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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인사 코드

'개방성 원칙' 카카오, 외부인재 적극영입

①'조직완비·사세확장' 신속성 염두…'회계·IT·금융권' 다방면 경력자 포진

박동우 기자  2023-01-26 15:45:18

편집자주

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THE CFO가 최근 중요성이 커지는 CFO 인사에 대한 기업별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카카오는 소규모 벤처로 시작해 10년여 만에 거대한 기업집단을 일궈냈다. 빠르게 성장한 비결에는 '개방성'을 중시하는 인사 원칙이 자리잡고 있다. 신속한 조직 완비와 신생 기업의 급격한 사세 확장을 염두에 둔 만큼 외부에서 역량이 뛰어난 인물을 찾아 임원으로 기용하는 경향이 굳어졌다.

개방성 원칙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직책에도 예외없이 적용되고 있다. 카카오를 위시한 주요 계열사들은 △회계 △정보기술(IT) 기업 △금융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인재를 적극 영입해왔다.

재무를 총괄한 인물 가운데 '외부 영입 1호'는 송지호 전 카카오 공동체성장센터장이다. 김범수 전 이사회 의장이 2006년에 카카오 전신인 '아이위랩'을 창업했을 때 송지호 전 센터장이 의기투합해 재무를 총괄했다. 2010년 카카오로 간판을 바꾼 뒤에도 CFO로 활약하며 투자금을 유치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수행했다.

송 전 센터장은 1990년대 미국 현지에서 공인회계사로 일했다. 2000년대 국내로 들어와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 로커스의 곳간을 책임졌다. 이후 로커스의 자회사인 플레너스로 자리를 옮겨 CJ엔터테인먼트가 플레너스를 인수하는 실무에 관여했다. 2004년 플레너스가 CJ인터넷으로 사명을 교체하자 송 전 센터장이 CJ인터넷 대표로 취임했다.


송 전 센터장이 김 전 의장과 연을 맺은 시점은 2005년이다. 당시 송 전 센터장은 CJ인터넷 북미법인을 총괄했다. 김 전 의장은 NHN에 재직하며 미국 현지에서 한게임 서비스 론칭을 준비하고 있었다. 송 전 센터장도 미주 권역에서 게임 신작을 선보이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만큼, 같은 업계에 몸담은 김 전 의장과 자주 교류했다. 이때 쌓은 친분이 카카오의 초대 CFO를 맡게 된 동력으로 작용했다.

굵직한 인수·합병(M&A)을 계기로 성장에 탄력을 받았던 카카오 역사를 살펴보면 거래를 마무리한 이후 피인수 기업에 몸담았던 재무 라인이 CFO로 기용되는 사례도 존재한다. 내부 사정을 훤히 안다는 장점을 감안하고, 기존 재무 정책의 연속성을 보장하는 취지도 반영한 조치였다.

2014년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가 합병하면서 '다음카카오'가 출범했을 당시 권기수 CFO가 부임했다. 권 CFO는 다음커뮤니케이션 출신으로, 사내에서 △경영기획본부장 △비즈니스부문장 △전략기획부문장 등 요직을 거쳤다.


외부 인사를 CFO로 선임하는 경향은 카카오의 주요 계열사 역시 마찬가지다. 2017년부터 2022년 초까지 카카오페이 경영기획실장을 역임했던 장기주 부사장이 대표적이다.

장 부사장은 세계 최대 통신장비 제조사인 시스코의 한국법인에서 재무 컨트롤러(Finance Cotroller)를 맡아 영업손익, 운영비용 등 각종 지표를 관리한 경험을 갖췄다. 쿠팡 재무이사를 지내면서 사업 성과를 주간·월간·분기 단위로 검토하고, 물류업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데 필요한 전략도 입안했다.

조혁민 카카오게임즈 CFO는 KPMG 소속 공인회계사로 일하며 사회 생활의 첫 발을 뗐다. 네이버 리스크 관리 조직에도 몸담았다. 이후 크래프톤 자회사인 레드사하라에서 재무를 총괄하면서 게임업계에 눈을 떴다.

재무를 넘어 일선 사업에 참여한 경력까지 겸비한 인물도 러브콜을 받았다. 2022년 상반기에 출범한 카카오헬스케어는 초대 CFO로 윤기윤 부사장을 내정했다. 윤 부사장은 CJ, KT&G 등 대기업에 재직한 경험이 두텁다.

특히 동원그룹에서 굵직한 보직을 맡았다. 동원엔터프라이즈에서 경영지원실장을 맡으며 회사 안살림을 총괄했다. 동원산업에서는 경영지원실장뿐 아니라 유통본부장 직책까지 수행했다.

카카오헬스케어가 CFO 역량으로 사업 실무 경험과 재무 전문성을 함께 눈여겨본 건 회사의 사세 확장 전략이 '투자'에 방점을 찍었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CFO가 자금 유출입 제어를 넘어서 투자 대상 업체가 수행하는 사업의 타당성까지 평가해야 한다는 인식이 대두됐다.

실제로 카카오헬스케어는 '의료 빅데이터' 관련 기업들을 물색해 지분을 사들이고 있다. 2022년 11월에 245억원을 투입해 라인웍스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2023년 1월에는 이지케어텍의 유상증자에 99억원을 납입하면서 2대 주주로 올랐다.


간편결제 플랫폼, 인터넷전문은행 등의 계열사는 금융권 종사자를 재무 총괄 임원으로 임명했다. 이성호 카카오페이 재무총괄 리더는 산업은행에서 근무한 이력을 갖췄다.

이철 카카오뱅크 CFO는 한국투자금융지주 경영관리실에서 경력을 쌓았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한때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였으나 금융지주회사법 규제 때문에 보유 지분을 카카오와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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