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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공기업 재무점검

부산항만공사의 아픈 손가락 '비엔씨티'

③'200억 출자' 신항 컨테이너부두 운영사, 보유주식 장부가 '제로'

박동우 기자  2023-10-13 15:19:13

편집자주

공기업은 재벌그룹에 못지않은 덩치와 경제 및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곳이지만 반대로 방만경영, 빚쟁이 시한폭탄이라는 부정적 인식도 같이 갖고 있다. 효율성보다 공공성이 더 강한 조직인 탓에 민간기업과 같은 궤도에서 보기 어렵다. 그러나 이들의 재무상황은 시장 안정성과도 직결되는 만큼 면밀히 살펴볼 필요도 있다. 규모 면에서 독보적인 대형 공기업들 위주로 재무상태를 점검해 봤다.
부산항만공사의 '아픈 손가락'으로 남아있는 업체는 비엔씨티다. 부산 신항 컨테이너 부두를 운영하는 회사로 부산항만공사는 200억원을 출자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순손실로 결손금이 쌓여 자본잠식이 발생했고 보유주식 장부가는 '제로(0)'로 전락했다.

비엔씨티는 자본 확충 대신 자체 순이익을 실현해 결손금을 점진적으로 해소하는 전략에 무게를 뒀다. 누적된 결손금을 털어내는 관건으로 이자비용과 매출원가를 절감하는 과제가 떠오르는 모양새다.

◇9% 지분 보유, 순손실·자본잠식 지속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부산항만공사가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 9곳이다. 해운 부두를 운영하는데 특화된 회사들이 돋보인다. 부산 신항 2-1단계 부두 운영사 한진부산컨테이너터미널(490억원 출자), 신선대와 감만 부두를 관리하는 부산항터미널(71억원), 신항 서쪽 컨테이너 부두를 개발한 동원글로벌터미널부산(60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비엔씨티는 부산 신항 2-3단계 컨테이너 부두를 운영하는데 초점을 맞춘 회사다. 2006년에 건설 사업권을 따낸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출자하면서 설립됐다. 공사부터 자금 조달, 완공 이후 사후관리 등을 책임지는 역할을 부여했다.

부산항만공사가 비엔씨티를 겨냥해 출자한 시점은 2008년 1월이다. 당시 199억원을 집행해 지분율 9%(160만9128주)를 확보했다. 2007년 12월에 컨테이너 선적 터미널 공사를 시작한 만큼 필요한 실탄을 지원하는 취지가 반영됐다. 비엔씨티는 중앙정부의 재정 투입 없이 민간자본 5108억원을 들여 2011년 터미널을 완공했다.

하지만 컨테이너 부두 공사를 진행하는 동안 수익원이 없었던 대목은 비엔씨티 보유 지분 가치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2012년 부산항만공사가 인식한 비엔씨티 출자금 장부가액은 기존 199억원에서 95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해마다 순손실이 이어지면서 결손금이 2008년 말 16억원에서 2012년 말 1148억원까지 불어났기 때문이다.

2012년 컨테이너 터미널 개장을 계기로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했지만 순이익을 실현하지 못했다. 지난해에도 59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설상가상으로 비엔씨티는 2014년 이래 자본잠식 상태에 놓였다. 지난해 말에도 결손금이 7658억원으로 집계되면서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5454억원으로 나타났다. 부산항만공사는 보유한 비엔씨티 주식 장부가액을 '제로(0)'로 처리했다.


◇결손금 해소 관건 '이자비용'과 '매출원가'

비엔씨티 경영진은 자본잠식 문제를 겨냥한 대응책을 수립했다. 자체 순이익을 실현해 결손금을 해소하는 기조를 채택했다. 올해 3월 공시한 감사보고서에 "자본잠식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대형선사 유치 등을 통해 향후 부산항 환적물량 증가 추세에 대비하고 원가 절감으로 영업손익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기술한 대목이 방증한다.


순손실을 탈피하려면 이자비용을 줄이는 숙제가 중요하다. 지난해 비엔씨티의 영업외비용은 1028억원으로 영업이익(423억원)과 영업외수익(10억원)을 더한 금액보다 많았다. 영업외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한 항목이 이자비용으로 1011억원을 기록했다.

이자비용이 상당한 건 차입 규모와 맞물렸다. 작년 말 비엔씨티가 보유한 총차입금은 7709억원으로 2013년 이래 10년째 7000억원을 웃돌고 있다. 차입금 의존도는 2018년 말 97.7%로 나타난 이래 △2020년 말 107.6% △2022년 말 111.2%로 꾸준히 상승했다.


매출원가 역시 중점 모니터링 사항으로 떠올랐다. 화물을 선박에 싣고 내릴 때 드는 하역노무비, 협력사들에 지급하는 수수료 등이 대표적이다. 비엔씨티의 매출원가율은 2012년 317.9%를 기록한 이래 꾸준히 하락했고 지난해 71.8%까지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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