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티앤씨는 효성화학의 특수가스 부문 인수를 결정하면서 별도재무제표 기준 총자산 2조원을 넘을 가능성이 커졌다. 별도자산 2조원을 넘을 경우 상법상 이사회 의무가 더 강화된다. 사외이사는 이사회 총수의 과반이어야 하고 이사회 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감사위원회 설치 의무가 주어진다.

효성티앤씨는 지난 12일 이사회를 열고 산하에 신설법인을 설립한 뒤 이를 통해 효성화학의 특수가스사업부 영업을 양수키로 했다. 책정된 인수가격은 9200억원, 오는 19일에 계약금 1380억원을 치르고 잔금 7820억원은 양수 기준일인 내년 1월 31일에 지급한다.

다만 효성티앤씨의 순수 재무여력은 인수가격 대비 크게 부족하다. 9월 말 연결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987억원, 투자부동산이나 기타유동금융자산, 기타유동자산을 모두 털어봐도 3000억원 수준이다.


인수금융을 활용하는 이유다. 특수목적기업(SPC)을 세운 뒤 특수가스 부문의 주식 등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형태다. 이럴 경우 효성티앤씨의 별도재무제표에 SPC의 부채와 자산이 잡히지 않는다. 다만 SPC 지분가액은 효성티앤씨 자산에 반영된다.

효성티앤씨가 특수가스사업부를 담은 SPC 지분을 갖게 되면 그만큼의 지분가액이 종속기업 또는 관계기업 투자주식 형태로 자산에 더해진다. 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의 가치가 9200억원인 점을 감안할 경우 SPC 지분도 상당한 가액으로 평가될 전망이다.

이러한 부분이 반영되면 효성티앤씨의 별도자산이 2조원을 넘을 공산이 크다. 지난 9월 말 기준 별도자산은 1조8109억원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유진기업이다. 뉴스보도채널 YTN을 인수하기 위해 SPC인 유진이엔티를 설립하고 유진기업과 동양이 각각 지분 51%, 49%를 출자했다. 총 322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해 YTN 지분 인수대금을 투입했는데 유진기업과 동양은 각각 1642억원, 1578억원을 납입했다.

이후 유진기업은 유진이엔티의 지분 51%를 확보하면서 재무제표상 종속기업 투자자산이 3225억원에서 5114억원으로 증가했다. SPC 지분의 장부가액 1592억원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YTN의 기업가치가 SPC의 가치와 연동되면서 SPC 지분을 보유한 유진기업의 자산이 늘어났다.

상법에선 연도말 별도기준 총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의 경우 좀 더 가중된 이사회 의무를 부과한다. 현재 효성티앤씨의 이사회 구성은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3명으로 동률이다. 별도자산 2조원이 넘으면 사외이사를 1명 추가 선임하거나 사내이사 한 명을 빼는 등 일부 조정이 필요하다. 다만 이사회 내 사추위와 감사위를 이미 갖추고 있어 추가 설치의 필요성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