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이 미국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 '엔데버 콘텐트'를 인수한지 1년이 다 돼가는 가운데 인수회사의 실적은 뒷걸음질치고 있다. 아직까지 이렇다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내년에만 10억 달러(1조2755억원) 이상 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만큼 실적 개선이 조만간 가시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 9월엔 사명을 엔데버 콘텐트에서 '피프스 시즌(FIFTH SEASON)'으로 바꾸고 양사 간 시너지를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기존 엔데버 콘텐트가 모기업 엔데버그룹의 에이전시로서 역할했던 이미지를 탈피하고 보다 전문적인 글로벌 제작 스튜디오로 나아간다는 의미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CJ ENM은 피프스 시즌을 글로벌 전진기지로 삼아 미국 현지에서 자사 콘텐츠를 제작·유통하기 위해 올해 1월 9337억원가량을 내고 인수했다.
1조원에 육박하는 금액을 내고 피프스 시즌을 사온 덴 유럽과 남미 등 19개국에 퍼져있는 글로벌 거점 네트워크가 주효했다. 영업권이 3896억원으로 전체 인수금액의 41.7%에 달하는 배경이다.
예컨대 피프스 시즌은 '라라랜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등 영화뿐 아니라 드라마 '킬링 이브' '파친코' 등 흥행과 작품성을 인정받은 콘텐츠를 애플TV플러스에 TV 시리즈 방식 등으로 제작, 유통, 배급에 참여하고 있다. HBO Max, 넷플릭스, 피콕(Peacock), 훌루(Hulu) 등 글로벌 메이저 OTT에 공급중인 영화 및 드라마는 연간 30편 이상이다.
기획부터 제작, 유통까지 콘텐츠 제작 전 과정을 아우르는 자체 프로덕션 시스템도 주요 장점으로 꼽힌다. CJ ENM은 피프스 시즌을 글로벌 베이스캠프로 삼아 미국 현지에서 CJ ENM의 콘텐츠를 제작·유통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피프스 시즌의 유통 네트워크가 콘텐츠 제작 인프라를 갖추기 전부터 강력했던 만큼 CJ ENM 콘텐츠를 해외 현지에 보급할 '풀 밸류 체인'으로 활용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향후 자사 IP를 활용해 글로벌향 콘텐츠를 제작하는 방식 등을 통해서다.
이를 위해 CJ ENM은 먼저 작년 말 미주법인장이었던 안젤라 킬로렌 경영리더를 TF장으로 선임해 인수 후속 작업 마무리를 했다. 올해 초부턴 송창빈 성장추진담당 경영리더를 새로운 TF장으로 앉혀 국외 제작 및 유통 거점으로 피프스 시즌을 키우기로 했다. 송 리더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JP모건을 거쳐 기업 전략 관련 전문가로 통한다.
이후 피프스 시즌으로 사명을 바꾸면서 피프스 시즌 인테그레이션(integration) TF를 새로 만들었다. TF장은 미국경영지원담당인 전재경 경영리더가 맡았다. 송 리더는 아예 피프스 시즌 CFO로 옮겼다. CJ ENM이 주요 임원들을 통해 전방위적으로 피프스 시즌을 지원하는 모습이다.
다만 부진한 실적이 아직 발목을 붙잡고 있다. 올 2분기 잠시 영업손실 폭을 줄였지만 3분기 709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보였다.
이에 CJ ENM은 최근 2022년 실적 가이던스에서 매출 4조8000억원은 그대로 유지하되 영업이익은 2700억원에서 1550억원으로 하향 조정해 공시했다. 피프스 시즌의 영업이익 추정치가 악화된 데 따른 것이었다.
업계 일각에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실적 개선이 가시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피프스 시즌이 올 3분기엔 CJ ENM의 미디어 부문 적자 전환의 주요인으로 지목됐지만 4분기엔 드라마, 영화, 다큐멘터리 등 총 7편의 콘텐츠를 공급하며 분기 최대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로 인한 적자 감소 효과로 미디어 부문 4분기 흑자전환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