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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공기업 재무점검

'결손금 12조' 석유공사, 꼬리표는 자본잠식

①주요 수익원 '석유개발사업' 이익창출력 부족, 10년 지속된 순손실 부담

박규석 기자  2023-10-13 15:52:43

편집자주

공기업은 재벌그룹에 못지않은 덩치와 경제 및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곳이지만 반대로 방만경영, 빚쟁이 시한폭탄이라는 부정적 인식도 같이 갖고 있다. 효율성보다 공공성이 더 강한 조직인 탓에 민간기업과 같은 궤도에서 보기 어렵다. 그러나 이들의 재무상황은 시장 안정성과도 직결되는 만큼 면밀히 살펴볼 필요도 있다. 규모 면에서 독보적인 대형 공기업들 위주로 재무상태를 점검해 봤다.
한국석유공사의 오랜 꼬리표 중 하나는 자본잠식이다. 주요 수익원인 석유개발사업의 특성상 유가 등락에 따른 실적 변동성 등의 영향이다. 이익창출력의 한계로 발생한 적자는 결국 결국 자본잠식으로 이어지게 됐다.

자본잠식의 장기화는 지난 2014년이 출발점이다. 당시 석유공사의 연결 기준 납입자본금과 자본총계는 각각 10조919억원과 8조3697억원 규모로 부분 자본잠식이 상태였다. 2020년 말부터는 완전 자본잠식에 이르게 됐다. 작년의 경우 순이익이 흑자로 돌아서기는 했지만 오랜 적자에 따른 누적 결손금이 12조원 규모에 달해 완전 자본잠식을 벗어날 수 없었다.

◇수익원 '석유개발사업' 편중...유가 변동에 취약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시장형 공기업 석유공사는 1979년 3월 '한국석유공사법'에 의거해 출범했다. 설립 자금은 전액 정부 출자(지분 100%)를 통해 투입됐으며 석유자원의 개발·비축, 석유 유통구조 개선 사업을 통해 국내 석유 수급 안정을 도모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2022년 말 기준 법정자본금은 13조원이며 납입자본금은 10조6998억원 규모다.


국영 석유회사를 통해 확보되는 자주개발원유는 소유권을 보유하고 있어 평상시에는 트레이딩을 통한 개발이익 시현이 가능하다. 또한 에너지 위기 등이 발생하면 생산물의 국내 반입이 가능해 공공재적인 성격도 가지고 있는 게 특징이다.

이러한 석유공사는 2016년 이후 연간 2조~3조원 수준의 매출 규모를 유지하고 있으며 크게 개발사업과 석유사업, 비축사업 등으로 구분된다. 세부적으로는 석유자원 탐사, 개발, 원유가스 판매 등이 개발사업에 속한다. 알뜰주유소와 석유상품 판매는 석유사업으로 분류되며 원유와 석유제품 수출입, 비축대여·판매 등은 비축사업에 해당한다.

이중 석유공사의 수익성을 책임지고 있는 사업은 사실상 개발사업 하나다. 2022년 연결기준 매출은 3조6403억원으로 이중 개발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90.4%(3조2894억원)에 달한다. 나머지 석유사업과 비축사업·기타는 각각 1.5%와 8.1% 수준이다.


이처럼 석유개발사업은 석유공사의 실적을 좌우하는 사업이지만 수익창출 측면에서는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석유개발사업의 특성상 수익성 등이 유가 등락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대규모 투자부담과 성과의 불확실성, 자산가치 변동 위험 등도 실적 가변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꼽힌다.

실제 석유공사는 지난 2015년과 2016년, 2020년 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을 당시 영업손실을 내기도 했다. 회사가 2015년과 2016년에 기록한 영업손실은 연결 기준으로 각각 4451억원과 2408억원 규모였다. 2020년의 경우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국제유가 급락과 개발 생산계획 차질의 여파로 541억원의 영업적자가 발생했다. 유가 하락 등에 연계된 대규모 손상차손이 반영됨에 따라 당기순손실은 약 2조4000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순손실 여파로 누적된 결손금

석유공사는 작년 말 연결기준으로 12조3000억원 규모의 결손금을 쌓아두고 있다. 지난 2011년 152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이후 2021년까지 10년 동안 적자가 계속된 영향이 크다. 장기적인 순손실이 이익잉여금을 모두 소진시켰고 누적된 결손금은 회사의 자본잠식으로 이어졌다.

특히 2020년에 발생한 대규모 순손실은 석유공사가 완전 자본잠식에 빠지는 계기가 됐다. 당시 석유공사는 유가 급락 등의 여파로 영업손실(연결기준)을 기록했고 순손실 규모는 2조4000억원에 달했다.

순손실의 여파로 석유공사의 결손금은 2019년 말 연결기준 9조3000억원에서 단숨에 12조2000억원까지 불어나게 됐다. 결과적으로 석유공사는 2020년 말 기준으로 자본총계가 마이너스(-)1조1409억원이 되면서 완전 자본잠식 상태가 됐다. 같은 기간 석유공사의 납입자본금은 10조5544억원이었다.


이처럼 오랜 기간 누적된 결손금과 자본잠식은 단기간에 해소기는 어려울 것으로 풀이된다. 결손금 규모도 부담이지만 석유공사의 자체적인 이익창출 여력도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공적 자금의 투입 등 외부지원을 고려하더라도 석유공사의 자구책 마련과 이행이 선행되어야 하는 만큼 결손금 해소 등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석유공사의 자체 이익창출력 등 자구책만으로는 결손금 해소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 수 없다는 대목은 지난해 실적을 통해 일정 수준 엿볼 수 있다.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연결기준 순이익에서 313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결손금을 줄이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흑자에 힘입어 당기순이익 등이 포함된 포괄손익 계정에서는 1732억원 규모의 자본 유입이 발생했지만 '자본에 직접 반영된 소유주와의 거래'에서 발생한 결손금의 영향으로 전체 결손금은 늘어나게 됐다.

다만 기타자본에 속하는 파생상품평가손익(367억)과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상품관련손익, 306억원) 등의 효과로 기타포괄손익 규모를 2021년 말 -5062억원에서 -3065억으로 줄였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이에 기타자본 이러한 변화는 석유공사의 자본총계가 2021년 말 -1조5523억원에서 작년 말 -1조4960원으로 소폭 회복되는 효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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