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은 재벌그룹에 못지않은 덩치와 경제 및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곳이지만 반대로 방만경영, 빚쟁이 시한폭탄이라는 부정적 인식도 같이 갖고 있다. 효율성보다 공공성이 더 강한 조직인 탓에 민간기업과 같은 궤도에서 보기 어렵다. 그러나 이들의 재무상황은 시장 안정성과도 직결되는 만큼 면밀히 살펴볼 필요도 있다. 규모 면에서 독보적인 대형 공기업들 위주로 재무상태를 점검해 봤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최근 실적 부진 요인 중 하나였던 '팬데믹' 후유증에서 점점 벗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연결 매출을 회복하면서 영업손익 흑자전환에 청신호를 밝혔다.
코레일은 작년 연결 기준 매출로 6조2039억원을 기록했다. 코레일은 2019년 매출 6조4014억원을 기록했다가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과 2021년 매출이 급감했던 바 있다.
코레일은 2020년 매출로 전년 대비 22.5% 감소한 4조9586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에도 5조7647억원으로 2020년 대비 적은 매출을 기록했다.
매출 급감은 곧바로 수익성에 타격을 줬다. 2019년 영업손실 1083억원을 기록했던 코레일은 2020년 1조2114억원, 2021년 888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작년 6조원대 초반으로 매출을 회복하면서 영업손실 폭도 급격히 줄였다. 작년 코레일은 연결 영업손실로 3970억원을 기록했다.
코레일은 2014~2016년 외 매년 영업손익 적자를 기록해왔다. 철도공사법에 의거해 2005년 출범한 이후 작년까지 기록한 누적 영업손실액이 6조9591억원이다. 다만 사기업이 아닌 국토 유지와 인구 이동, 지역간 균형발전 등 공공 네트워크를 다루는 공기업인 만큼 사기업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많다.
적자 요인은 크게 요금 동결과 과도한 선로사용료 등이 꼽힌다. 코레일이 운영하는 KTX 요금은 2011년 4월 4.9% 인상을 마지막으로 현재까지 동결 중이다. 1호선 등 광역철도는 2015년 이후 동결됐다가 이달 7일부터 1250원(일반 기준)에서 1400원으로 150원 올랐다.
과도한 선로사용료 논란 등도 코레일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돼왔다. 코레일은 매년 철도공단에 선로사용료를 지급한다. 예를 들어 KTX의 경우 선로사용료로 구간 매출액의 34%를 철도공단에 지급해 왔다. SRT의 경우 50%를 지급했다. 일반철도의 경우 정액제로 매년 4035억원을 지급해 왔다.
매출액체계 사용료는 구간에서 발생하는 매출 전체의 34%를 일괄적으로 내는 방식으로 코레일이 불만을 제기해왔던 사안이다. 재무제표 상 선로사용료는 매출원가의 '임차료' 계정에 반영된다.
작년 코레일은 매출원가상 임차료로 1조842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에도 8737억원을 기록했다. 급여에 이어 매출원가에서 가장 많이 차지하는 부분이었다. 다만 이 역시 최근까지 개편안을 논의한 끝에 코레일과 철도공사 모두가 수용 가능한 제도로 개선될 여지가 생겼다.
17일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이 국가철도공단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철도시설의 체계적 관리를 위한 개선방안 연구' 용역 보고서 등에 따르면 철도공단과 코레일 등은 매출액체계 사용료와 단위사용료를 혼합 적용하는 안에 대해 '수용 가능' 입장을 밝혔다.
이는 현 운행 중인 고속철도의 경우 현 매출액 체계 사용료를 지급하고 2024년부터 신규로 도입하거나 교체하는 열차는 단위사용료(1km당 1만8000원)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단위사용료 방식이 채택될 경우 매년 철도공단에 지급하는 선로이용료가 현재보다 절감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달 초 시행된 광역철도 요금 인상도 숨통을 틔워줄 요소다. 2011년 이후 동결된 KTX의 요금 인상 가능성도 업계의 관심사다. KTX와 광역철도 등의 요금 인상에 대한 결정권은 코레일이 아닌 국토교통부에 있다.
코레일은 올해 영업이익 흑자 전환 이후 지속적으로 영업이익을 늘려간다는 전망이다. 코레일이 작년 발표한 '2022년~2026년 한국철도공사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코레일은 올해 영업이익 384억원으로 흑자전환하고 내년 2024년 1136억원, 2025년 2166억원 등 영업이익 규모를 키워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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