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인사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하는 임원들을 대거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의 경영전략팀장을 전중선 사장에서 정기섭 사장으로, 최대 자회사인 포스코의 경영기획본부장을 윤덕일 부사장에서 이주태 부사장으로, 그룹에서 전략적으로 키우고 있는 포스코케미칼의 기획지원본부장을 김주현 임원에서 윤덕일 부사장으로 바꿨다.
2010년 포스코그룹에 편입된 이후 어엿한 그룹 내 2위 계열사로 발돋움한 포스코인터내셔널의 경영기획본부장인 노민용 부사장도 다른 계열사 대표이사에 선임하며 변화를 줬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노 부사장은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 대표로 이동했다"며 "현재 경영기획본부장 자리는 공석"이라고 전했다.
업계의 관심사 중 하나는 차기 경영기획본부장으로 노 부사장처럼 최정우 회장의 '복심'으로 부를 만한 임원이 선임될 것인가다.
이번에 핵심 계열사 CFO 자리에 새롭게 앉은 임원들은 대부분 최 회장과 직접 근무한 인연이 있는 인물들이기도 하다. 포스코홀딩스 신임 CFO인 정기섭 사장은 포스코인터내셔널 기획재무부문과 포스코홀딩스 가치경영센터에서, 포스코케미칼 신임 CFO인 윤덕일 부사장은 포스코홀딩스 가치경영센터에서 최 회장과 일했다.
2019년 최초 선임돼 2022년까지 만 4년을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살림을 책임진 노 부사장도 최 회장과 함께 근무한 경험이 있는 인물로, 최 회장의 큰 지지를 받은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최 회장은 2016년 포스코홀딩스에서 가치경영센터장으로 재직할 때 노 부사장과 함께 근무했다. 가치경영센터장은 CFO 역할을 하는 자리다. 당시 노 부사장은 가치경영센터 산하 재무실 실장으로 조달을 포함한 자금 관리 업무를 맡았다. 최 회장은 이때 노 부사장의 리더십과 친화력 등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둘은 함께 근무했다는 인연이 있을 뿐 아니라 동일한 직책의 선후배 관계이기도 하다. 최 회장도 포스코홀딩스에서 재무실장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고, 노 부사장처럼 길지는 않지만 2014년부터 2015년까지 1년여간 포스코인터내셔널 기획재무본부장으로 CFO 역할을 했다.
노 부사장 이전 CFO 역할을 한 민창기 전 부사장과 전국환 전 부사장은 당시 회장들의 복심이라고 부르기는 애매하다. 노 부사장처럼 오랫동안 CFO 역할을 한 이창순 전 전무도 당시 회장의 복심이라기보다는 포스코인터내셔널 초대 대표였던 이동희 전 부회장이 선택한 사람이라고 보는 게 더 적절하다.
또한 역대 포스코인터내셔널 CFO 역할을 한 임원 가운데 유일하게 CFO 이후에 그룹 계열사 대표로 이동한 점은 노 부사장에 대한 최 회장의 신뢰가 여전히 높다는 점을 방증한다.
2020년 포스코인터내셔널에서 물적분할돼 만들어진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은 모터코아 제조가 핵심 사업이다. 모터코아는 모터에서 전기를 발생시키는 핵심 부품으로, 최근 전기차 시장 확대에 발맞춰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매출도 2020년 6519억원에서 2021년 1조1796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지난해도 성장세가 이어졌을 것으로 풀이된다.
노 부사장으로부터 배턴을 넘겨받을 차기 경영기획본부장의 역할은 막중하다. 올해 초 전기를 생산해 판매하던 계열사인 포스코에너지가 포스코인터내셔널에 흡수합병됐기 때문이다. 이로써 종합상사에서 종합사업회사로의 변신이 더욱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번 합병으로 1조3000억원 수준이던 현금창출력(에비타 기준)은 올해 1조7000억원대로 향상되고 부채비율도 개선될 것으로 관측된다. 재무 상태를 관리하는 CFO로서는 환영할 만한 변화다.
더불어 대표이사로 3년가량 재직한 주시보 사장이 물러나고 정탁 부회장이 선임되면서 새로운 리더십으로의 안정적인 변화를 지원해야 할 임무도 생겼다. 정 부회장은 이달 초 열린 취임식에서 "핵심사업인 에너지, 철강, 식량, 친환경 미래사업에 트레이딩 역량을 가미하고 과감한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공고히 해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