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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포트폴리오 리포트CJ ENM

통합 4년, 엔터부문 적극투자...성과는 아직

엔터 부문 투자 커머스 대비 35배 차이, 2023 중기비전 목표 과속에 재무건전성 악화

문누리 기자  2022-12-15 15:43:17

편집자주

이제 투자를 빼놓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을 말할 수 없게 됐다. 실제 대기업 다수의 CFO가 전략 수립과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CFO가 기업가치를 수치로 측정하는 업무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할 게 없다. THE CFO가 CFO의 또 다른 성과지표로 떠오른 투자 포트폴리오 현황과 변화를 기업별로 살펴본다.
CJ ENM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2018년 7월 통합법인 출범 전과 후로 나뉜다. 과거 CJ오쇼핑이 CJ E&M을 흡수합병한 이후로 엔터테인먼트 사업부문과 커머스 부문 모두 투자 규모를 크게 늘렸다.

다만 최근 엔터와 커머스 부문의 투자 규모가 각각 1조1000억원대와 300억원대로 35배 이상 차이나는 등 돈 들이는 분야의 무게추가 엔터로 크게 쏠리는 기조다. 특히 수조원에 달하는 규모의 인수금액을 채우기 위해 차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에 3분기 말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126.98%로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기간 2021~2022년

CJ ENM은 통합법인 출범 이후 CJ그룹 전체의 문화 산업 전방을 개척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드라마와 예능, 공연 등 문화 콘텐츠 사업의 형태를 다양화하는 동시에 미디어사업에 기반한 인프라 투자 확충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2년간의 외부투자 추이만 봐도 CJ ENM이 집중하는 노선이 분명히 구분된다. 커머스 부문의 경우 애트니, 엔라이즈, 브런트, 생활공작소, 비주얼, 머스트잇 등 벤처 8곳에 총 322억원을 투자했다.

반면 엔터 부문은 엔데버콘텐트 지분 인수와 KT스튜디오지니 출자, 블라드스튜디오·제이케이필름·만화가족·용필름·본팩토리 등 자회사 지분 추가 취득 등 공개된 굵직한 투자건만 계산해도 1조1285억원에 달한다.

엔터 부문의 투자 규모가 커머스 부문의 35배에 달하는 셈이다. 그외 대외비로 투자규모를 공개하지 않은 작은 투자건들까지 합치면 갭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부문별이 아닌 시계열로 들여다봐도 통합 전후 투자 규모의 차이가 크다. 2015년부터 2018년7월 전까지의 주요 출자 규모는 총 4734억원에 달한다. 반면 비슷한 기간인 2018년7월 통합법인 출범 이후부터 올해까지의 경우 1조3798억원으로 거의 3배에 육박한다.

이 같은 문화 콘텐츠 집중 투자 기조는 CJ그룹의 비전과 맞닿아 있다. 지난해 말 CJ그룹은 2023년까지 총 1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비전을 선포했다. 당시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발표한 중기비전에 따르면 4대 성장엔진 중 컬처 분야에선 해외 대형 스튜디오를 인수하는 등 글로벌 가속화에 집중한다.

다만 적극적인 투자에도 아직까지 이렇다할 성과가 보이진 않는다. 통합법인 출범 이후 CJ ENM의 실적을 보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 2020~2021년 매출·영업이익이 더 낮다.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콘서트 공연 취소와 영화산업 위축 등이 이어진 영향이다.

가장 최근 실적인 올해 3분기 연결 매출만 봐도 전년대비 37% 늘어난 1조2000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255억원으로 71% 감소했다. 장기적으로 방송부문 콘텐츠 경쟁력 개선과 해외 판권수출 등 부가수익 창출을 기대하고 있지만 투자 규모 대비 실적 턴어라운드까진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CJ ENM의 올해 주요 목표는 신사업 손익 개선일 것"이라며 "당분간 턴어라운드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THE CFO' 홈페이지 하이라이트 발췌

이에 재무건전성 악화라는 그림자도 드리우고 있다. 투자로 나갔던 돈을 영업활동으로 아직 다 메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 투자 하려고 끌어온 조달규모의 흔적은 아직 CJ ENM 재무상태 현황에도 남아있다.

예컨대 재무활동현금흐름 중 사채와 차입금 등 타인자본의 증감 추이는 2018년 1203억원 증가에 그쳤던 반면 2022년 9월 말 기준으론 6238억원에 달한다. 잉여현금흐름도 5년 가까이 마이너스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9월 말 현재 마이너스 2100억원에 달한다.

CJ ENM 재무활동으로 인한 부채 가운데 단기차입금과 장기차입금, 사채는 모두 증가 추세다. 연결 기준 만기가 1년 이내인 단기차입금은 1조5941억원으로 2020년 말(4250억원)과 2021년 말(9541억원) 기록을 경신했다. 장기차입금은 5006억원, 사채는 7294억원 등으로 급증했다. 엔데버콘텐트 등 대규모 인수합병에 따른 것이다.




2021년 한 해만 해도 CJ ENM이 회사채, 기업어음, 신종자본증권 등 채무증권을 발행한 건수는 15건으로 조달에 적극적이었다. 이 기간 발행 금액은 1조525억원에 육박한다. 이로 인해 부채비율도 크게 높아졌다. 작년 말 88.9%에 머물던 부채비율은 올해 9월 말 현재 127%까지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CJ ENM이 문화 콘텐츠 관련 투자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재무 부담도 늘고 있다"면서 "최근 교체된 CFO에게도 이를 개선할 과제가 주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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