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 현대가인 HL그룹은 역사가 깊다. 1962년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동생인 정인영 회장이 세운 현대양행이 그 뿌리다. 이후 자동차부품, 조선업, 플랜트사업 등까지 사업분야를 확장하며 규모를 키워오다 IMF 외환위기때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는 다시 공시대상기업집단 57위에 오를 만큼 위상을 가진 기업집단으로 성장했다.
HL그룹의 핵심에는 정인영 회장의 차남인 정몽원 HL홀딩스 회장이 서있다. 2014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 HL홀딩스를 통해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현재 정 회장은 그룹의 주요 계열사 등기임원을 겸직하면서 이사회 장악력을 유지하고 있다.
◇정몽원 회장, 계열사 3곳 이사회 등기임원 겸직 현재 정 회장은 계열사 3곳의 등기임원을 맡고 있다. 상장사인 HL홀딩스와 HL만도, 비상장사인 HL클레무브 등이다. 그는 그룹에서 유일하게 상장사 등기임원을 겸직하고 있다.
정 회장은 특히 HL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지주사 HL홀딩스를 통해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그는 HL홀딩스 지분 24.31%를 쥔 최대주주다. 특수관계인 등을 포함하면 28.48%의 지분을 들고 있다.
정 회장은 HL홀딩스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HL홀딩스는 지주사이지만 자동차 부·용품의 판매와 유통사업 등 자체적인 사업도 영위하고 있다. 이에 HL홀딩스 이사회에는 그룹공통총괄 대표이사(지주부문 사장)와 사업부문 대표이사(사업부문 사장)가 별도로 존재한다. 현재 김광헌 대표와 김준범 대표가 각각 지주부문 사장과 사업부문 사장을 맡고 있으며 이사회 멤버로도 활동하고 있다.
정 회장은 앞서 HL D&I 한라에서도 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이었으나 지난해 8월 등기임원 자리에서 내려왔다. 현재 그는 HL D&I 한라 미등기임원으로만 이름을 올리고 있다. HL그룹 관계자는 “CEO의 책임경영 강화 차원에서 (정 회장이)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났다”고 설명했다.
◇주요 계열사 이사회 의장, 그룹 ‘믿을맨’ 조성현 부회장·홍석화 수석사장 HL D&I 한라에서 정 회장을 대신해 핵심 역할을 맡고 있는 건 홍석화 HL D&I 한라 대표이사다. 현재 HL D&I 한라 이사회 의장도 맡고 있다.
그는 HL홀딩스에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했다. 2022년 10월 그룹 정기인사에서 그룹건설섹터장 겸 HL D&I 한라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통상 HL그룹의 건설섹터장은 HL D&I 한라 대표이사를 맡는다. 건설섹터에는 HL디앤아이한라와 HL로지스앤코(옛 한라지엘에스), HL에코텍(옛 한라오엠에스), 목포신항만운영 등 관련 계열사들이 속해 있다.
홍 대표는 지난해 8월 사장에서 수석사장으로 승진했다. 정 회장이 HL D&I 한라 사내이사직을 내려놓았을 때다. 그만큼 정 회장이 그를 신뢰하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HL만도 이사회는 ‘믿을맨’ 조성현 대표이사 부회장에게 맡기고 있다. 정 회장이 이사회 구성원이기는 하지만 의장은 조성현 대표가 맡고 있다.
조 대표는 2021년 12월 그룹의 자동차센터장과 HL만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그는 고려대에서 기계공학과 학사, 석사학위를 받은 뒤 만도에 엔지니어로 입사했다. 이후 만도 기획총괄 해외사업실을 시작으로 해외사업본부에 몸담으며 미국, 독일 등에서 글로벌 영업맨으로 활약했다. 지난해에는 그간의 공을 인정받아 부회장으로 승진하기도 했다.
조 대표는 정 회장과 함께 비상장사인 HL클레무브 등기이사직도 맡고 있다. 주요 계열사 가운데 정 회장을 제외한 유일한 겸직 등기이사다.
HL클레무브는 자율주행·모빌리티 전문 자회사다. HL만도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HL클레무브 이사회는 사내이사 4명과 사외이사 1명으로 구성돼있다. 사내이사로는 윤팔주 대표, 정몽원 회장, 조성현 부회장을 비롯해 이철 스트래티지 센터장이 등재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