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은 판을 뒤집을 수 있는 카드다. 치열한 협상을 거쳐 일단 보유하면 콜옵션을 이용해 인수합병(M&A)이나 조인트벤처(JV)에서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거나 풋옵션을 이용해 엑시트 통로를 마련하는 등 향후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 반면 옵션가치 변동에 따라 금융부채가 증가하면 재무건전성을 위협할 가능성도 있다. 더벨이 각 기업의 옵션 활용 전략과 이에 따른 재무적 영향을 살펴본다.
CJ제일제당이 CJ셀렉타 지배력을 확보하는 과정에서는 옵션계약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기존주주 보유 잔여지분에 대해 콜옵션을 걸어두고 약 2년 만에 행사해 지배력을 성공적으로 높였다.
CJ제일제당은 CJ셀렉타 지분 인수 때 유치한 재무적투자자(FI)와도 다양한 옵션을 나눠 갖고있다. 이 옵션은 CJ셀렉타 지분 매각이 진행될 경우 안전장치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틱 코파펀드 FI 유치…콜옵션 행사 잔여지분 직접인수
CJ셀렉타는 CJ제일제당이 인수합병(M&A) 포트폴리오 기업 중 옵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CJ제일제당은 바이오사업을 △그린바이오(식품·사료) △화이트바이오(친환경·자원) △레드바이오(제약·헬스케어)로 구분해 꾸준히 육성해왔으며 CJ셀렉타는 그린바이오 사업에서의 초기 포트폴리오 기업 중 한 곳이다.
CJ셀렉타는 브라질 농축대두단백(SPC) 생산업체다. CJ제일제당은 2017년 8월 CJ셀렉타 지분 90%를 3600억원에 사들였다. CJ제일제당은 이중 56%에 대해 브라질 완전자회사(CJ Latam Participacoes)를 인수주체로 내세웠다. 이에 따라 해당 자회사에 대한 2522억원 규모 유상증자 자금 투입이 선행됐다.
나머지 34%에 대한 인수권리는 스틱인베스트먼트와 CJ그룹이 2014년 1월 공동조성한 사모투자펀드(PEF·코파펀드) ‘스틱 씨제이 글로벌투자파트너쉽 사모투자전문회사’에 이전했다. FI와 손을 잡은 셈이다. 잔여지분 10%는 기존주주가 그대로 보유했다.
CJ제일제당은 CJ셀렉타 경영권 인수 이후 자체 발효대두박 사업을 이관시켜 사료용 어분대체 단백원료인 식물성 고단백 사업에 진출하면서 애정을 보였다. CJ셀렉타 차입에 대한 지급보증도 CJ제일제당의 몫이다. 올해 상반기말 지급보증 실행금액은 3479억원이다.
CJ제일제당은 CJ셀렉타 지분 90% 인수 당시 기존주주가 보유한 잔여지분 10%에 대해 콜옵션을 가져왔다. CJ제일제당은 최초 지분 취득 후 약 2년 만인 2019년 10월 콜옵션을 행사해 잔여지분 10%를 485억원에 직접 사들였다. 향후 지배력 확대를 염두에 두고 콜옵션을 성공적으로 활용한 사례다.
◇CJ셀렉타 매각 가능성 대두…SI-FI 옵션 안전장치 역할
CJ제일제당은 FI와도 옵션계약을 맺고 있다. FI와의 옵션계약에는 △어느 당사자의 지분 매각시 다른 당사자가 공정가치로 매입할 수 있는 권리 △FI의 드래그얼롱(Drag along) 권리 △CJ제일제당의 우선매수권 등 내용이 포함돼있다. 큰틀에서 보면 CJ셀렉타에 대한 전략적투자자(SI·CJ제일제당)의 지배력 유지와 FI의 엑시트 용이성을 동시에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
CJ셀렉타는 CJ제일제당 계열 편입 이후 무난한 실적을 달성해왔다. 당기순이익이 2020년 331억원, 2021년 867억원, 지난해 1264억원에 이르면서 지난해 지분율 10%를 보유한 CJ제일제당에 101억원의 배당을 지급하기도 했다. 다만 올해 상반기말 CJ셀렉타 부채총계는 5245억원, 자본총계는 2718억원으로 재무건전성이 우수한 편은 아니다.
최근 CJ제일제당의 CJ셀렉타 매각 가능성이 불거졌다. FI 역할의 PEF 만기가 올해 말로 도래하면서 주요 포트폴리오 중 하나인 CJ셀렉타 지분을 어떤 방식으로든 현금화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 측은 지난해 7월 CJ셀렉타 매각설에 대해 부인공시를 냈으며 현재도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으며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CJ셀렉타 매각 가능성을 여전히 높게 보고 있다. 다만 올해 상반기말 별도 기준 CJ제일제당의 현금성자산이 4898억원으로 FI 보유지분 매입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CJ셀렉타 SI가 CJ제일제당이고 FI인 PEF도 CJ그룹이 운용에 관여하고 있기 때문에 CJ셀렉타 매각작업이 진행되더라도 SI와 FI가 엇박자를 낼 가능성은 낮다. 이 때문에 SI와 FI가 보유한 옵션은 실제로 행사되기보다는 존재 자체로 안전장치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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