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체제의 첫 연말 인사 키워드는 조직 슬림화다. 지주사를 비롯한 주요 사업회사는 조직 통폐합을 결정했고 포스코퓨처엠도 경영지원조직(경영기획본부·경영지원본부)과 연구개발 조직(에너지소재연구소·기초소재연구그룹)을 통합했다.
통합 경영지원조직인 경영기획지원본부를 이끄는 최고재무책임자(CFO) 정대형 전무는 신규 투자의 성과를 뒷받침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비주력·비핵심 자산은 정리하겠다는 경영기조를 유지 중인데 포스코퓨처엠은 생산능력 투자와 이에 따른 수익성 개선 성과를 동시에 보여줘야 한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 23일 기업가치제고(밸류업) 계획을 공개하며 ROIC(투하자본이익률)를 지난해 1.3%에서 2027년 3.7%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ROIC는 세후 영업이익을 순운전자본 및 유무형자산 등의 합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 경영활동에 들어가는 투하자본 대비 수익성을 의미한다.
2021~2022년 10%에 육박했던 포스코퓨처엠의 ROIC는 대규모 자본적지출(CAPEX)이 집행된 2023년 1.3%로 급감했다. 국내 양·음극재 증설과 더불어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와의 양극재 합작사 얼티엄캠 공장 구축이 본격화한 시점이다. 2021~2022년 5000억~6000억원대였던 포스코퓨처엠의 CAPEX는 지난해 1조3662억원으로 급격히 불었다.
급증한 CAPEX와 달리 영업이익은 2022년 1659억원에서 지난해 359억원으로 급감하며 ROIC 지표의 분자값을 떨어뜨렸다. 전방시장인 전기차 산업이 캐즘(일시적 수요둔화)에 빠진 영향을 받았고 수익성 급감으로 ROIC도 내려갔다. 올 3분기 누적 기준으로도 1조5000억원 규모의 CAPEX를 집행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20억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불확실한 대외 환경 속에 정대형 본부장이 포스코퓨처엠의 곳간 열쇠를 쥐었다. 정 본부장은 PwC, 딜로이트 등 컨설팅펌을 거쳐 2015년 포스코에 합류했다. 주로 경영전략본부에서 활동하다 장인화 회장 체제 출범 후인 올해 4월 포스코퓨처엠의 경영기획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00억~3000억원의 총영업활동현금흐름(OCF)을 기록하던 성장기(2021~2022년)를 지난 작년부터 포스코퓨처엠의 OCF는 예년 수준인 1000억원대로 내려앉았던 상황이다. 회사가 수익성 회복에 어려움을 겪던 시기에 합류한 그는 예정된 생산능력 증대 투자를 위해 6000억원 규모의 녹색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덕분에 회사는 지난해보다 많은 CAPEX를 집행했음에도 올 3분기 말 기준 보유 현금성자산은 작년 말 대비 1500억원 이상 많은 7983억원을 기록했다.
포스코퓨처엠이 앞으로 목표로 하는 ROIC 개선을 위해 정 본부장은 이익은 높이고 투하자본은 낮추는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익 개선을 위해 제조 경쟁력 강화와 함께 원료 구매비 절감, 가공비 개선 등의 작업을 진행하며 자본 구조 개선 측면에선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이 수반된다.
당장 계획했던 신증설 설비투자는 2027년까지 분산해 진행한다. 현재 포스코퓨처엠은 광양·포항 양극재 증설 및 캐나다 양극재 신설 등의 설비투자를 진행 중인데 이중 2027년까지 총투자비 1조원 규모의 캐나다 양극재 2단계 투자를 제외하면 대부분 내년 중에 주요 투자가 마무리된다. 다만 올 들어 투자 속도조절을 선언했던 만큼 해당 신증설 역시 투자 기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자금 집행을 분산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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