생활건강 경영진이 보수적 재무기조를 채택한 배경이 영향을 끼쳤다.
◇1조 이익잉여금, 두둑한 배당 기반 유상감자 외에 코카콜라음료에서 자금을 확보하는 방안으로 '배당 수령'도 존재했다. 인수 이래 올해 상반기까지 LG생활건강이 코카콜라음료로부터 받은 배당금은 5040억원이다. 구체적으로 살피면 △2017년 360억원 △2018년 900억원 △2020년 1080억원 등을 받았다.
가장 많은 배당을 얻은 시기가 올해로 2700억원을 수령했다. 단번에 대규모 실탄이 유입되면서 LG생활건강이 보유한 유동성은 지난해 말 1225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말 4630억원으로 달라졌다. 6개월 만에 여윳돈이 4배 가까이 증가하는 결실을 거뒀다.
코카콜라음료가 지급한 배당금은 LG생활건강이 M&A 전략을 다시 가동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올해 9월에 '힌스' 브랜드를 갖춘 비바웨이브 지분 75%를 425억원에 사들인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6월 1억2000만달러(1485억원)을 들여 미국 색조화장품 업체 더크렘샵 주식 65%를 매입한지 1년 3개월 만에 인수 재개의 신호탄을 쏜 셈이다.
코카콜라음료가 막대한 자금을 배당으로 돌릴 수 있었던 건 이익 창출과 맞물렸다. 2018년 896억원을 기록한 순이익은 해마다 늘었고 지난해에는 1693억원을 시현했다. 이익잉여금도 계속 불어났고 같은 기간 5020억원에서 9605억원으로 91.3%나 많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