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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 법적 책임을 넘어 리더십 발휘해야"

'사외이사의 선생님' 안수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

김슬기 기자  2024-12-05 07:10:44
"사외이사 대상으로 강의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하는 핵심은 두 가지다. 우선 사외이사로서의 법적 책임과 의무에 대해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또 법적 책임에서 더 나아가 실제 이사회가 기업 문화를 변화시키는 데 있어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안수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원장(사진)은 최근 더벨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실제 KDB생명보험에서 사외이사를 시작했고 현재도 SK증권 이사회 구성원으로 있다. 그럼에도 국내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사외이사들의 선생님인 것이다.

◇ 대우조선해양 사례 마음에 새겨야…여러 이해관계자와 소통 필요

안 원장은 국내 기업 지배구조 및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다. 법학 교수로 재직한 지 20년을 맞이했고 주 전공인 상법과 금융법 중심으로 연구에 매진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름이 알려졌다. 이사회, 주주총회, 주주보호, 준법지원 등을 다루고 여러 논문을 쓰면서 자본시장과 소통했다.

그는 "첫 사회생활을 대신경제연구소에서 시작했는데 투자자 이슈나 국내외 제도 차이에 관해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학계로 오게 됐다"며 "ESG 역시 기업 전체의 주요 법적 이슈로 부상하기 전 사회책임투자(SRI)부터 자본시장연구원 등과 연구회를 구성했던 게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ESG기준원(KCGS) 스튜어드십코드 제정위원회 위원, 법무부의 상법 개정 위원회(지배구조법) 위원 등을 지냈고 금융위원회, 한국거래소, 공정거래위원회 등 여러 기관과도 함께 일해왔다. 최근에는 금융감독원의 옴브즈맨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금감원의 업무를 감시하고 제도개선을 권고하는 역할이다.

그는 대한변호사협회와 세계여성이사협회(WDC) 등에서 사외이사 대상 교육도 해왔다. 그는 "사외이사가 된다는 것은 생각하는 것 이상의 법적 책임과 의무를 지는 일"이라며 "대법원은 시스템이 잘 구축됐더라도 업무 전반에 대한 감시의무 이행을 외면해 회사 내 위법행위가 발생하게 되면 대표이사는 물론 사외이사도 감사의무를 게을리 한 것으로 판시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은 사외이사에게 유의미하다. 당시 사외이사들이 회사에 대한 감시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민사소송을 냈다. 소송가액만 수천억원이었다. 사외이사는 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내려졌지만 5년 넘게 재판이 이뤄지면서 고통을 받았다.

또한 "법적 책임을 다하는 것 외에도 사외이사는 기업의 비전과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실행으로 옮기는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며 "기업 내부의 시각, 투자자의 요구사항, 소비자 등 여러 이해관계자의 기대를 전하고 경영전략에 포함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최적의 조합 찾기'가 관건…다양성 측면서 여성 인재 양성도 중요

그는 현재 SK증권 사외이사로도 재직, 다양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했다. 그는 "이사회의 구성은 다양한 역량, 전문성, 경험을 포함해 최적의 조합으로 설계해야 하며 주기적으로 후보자 풀이 관리가 되고 추천 경로 또한 주주, 외부 자문기관, 내부 조직 등으로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근 기업들의 이사회 역량구성표(BSM) 도입도 긍정적으로 봤다. 그는 "금융회사는 기관투자자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매년 100~200명 정도 사외이사 후보군을 둔다"며 "잘하는 기업들의 인재풀 관리를 참고할 필요가 있고 구성 최적화를 위해 자체적인 인력풀 및 검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0년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른 자산규모 2조원 이상 기업의 이사회 내 여성이사 진입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봤지만, 한계도 있다고 평했다. 그는 "자산총액 2조원 이상 기업에서 여성 임원 증가율이 전체 상장사보다 높아지면서 다양성 측면에서 고무적인 진전이 있었지만 포용성까지 충분히 구현되었는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여성 사외이사의 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여성 사내이사는 그만큼 늘어나고 있지 않다"며 "한창 일을 하고 있는 중간 관리자에서도 성별 다양성이 확보되어야 여성이사와 임원들이 공급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육아 등으로 인해 경력 단절이 되어도 롤모델로 삼을만한 직원들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2013년 여성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해 2030년까지 여성 임원의 비율을 30%로 끌어올리도록 했다. 2015년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여성 임원 비율, 2016년부터는 여성활약 관련 정보 등을 공시하도록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여성임원 육성정책이 자본시장 공시제도엔 반영되어 있지 못하다.

그는 바람직한 이사회에 대해서도 제언했다. 그는 "이사 선임의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고 이사회가 효과적으로 감독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독립성이 반드시 확보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효율성을 위해 소위원회의 수를 무조건 늘리기보다는 기업 규모에 맞게 적정 소위원회를 두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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