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의장은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를 대표한다. 어떤 인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는지가 이사회 독립성 척도로 활용되기도 한다. 기업들이 선임한 이사회 의장 면면은 다양하다. 사내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한 곳이 있는가 하면 사외이사와 기타비상무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한 곳도 있다. 기업들은 이사회 의장을 어떻게 선임하고 그 의장은 이사회를 어떻게 이끌고 있을까. 더벨은 코스피 시총 상위 100개 기업 이사회 의장 면면을 분석, 재계의 트렌드와 각 기업의 이사회 특징을 조명해본다.
포스코홀딩스 이사회는 환경 전문가 출신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에 선임했다. 주력 사업 분야인 철강 제조 분야가 탄소배출량이 유독 많은 업종인데다 국내외 정책 변화 영향과 글로벌 공급 과잉에 따른 사업성 확보 문제를 마주하고 있는 만큼 ESG 경영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판단에서다.
소유구조가 분산돼 있는 포스코홀딩스는 이사회 독립성이 비교적 높은 기업 중 한 곳으로 꼽힌다. 18년째 사외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하고 있다.
◇CEO와 의장 분리 18년째…매년 이사회 의장 재선임
지난 9월 말 코스피 시총 상위 10위(32조원)의 포스코홀딩스는 소유가 분산된 대표적 기업 중 하나다. 현재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로는 국민연금공단(7.21%)이 유일하다. 뚜렷한 오너가 없는 기업은 상대적으로 이사회 권한이 클 수밖에 없는데 실제 포스코홀딩스는 이사회 의장을 정기적으로 교체하며 독립성 확보에 힘을 싣고 있다.
특히 2006년 대표이사(CEO)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 선출하기 시작, 18년째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고 있다. 현재까지 포스코홀딩스 이사회 의장으로 활동했고, 또 활동하고 있는 사외이사만 총 16명에 달한다. 이사회 의장은 이사회 소집 권한을 갖고 이사회 회의를 주재하는 등 이사회 안건 논의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맡는다. 2020년 이후 포스코홀딩스 이사회 의장은 주로 학계 출신 사외이사가 맡고 있다. 최근 5년간 의장 이력을 보면 정문기 성균관대 교수를 비롯해 장승화 서울대 교수, 김성진 서울대 교수, 박희재 서울대 교수 등 학계 인사가 많았다. 유영숙 현 의장(사진)은 미국 오리건주립대 생화학과 박사 연구원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 시절 환경부 장관으로 일했다.
그 이전의 역대 의장 면면을 보면 경영자 출신이 압도적이었다.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을 비롯해 박병원 전 한국경영자총협회장, 이명우 동원산업 부회장, 신재철 전 LG CNS 대표, 한준호 전 삼천리 회장, 안철수 전 안철수연구원 의장, 손욱 전 농심 대표, 박영주 전 이건산업 회장 등 역대 의장 15명 중 절반 이상이 경영인 출신이었다.
최근 몇 년새 이사회 의장에 학계 인사가 선호되고 있는 건 의장직의 전문성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5년 사이 의장은 회계와 재무, 국제법, 산업정책, 산학연 등 각자 자기 전문 분야를 갖고 있었다. 1년 단위로 의장을 재선임하다 보니 사외이사 내 비중이 높은 학계 인사가 의장으로 선임될 가능성이 비교적 높다는 분석도 있다.
포스코홀딩스가 주목한 유 의장 커리어 역시 그의 전문 영역인 환경 분야였다. 유 의장은 2013년 내각을 떠난 뒤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등을 거쳐 현재 기후변화센터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매년 UN 기후변화 총회에 참석하는 등 국제사회 정책 동향을 잘 인지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ESG 경영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 각종 ESG 정책 보고 및 심의…이사회 다양성 확보 기여
실제 유 의장은 국내외 환경 변화에 따른 기업 정책 수립과 그에 따른 기업 내 경영 현안 등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SG위원회 등 이사회 산하 소위원회에도 참여하고 있는 유 의장은 국내 탄소배출권 거래제 현황과 그룹 ESG 실적 내용을 보고받는 한편 기업 배당 정책과 기부금 출연, 펀드 출자 등 다양한 경영 현안 심사에 참여하고 있다.
포스코 그룹의 한 축을 담당하는 사업 영역이 철강 제조 분야인 만큼 포스코홀딩스 역시 다양한 환경 정책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국내외 철강업계는 글로벌 탄소중립 정책 추진을 위해 수소환원 제철 비중을 확대하는 한편 중국 내수 부진 여파로부터 수익성을 회복시키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 미래기술연구원을 개원했는데 이 연구원에 RIST의 연구기능을 이관하기 위한 연구장비 매입 안건이 지난해 말 ESG위원회에서 다뤄지기도 했다. 유 전 장관은 2021년 포스코홀딩스 이사회에 합류하고 현재까지 매년 이사회 참여율 평균 100%를 기록, 사외이사 선임 이후 지금까지 모든 안건들에 찬성표를 행사했다.
유 의장 선임은 포스코홀딩스 이사회 다양성 확보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유 전 장관 사외이사 기용 이듬해부터 정부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 이사회를 특정 성별로만 구성하지 못하도록 자본시장법을 개정했는데, 포스코홀딩스는 유 전 장관 사외이사 선임을 통해 법률이 요구하는 여건을 자동 충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2021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될 당시 일부 기관들은 유 의장의 과거 RIST 재직 이력을 문제 삼아 이사 독립성 확보 여부에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RIST는 포스코 측 출자로 출범한 기관인데 이곳에서 상당 기간 근무한 만큼 사외이사로 활동하는 데 필요한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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