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인 콘텐츠웨이브(웨이브)가 지난해 자본잠식에 빠졌다. 최대주주인 SK스퀘어가 자회사 자금을 출자해 줬지만 당기순손실을 메우기에는 부족했다. 올해는 20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 만기도 다가온다. 재무적 투자자(FI)와 협의를 이어가며 수익성 개선에 주력한다.
웨이브는 지난해 말 별도기준 자본총계가 마이너스(-)298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연결기준 자본총계도 -267억원이다. 지난해 각각 별도기준으로 1178억원, 연결기준으로 1191억원 규모 당기순손실이 발생해 결손금이 쌓이면서 자본금(별도기준 283억원)을 지키지 못했다.
SK스퀘어는 지난해 자회사를 동원해 웨이브 자본 확충을 지원했다. 웨이브는 작년 6월 운영자금 250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SK스퀘어 100% 자회사인 SK스퀘어아메리카(SK Square Americas)가 단독으로 출자했다. 그 해 초 635억원이었던 웨이브 별도기준(이하 동일) 자본총계는 증자 후 885억원으로 증가했다. 연결기준으로 SK스퀘어가 보유한 웨이브 지분은 39.3%에서 40.5%로 늘었다.
웨이브는 지난해 적자 폭을 줄였지만 자본잠식은 피하지 못했다. 그 해 당기순손실은 전년 대비 855억원 감소한 1179억원이다. 영업손실은 전년 대비 387억원 줄어든 791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영업외손실도 849억원에서 385억원까지 줄였다. 매출은 전년 대비 9% 감소한 2498억원이었다.
웨이브는 지난해 회계기준을 바꿨다. 작년 1월부터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K-IFRS)을 채택했다. 2022년 전환우선주(발행액 900억원)이 모두 보통주로 전환돼 재무상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K-IFRS는 과거 회계기준(GAAP)과 달리 전환주를 금융부채로 분류한다.
K-IFRS를 적용한 2022년 초 웨이브 자본총계는 -240억원이다. 전환주을 부채로 분류하면서 과거 회계기준에 따른 자본총계(1041억원)에서 1293억원이 차감되고 그만큼 부채가 늘었다. 웨이브는 그 해 당기순손실(2034억원)이 발생했지만 연말 자본총계는 635억원으로 증가했다.
K-IFRS에 따르면 웨이브는 2022년 두 차례 자본 확충을 단행했다. 당해 SK스퀘어가 전환주식을 보통주로 전환하면서 늘어난 자본총계가 2009억원이다. 웨이브가 미국 '웨이브아메리마(wavve Americas)' 지분 40%를 취득하면서 인수대금(901억원)을 신주로 교부해 늘어난 자본도 있다.
웨이브는 올해 추가 증자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 당장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 아니기 때문이다. 웨이브는 지난해 말 711억원 규모 현금성자산을 보유 중이다. 증자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할 때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대신 수익성 개선에 집중한다. 연내 월 단위 손익분기점(BEP) 돌파가 목표다. 수익성을 분석해 수급·투자 콘텐츠를 최적화할 방침이다. 웨이비는 지난해 무형자산을 926억원 취득하고 1155억원 상각했다.
FI와 소통하며 차입금 만기에도 대비하고 있다. 웨이브는 오는 11월 2000억원 규모 3회 CB 만기가 돌아온다. 발행일(2019년 11월)로부터 4년 이내에 기업공개(IPO) 절차에 착수하지 않으면 만기 때 내부수익율(IRR)을 9%로 상향하는 조건이 달려있다.
웨이브는 CJ그룹의 티빙과 합병도 논의 중이다. 티빙도 지난해 별도기준으로 1523억원 규모 순손실이 발생했지만 연말 자본총계는 3748억원이다. 2022년 FI 증자 대금(2541억원)과 KT시즌을 합병하면서 신주를 발행(2500억원)해 자본을 확충해 둔 덕분이다.
웨이브 관계자는 "증자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할 때 검토할 수 있다"며 "CB 만기 대응 방안은 주주사, 투자자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