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은 자사주를 단 한 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시야를 대표이사(CEO)로 넓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너일가와 창업자를 제외하면 강신호 CJ대한통운 대표만이 유일하게 자사주를 보유한 CEO다. 자사주를 1만주 이상, 수억원어치를 보유한 CFO와 CEO를 다른 재계그룹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점과 대비된다.
자사주 취득 여부로만 주주친화정책에 대한 의지를 판단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평가다. 그렇다 해도 그룹 최고 경영진이 모두 자사주가 없는 건, 최고 경영진이 주가 상승에 대한 확신과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만드는 요소로 지목된다. 올해 CJ그룹 상장 계열사 9곳의 주가는 한 곳도 빠짐없이 모두 하락했다.
◇자사주 보유한 CFO는 '0명'...오너일가·창업자 제외하면 CEO는 '1명' CJ그룹 상장 계열사는 지주사인 CJ㈜와 CJ제일제당, CJ CGV, CJ씨푸드, CJ대한통운, CJENM, CJ프레시웨이, 스튜디오드래곤, CJ바이오사이언스 등 9곳이다. 이 가운데 CJ바이오사이언스는 2021년 CJ제일제당이 인수한 신약개발 업체인 천랩이 이름을 바꾼 곳이다. 가장 최근에 편입된 상장 계열사다.
9개 상장 계열사에 재직 중인 CFO는 총 11명이다. 재무조직을 '운영'과 '전략'으로 이원화한 CJ㈜와 CJ제일제당은 CFO 역할을 하는 임원이 2명씩이다. 다른 7개 계열사에는 CFO 역할하는 임원이 1명씩 있다.
11명의 CFO 가운데 자사주를 들고 있는 이는 한 명도 없다. 사내이사로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 참여하는 최정필 CJ CGV 경영리더와 최석중 CJ프레시웨이 담당, 최임재 CJ바이오사이언스 총괄도 들고 있지 않다. 회사 주식 1만주 이상을 보유한 CFO들이 더러 있는 다른 재계 그룹과 눈에 띄는 차이점이다.
CEO로 대상을 넓혀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CJ제일제당 대표인 손경식 회장이 자사주 5500주를 보유하고 있지만 그는 오너일가다. 자사주 약 39만주를 들고 있는 천종식 CJ바이오사이언스 대표는 전신인 천랩의 창업자다. 그때 당시 지분 일부를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
둘을 제외하면 CEO 가운데 자사주를 들고 있는 이는 강신호 CJ대한통운 대표
(사진)뿐이다. 그는 선임된 2021년부터 매년 꾸준히 장내에서 직접 회사 주식을 매입해 현재 총 1000주를 보유하고 있다. 대표로 근무하는 2년 넘게 자사주를 매각한 적은 없다. 주주들과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상황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9개 상장 계열사, 올 주가 모두 하락...7곳 하락률 두자릿수 현재 CJ그룹의 주가가 하락한 점을 고려하면 CEO와 CFO 등 회사를 대표하는 임원들의 부족한 자사주 보유 사례는 아쉬운 점으로 지목된다.
9개 상장 계열사의 올해 주가 등락률은 모두 음수(-)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CJ CGV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CJ ENM·스튜디오드래곤, 쿠팡의 성장과 이익 전환으로 갈등이 고조되는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 등은 모두 하락률이 두 자릿수에 달할 정도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중장기적인 방법으로는 제품·서비스 경쟁력 강화와 차별화된 비전 제시 등이 꼽힌다. 단기적으로는 기업이나 최고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이 주주들을 달래고 붙잡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는 회사 성장성에 대한 신뢰와 자신감, 책임경영에 대한 의지"라고 설명했다.
CJ그룹에서 자사주를 보유하지 않은 계열사는 CJ CGV와 CJ씨푸드, CJ프레시웨이, 스튜디오드래곤, CJ바이오사이언스 등이다. 다른 계열사들은 전체 발행주식의 2~13%를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CJ대한통운은 자사주 약 286만주(약 2200억원어치)를 들고 있다. 소각하거나 임원진에 상여금으로 지급해 주주가치 제고를 도모할 수 있다.
배당 확대도 주주환원책으로 꼽힌다. 하지만 대규모 현금 유출을 감수할 수 있을 정도로 그룹 현금흐름이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다. 올해 상반기 CJ그룹(CJ㈜ 연결기준) 잉여현금흐름은 3225억원을 기록했으나 이를 차입금 갚는 데 활용했다. 같은 시기 갚은 단기차입금 규모만 1조1530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