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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공기업 재무점검

석유공사, 비핵심자산 효율화...'4조 하베스트' 매각될까

②부채 20조 '재무위험기관' 지정, 사옥·해상광구 매각 등 단행

박규석 기자  2023-10-16 15:48:11

편집자주

공기업은 재벌그룹에 못지않은 덩치와 경제 및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곳이지만 반대로 방만경영, 빚쟁이 시한폭탄이라는 부정적 인식도 같이 갖고 있다. 효율성보다 공공성이 더 강한 조직인 탓에 민간기업과 같은 궤도에서 보기 어렵다. 그러나 이들의 재무상황은 시장 안정성과도 직결되는 만큼 면밀히 살펴볼 필요도 있다. 규모 면에서 독보적인 대형 공기업들 위주로 재무상태를 점검해 봤다.
한국석유공사는 중장기적인 재무관리가 필요한 '재무위험기관' 중 한 곳이다. 20조원에 육박하는 부채의 영향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이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자구책 등을 시행 중이다. 이중 비핵심자산 매각은 석유공사가 재무건전성 제고를 위해 꺼내든 주요 방안으로 꼽힌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23~2027년 공공기관 중장기재무관리계획'을 작성해야 하는 대상 기관은 총 35곳이다. 석유공사와 같은 경우 공기업으로 분류되는 기관은 총 21곳이었다. 이중 자본잠식을 겪고 있는 기관은 석유공사와 한국광해광업공단, 대한석탄공사 등 3곳이었다. 나머지 준정부기관으로 분류되는 기관은 14곳이었으며 자본잠식이 발생한 기관은 없었다.

◇20조 빛 줄이기 안간힘

석유공사의 부채는 대부분 개발사업 내 과도한 투자와 수익성 부진 등이 장기간 누적된 영향이다. 개발사업의 경우 연간 매출의 90%를 차지하는 가운데 석유 자원 탐사 등을 위한 기업 인수 등의 비중 역시 크다. 다만 자주개발원유 확보와 같은 공공적 특성의 영향으로 대규모 투자 대비 이익창출력이 높지 않다. 잦은 자산손상은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도 꼽힌다.

실제 석유공사는 2016년 이후 연간 2조~3조원 수준의 매출 규모를 유지하는 가운데 개발사업 부문의 자산손상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개발사업의 수익성과 밀접한 저유가 상황이 장기화됐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부채에 대한 부담은 존재했지만 2015년과 2016년, 2020년 등 저유가 여파로 영업손실을 기록하기도 한 만큼 석유공사 입장에서는 부채의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석유공사의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2018년 말에 2287%를 기록했다. 전년 부채비율이 700%라는 점을 고려하면 크게 증가한 수치다. 2019년 말에는 3021%까지 치솟았고 이듬해부터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가 됐다.

이러한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석유공사는 자산 합리화를 추진 중이다. 비핵심자산 등을 매각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개선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옥과 해상광구 사업 매각 등 크고 작은 자산 매각이 추진됐다.

사옥의 경우 지난 2014년 안양 평촌신도시 내 옛 사옥을 702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성사시켰다. 공공기관의 지방이전계획에 따라 남게 된 구사옥을 매각하는 결정이었다. 석유공사의 경우 2013년부터 부지와 활용 가능성에 대한 논의 등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17년에는 신사옥 매각과 임차계약 거래도 체결했다. 2017년 1월 코람코자산신탁과 맺은 사옥 매각&임차(Sale & Leaseback) 계약으로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은 1980억원 규모였다. 세부적으로는 매각대금 2200억원 중 임차보증금 220억원 등을 제외한 금액으로 당시 석유공사는 매각이 마무리되면 부채비율의 약 13.8%p(포인트)가 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생산광구의 유동화 등도 석유공사의 비핵심자산 효율화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지난 2016년 11월 석유공사는 JB 투자편드 등과 투자계약을 체결해 미국 이글포드 세일가스 생산광구를 일정기간 유동화했다. 이를 통해 석유공사는 총 4526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JB-하나 컨소시엄(JB자산운용/하나금융투자)이 주관한 가운데 대표금융주관사 하나금융투자(현 하나증권)를 포함한 하나금융그룹에서 2000억원을 투자했다.

지분 매각을 위해서는 멕시코만 석유개발사업(ANKOR)과 카자흐스탄 광구개발사업(ADA) 등의 지분 790억원을 매각하기도 했다. 현재는 Dana Petroleum Limited의 네덜란드 법인 매각과 캐나다 석유회사 하베스트(Harvest Operations Corp) 매각 등이 추진 중이다.


◇해외자원 부실 인수 '하베스트'

석유공사가 자산을 효율화하는 배경에는 과거에 인수된 해외부실자원의 정리의 목적도 녹아있다. 해외자원개발의 경우 탐사부터 생산까지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인수 이후의 수익성을 단기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이에 석유공사는 수년 전부터 이익창출력 측면에서 유의미하지 않는 개발사업에 대한 정리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산 효율화 작업 중 주목을 받는 기업은 캐나다 석유회사 하베스트 매각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석유공사가 100%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며 2009년 정부의 '자원 외교'의 일환으로 인수했다. 투자 금액은 40억8000만달러(당시 기준 4조원)였다.

하지만 하베스트는 인수 이후 투자 규모 대비 실효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1년 국정감사에서는 하베스트 인수로 5조원의 피해가 발생하는 등 해외자원의 부실 인수와 헐값 매각 사태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책임 있는 운영이 필요하다고 지적받기도 했다.

하베스트를 부실 인수로 바라보는 이유 중 하나는 사업 구조의 특성상 손익분기점을 넘기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하베스트는 오일샌드를 생산하는 '블랙골드' 광구를 보유하고 있다. 오일샌드는 모래와 점토 등이 포함된 유전이다. 전통적인 원유 생산 방식과 달리 초기 인프라 구축 비용이 많이 들고 고정 비용도 높다. 유가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러한 하베스트는 현재 매각을 추진 중이다. 지분 정리 등 구체적인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2022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등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21년 산업통상자원부 '해외자원개발 혁신 태스크포스(TF)'가 공기업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도록 지시하면서 관련 자산을 처분하도록 권고한 것에 따른 후속작업으로 풀이된다.

다만 석유공사는 하베스트 매각 작업에 난항을 격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의 작업이 논의 된 지 1년이 넘었지만 현재까지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베스트의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이 석유공사에 부담인 동시에 매각 과정에서도 걸림돌이 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하베스트 잦은 순손실로 석유공사는 배당금을 받기 어려운 가운데 오랜 기간 누적된 부채로 재무건전성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하베스트 자산총액의 경우 최근 5년의 이력을 되돌아보면 2019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019년 말에는 2조6000억원 규모였지만 2022년 말에는 1조9000억원까지 줄었다. 부채의 경우 2018년 말 2조9000억원에서 2022년 3조1000억원까지 증가하기도 했다. 이익창출 측면에서는 2019년과 2022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순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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