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사인 벤처기업 카카오헬스케어가 지난달께 'ESG위원회'를 만든 것으로 파악된다. 아직 수익기반은 물론 사업영역도 확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ESG'라는 키워드를 꺼내들었다는 점에 주목된다.
경쟁 벤처기업과 기술탈취 문제가 불거진 시점에 해당 위원회 설치를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벤처기업과 사업 아이템으로 큰 논란을 빚은 롯데헬스케어 상황을 반면교사 삼아 초창기부터 '착한기업'으로의 이미지 구축을 시도한 의도로 해석된다.
◇CFO 위원장 아래 CLO·CTO·인사헤드 소속…이사회와는 별도조직 카카오헬스케어가 지난달 30일 공시한 '대규모기업집단현황'을 살펴보면 올해 3월 이사회를 통해 ESG 위원회 설치를 의결한 것으로 나온다. 위원회는 구성원 면면을 볼 때 이사회 내 소위원회는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위원장은 윤기윤 COO(최고운영책임자)가 맡았다. 위원으로는 CLO(최고법무책임자), CTO(최고기술책임자), 인사헤드로 구성된다. 윤 COO를 제외하고는 모두 이사회 소속이 아니다. 이사회와는 별도의 조직인 셈이다.
비상장사인데다 설립한 지 불과 1년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카카오그룹의 상장 계열사인 카카오와 카카오페이 등에 'ESG위원회'라는 이사회 내 소위원회가 설치돼 있지만 카카오엔터프라이즈를 비롯한 비상장사에는 없다.
다만 카카오가 ESG 경영을 주요계열사에 뿌리내려 내재화하고자 작년 ESG총괄 임원으로 홍은택 대표이사를 선임했다는 점은 눈여겨 볼만 하다. 그룹 기조를 따라가고자 신설법인이지만 카카오헬스케어가 선제적으로 나선 것으로도 풀이된다.
◇출범 1년만에 ESG 경영 구상, 닥터다이어리 논란 의식한듯 특히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까지 뛰어든 상황에서 '벤처기업 죽이기' 프레임을 의식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올해 2월께 롯데헬스케어가 알고케어의 기술을 탈취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상호합의로 일단락 되기는 했으나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만난 큰 난관이었다.
방향성은 다르지만 카카오헬스케어 역시 롯데헬스케어와 상황이 다르지 않다. 아직 태동도 안 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서 카카오헬스케어는 출범 1년밖에 안된 신생 벤처기업이라도 카카오라는 대기업을 등에 업고 있기 때문에 '대기업' 프레임을 쓰고 있다.
ESG위원회 설치를 논의한 시점이 닥터다이어리라는 디지털 헬스케어 벤처기업의 아이디어를 도용했다는 논란이 일었다는 점에도 주목된다. 현재 양사는 연속혈당측정기(CGM) 기반 당뇨 사업을 두고 다툼을 벌이고 있다. 카카오헬스케어는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벤처기업들은 '대기업 갑질' 프레임을 내세우며 맹공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헬스케어는 사업을 하기도 전부터 '사회적 책임'을 중점에 두며 시장을 설득해 나가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플랫폼 사업이 빚는 벤처 및 중소상공인과의 상생 이슈를 미리 고민하고 풀어내려는 시도인 셈이다.
카카오헬스케어 관계자는 "ESG와 기타 비재무적리스크를 점검하는 업무를 하는 ESG위원회를 신설했다"며 "지난 3월 이사회를 통해 통과되면서 조직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