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기존 성장방식은 계열사별 자율과 각자도생이었다. 그룹이지만 느슨한 연대로 묶여있는 계열사들은 투자나 인수합병(M&A) 등에서 각자의 계획을 우선해 사업을 영위했다. 카카오 그룹의 빠른 성장과 밸류업이 가능했던 이유다.
하지만 그룹의 규모가 커지면서 내부통제 이슈가 잇따라 불거지자 카카오도 변화를 모색했다. 이 과정에서 계열사들의 이사회에도 변화가 생겼다. 카카오 임원들의 계열사 겸직이 올 들어 급격히 늘었다. 특히 CA협의체 소속 임원들이 계열사 이사회에 대거 입성, 카카오의 그룹 장악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CA협의체 임원들, 27개 계열사 이사회 겸직
카카오는 올해 들어 임원들의 계열사 이사회 겸직 규모가 커졌다. 그 전에는 3~4명 정도가 계열사 이사회 구성원을 겸했으나 올해는 6~7개 계열사를 겸직한 임원도 두 명이나 있다. 우선 권대열 CA협의체 ESG위원장이 카카오뱅크와 카카오모빌리티의 기타비상무이사로 들어갔다.
조석영 CA협의체 준법지원팀장 역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카카오헬스케어의 기타비상무이사로 입성했다. 미등기이사 중에는 강호중 CA협의체 사업전략팀장이 다음글로벌홀딩스의 대표이사와 카카오모빌리티의 감사, 카카오벤처스의 기타비상무이사를 겸하고 있다.
가장 돋보이는 이는 유태욱 CA협의체 사업관리팀장과 정명진 CA협의체 전략위통합사무팀장이다. 유 팀장은 △그라운드엑스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브레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카카오페이 등 7군데, 정 팀장은 △카카오게임즈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카카오헬스케어 △카카오픽코마 등 6군데의 기타비상무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이는 올해 초 카카오가 컨트롤타워 격인 CA협의체를 출범하면서 2분기부터 생긴 변화다. 작년 만 해도 배재현 수석부사장이 카카오모빌리티 기타비상무이사을 겸하고 정신아 당시 카카오벤처스 대표가 카카오 이사회에 들어오는 등 겸직임원이 5명 정도였다. 이들 역시 두 개 회사만 겸직했지 한 사람이 대여섯 개 회사를 맡지 않았다.
CA협의체는 김범수 창업자와 정신아 카카오 대표를 공동의장으로 두고 13개 협약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한 그룹 차원의 의결기구다. 여기서 카카오 그룹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컨센서스를 형성한다. 이곳의 임원들이 주요 계열사 이사회에 입성, 의사결정을 중앙에 통제할 수 있는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갖춘 셈이다.
◇기타비상무이사 통해 그룹 지배력 강화 모색
카카오의 그간 기조는 계열사별 자율경영이다. M&A를 통해 사세를 확장해온 카카오는 새 계열사를 편입하면서 기존 경영진을 그대로 데려온 경우가 많았다. 2016년 게임업체 엔진을 인수할 당시 다음게임과의 합병을 통해 카카오게임즈를 출범시키면서 기존 경영진인 남궁훈-조계현 각자대표를 유지했다.
또 웹툰·웹소설 콘텐츠 플랫폼업체 포도트리 역시 기존 이진수 대표이사 체제를 그대로 가져와 카카오페이지, 지금의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 만들었다. 지그재그로 알려진 크로키닷컴 또한 인수하면서 카카오스타일로 사명을 바꿨지만 서정훈 대표를 비롯한 기존 경영진을 그대로 뒀다. 카카오 이름만 달뿐 각 기업별 경영 자율을 최대한 주면서 느슨한 연대를 추구했다.
이 같은 각자도생 경영방식은 지금까진 유효했다. 카카오는 빠른 밸류업과 외부투자 유치로 고속 성장했으며 2019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될 만큼 몸집이 커졌다. 벤처 스타트업 출신 IT기업으로는 첫 대기업집단 지정이었다. 그러나 덩치가 커질수록 내부통제 이슈도 불거졌다. 카카오를 둘러싼 각종 논란의 근본적 요인은 그룹 내부통제 시스템의 미비 탓이다.
지분관계는 이미 카카오가 주요 계열사들의 대주주로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상태다. 다만 이사회 간의 연결고리가 없었다. 결국 법인의 주요 의사결정기구는 이사회인데 그룹에서 이를 통한 컨트롤 수단이 없었다. 이번에 대대적으로 계열사 이사회에 들여간 카카오 CA협의체 임원들은 그룹의 의사와 지배력을 전달되는 통로 역할을 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