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사들의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뜯어보면 공통적으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남는다. 대부분 사외이사 후보에 대한 구체적인 추천 경로를 공개하지 않는다. 보통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하 사추위)의 추천을 받았다'라고만 서술돼있을 뿐이다.
사추위의 추천을 받는 건 당연하다. 상법에 따르면 별도 기준 자산총계가 2조원 이상인 상장사는 사추위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사추위의 추천을 받아야 주주총회에 안건으로 상정할 수 있고 최종적으로 선임될 수 있다.
이 당연한 절차보다 중요한 것이 이보다 앞선 절차다. 곧 사추위에서 어떻게 사외이사 후보 풀(pool)을 확보했는지가 관건이다. 이사회 역량 평가(BSM·Board Skills Matrix)에 따라 경영, 회계, 투자, 기술, ESG 등 회사가 필요한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를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사추위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사외이사후보추천자문단을 별도로 꾸리거나 주주로부터 공개 추천을 받는 등 다양한 방법을 병행하기도 한다. 이런 방법들은 질 높은 사외이사 후보 풀을 넓히는 동시에 추천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으므로 바람직하다.
하지만 더 구체적이어야 한다. 단순히 '사추위의 추천을 받았다', '자문단의 추천을 받았다', '주주의 추천을 받았다'가 아니라 최초 추천자의 이름, 소속, 사외이사 후보와의 관계, 추천 이유를 명시할 필요가 있다.
사외이사는 무거운 책임이 따르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행위도 무거워야 한다. 추천에는 추천서가 동반된다. 추천서의 존재 자체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추천서의 권위는 추천자로부터 나온다.
KT&G의 시도를 눈여겨볼 만하다. KT&G는 주주제안에 의해 추천된 사외이사 후보의 경우 안다자산운용,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중소기업은행 등 추천자를 명시하고 있다. 다만 주주제안이 아닌 다른 경로로 추천된 사외이사 후보의 경우 추천자가 명시되지 않은 한계는 있다.
KT&G가 일부 행동주의 펀드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독특한 경우더라도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서의 기술 방법은 결국 다른 상장사들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바람직한 결과물로 봐야 한다. 삼성, SK, 현대차, LG 등 국내 최상위권 기업집단의 대부분 상장사가 사외이사 추천의 무게를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사회 역할의 중요성이 갈수록 부각되고 있다. 그만큼 사외이사 추천의 무게는 더 무거워진다. 그 무게를 반영하는 것, 이사회 중심 경영을 이루는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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