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는 계열 투자사인 '카카오인베스트먼트'를 요긴하게 활용해왔다. 설립 초기에는 유망한 기업을 자회사로 편입하는 전략적 투자자(SI) 역할을 부여했다.
한때 게임사업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과정의 중심에 놓인 적도 있다. 최근 들어서는 카카오가 보유한 기업 지분 등 투자 자산을 넘겨받아 관리하는 기능까지 확대됐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의 모체는 2015년에 출범한 '케이벤처그룹'이다. 당시 카카오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으로 확보한 고객 풀(pool)을 토대로 신규 사업을 모색하는 로드맵을 수립했다. 카카오는 자본금 1103억원을 출자하면서 투자 실탄을 마련해줬다.
케이벤처그룹은 유망한 사업을 영위하는 업체를 타깃으로 지배력을 확보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투자에 따른 차익을 실현하는 재무적 투자자(FI)를 넘어 카카오의 계열사로 편입해 사업 시너지를 추구하는 전략적 투자자(SI) 역할을 염두에 뒀다.
설립 1년차부터 폭넓은 업종을 탐색하면서 회사들을 인수했다. 2015년 5월에 중고품 거래 서비스 운영사 셀잇을 인수하면서 첫 발을 뗐다. 이후 사물인터넷(IoT) 사업에 특화된 탱그램디자인연구소, 차량 외장수리 견적 안내 앱을 선보인 카닥, 미용실 예약 플랫폼(지금의 카카오헤어샵)을 론칭한 하시스 등의 지분을 사들였다.
우여곡절의 순간도 있었다. 2016년 상반기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카카오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면서 케이벤처그룹의 인수·합병(M&A) 행보에 잠시 제동이 걸렸다. 법규상 창업투자회사(벤처캐피탈)가 대기업집단에 속한 기업에 투자할 수 없고, 케이벤처그룹이 투자한 업체들은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여건이 악화됐다.
같은해 하반기 정부가 대기업집단 지정 요건을 '연결기준 자산총계 5조원 이상'에서 '10조원 이상'으로 상향하면서 문제는 해결됐다. 하지만 이 시기 케이벤처그룹은 포트폴리오 기업의 지분 일부를 팔고, 딜(Deal) 발굴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카카오 경영진이 케이벤처그룹을 다시 눈여겨본 시점은 2017년으로, 당시 게임사업 지배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에 활용했다. 케이벤처그룹의 포트폴리오에 카카오게임즈가 존재한 대목과 맞물렸다. 2015년에 모바일 게임 퍼블리싱(서비스·유통) 기업인 엔진을 타깃으로 250억원을 투자해 지분 66%를 매입했다. 뒤이어 카카오의 자회사였던 다음게임 지분도 넘겨받았다.
카카오게임즈는 엔진과 다음게임의 합병으로 출범했다. 여세를 몰아 카카오는 케이벤처그룹을 중간 지주회사 '카카오게임즈홀딩스'로 바꿨다. 대신 투자 부문을 인적분할해 '카카오인베스트먼트'를 세웠다. 같은 해 카카오게임즈는 카카오게임즈홀딩스를 흡수합병했고, '카카오→카카오게임즈'의 출자 관계로 재편됐다.
인적분할을 계기로 새롭게 출발한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중·후기 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기조를 확고하게 굳혔다. 별도의 펀드 결성 없이 자체 재원을 투입했다. 2017년 '알뜰폰' 통신 사업을 수행하는 스테이지파이브를 계열사로 편입했다. 공유 오피스 업체 패스트파이브, 신선식품 전자상거래 기업 오아시스 등에도 자금을 집행했다.
포트폴리오를 축적하면서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카카오가 갖고 있던 투자자산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역할까지 얻었다. 2022년 하반기에 △SK텔레콤 △SK스퀘어 △카도카와 △두나무 △휴먼스케이프 등 1조1634억원어치 주식을 넘겨받은 사례가 방증한다. 카카오는 보유한 5개사 주식을 현물출자하고 카카오인베스트먼트의 신주를 취득했다.
주력 사업 부문과 괴리가 존재하는 만큼, 카카오인베스트먼트로 투자 자산을 이관하는 게 타당하다는 인식이 대두됐다. 2022년 9월 말 기준으로 카카오가 직접 지분을 확보한 법인 70여곳의 장부가액이 6조원을 넘긴 대목도 영향을 끼쳤다. 투자자산 규모를 감안해 관리 효율성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판단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