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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공기업 재무점검

해외사업 박차 수자원공사, 투자손실 골머리

②해외사업수익 39억 미미…필리핀·조지아 합산 투자금 3277억 상각

이민호 기자  2023-10-13 16:06:05

편집자주

공기업은 재벌그룹에 못지않은 덩치와 경제 및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곳이지만 반대로 방만경영, 빚쟁이 시한폭탄이라는 부정적 인식도 같이 갖고 있다. 효율성보다 공공성이 더 강한 조직인 탓에 민간기업과 같은 궤도에서 보기 어렵다. 그러나 이들의 재무상황은 시장 안정성과도 직결되는 만큼 면밀히 살펴볼 필요도 있다. 규모 면에서 독보적인 대형 공기업들 위주로 재무상태를 점검해 봤다.
한국수자원공사는 합산 3조원 가까운 규모의 해외투자사업을 수행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는 못하고 있다. 필리핀, 조지아, 솔로몬 등 다양한 지역으로 확장하고 있지만 지난해 해외사업수익은 39억원에 불과했다.

특히 일부 사업에서 막대한 손실이 발목을 잡고 있다. 필리핀 사업에서 1008억원, 조지아 사업에서 2269억원을 상각하기에 이르렀다.

◇3조 규모 투자사업 수행…상수도·수력발전 등 다양

한국수자원공사의 해외사업 영역은 수력발전과 상수도 등 대규모 투자사업에서부터 공적개발원조(ODA)를 포함한 수자원과 수도 분야 기술용역까지 다양하다. 1994년부터 지난해말까지 완료한 해외사업은 누적 30개국에서 70건이 넘는다.

지난해말 기준 한국수자원공사는 합계 2조9400억원 규모 6건의 투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부분 투자사업은 한국수자원공사가 출자해 각 해외지역에 사업을 담당할 특수목적법인(SPC)을 자회사로 설립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의 첫 번째 해외 투자사업은 파키스탄 파트린드(Patrind) 수력발전사업이다. 파키스탄 무자파라바드(Muzaffarabad) 지역에 댐, 수로터널, 발전소를 건설하는 민자 프로젝트로 약 5년의 건설기간을 거쳐 2017년 11월 상업발전을 시작했다. 2010년에는 1967년 완공된 필리핀 앙갓(Angat)댐의 새로운 운영자로 선정돼 2014년 11월부터 상업발전을 시작했다.

이어 2015년 조지아 넨스크라(Nenskra)강 수력발전사업권을 따냈다. 넨스크라강 유역에 댐과 발전소를 건설하고 발전소 준공 이후 46년간 전력을 공급하고 요금을 수령하는 계약이다. 계약기간 종료 후에는 발전소 소유권을 조지아 정부에 이전한다.

이밖에도 △필리핀 불라칸(Bulacan) 상수도사업(2016년) △솔로몬 티나(Tina)강 수력발전사업(2018년) △인도네시아 카리안(Karian) 수도사업(2021년) 등 해외 투자사업을 수행 중이다.

◇수익기여 미미…필리핀·조지아 해외사업 투자금 전액상각


하지만 해외사업의 수익 기여도가 두드러지는 편은 아니다. 한국수자원공사의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수익은 4조7593억원으로 주력인 수도사업(1조2126억원), 분양사업(1조1517억원), 발전사업(4019억원) 등에서 수익기여도가 높았다. 반면 해외사업수익은 39억원으로 미미했다. 2020년 78억원, 2021년 71억원 등 최근 5년 평균 72억원에 불과했다.

특히 일부 사업에서는 투자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필리핀 앙갓댐 수력발전사업을 수행하는 SPC(Angat Hydropower) 지분 40%를 1008억원에 취득했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지분가치(장부가액 기준)를 꾸준히 상각하더니 지난해 503억원 손상처리로 지난해말에 이르러 지분가치가 ‘제로(0원)’가 됐다. 투자금에 대한 회수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고 판단한 결과다. 2020년 189억원, 2021년 52억원, 지난해 155억원 등 꾸준히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탓이다.

한국수자원공사가 해당 SPC에 제공하고 있는 대여금도 지난해에만 52억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하면서 지난해말에 이르러 140억원으로 줄었다. 앙갓댐 상업발전 개시 이후 가뭄으로 발전이 지체된 데다 전력판매단가가 하락하면서 손실이 누적됐다.


조지아 넨스크라 수력발전사업을 수행하는 SPC(JSC Nenskra Hydro)의 경우 지난해 2269억원(지분율 92.67%)에 이르던 지분가치를 일시에 상각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2020년 83억원, 2021년 73억원, 지난해 78억원 등 추가 출자를 이어왔지만 매출액이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서 2020년 71억원, 2021년 139억원, 지난해 2195억원의 막대한 당기순손실이 발생하면서 지분가치 손상처리가 불가피했다.

이 사업은 지역주민과의 보상문제에 따른 마찰과 EPC(설계·조달·건설) 계약 해지 등 문제가 불거지며 지난해말 기준 공사현장 진입도로 등 사전공사를 재개하지 못했다. 사전공사 공정률이 34%에 불과할 뿐 아니라 댐, 발전소, 발전터널 등 본공사를 착공하지 못하고 있다. 해당 SPC는 조지아 정부와 실시협약 개정을 협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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