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HD한국조선해양은 HD현대중공업, HD현대삼호, HD현대미포 등 조선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중간지주사다. 중간지주 산하의 상장사 이사회는 구성(사내이사 2·사외이사 3)이나 규모(총 5명) 면에서 HD한국조선해양과 동일한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유사한 구조로 운영되고 있지만 유사하지만 평가 점수는 각기 달랐다.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이 총점 172점(255점 만점)을 받아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지표 내 세부항목 중 사외이사의 감사·견제 항목이 우수한 점수를 받아 산하 상장사(HD현대중공업 152점, HD현대미포 162점, HD현대에너지솔루션 121점)의 표본이 되고 있다.
◇공인회계 자격 감사위원 보유, 견제·평가개선 평점 4점 '육박'
THE CFO는 자체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지난 5월 공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지난해 사업보고서, 올해 반기보고서 등이 기준이다. 6대 공통지표(△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로 이사회 운영·활동을 평가한 결과 HD한국조선해양은 255점 만점에 172점을 받았다.
경영성과(2.8점)를 제외한 전 지표가 평균 이상의 평점 3점대를 받았다. 특히 견제기능과 평가개선 프로세스 지표가 4점에 육박하는 평점 3.9점으로 산출됐다. 이들 지표 내에서 사외이사 관련 항목이 5점 만점을 받아 지표 평점을 떠받친 것으로 분석된다.
전체 9개 항목으로 구성된 견제기능 지표에서 HD한국조선해양은 6개 항목이 5점 만점이었다. 지난해 사외이사만의 회의가 단 두차례뿐이라 해당 항목이 1점을 받았지만 이외 항목이 전반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공인회계사 자격 보유자가 감사위원회에 포함된 점이 눈에 띈다.
THE CFO는 공인회계사 자격 보유자가 감사위원회 위원 명단에 들어가면 5점 만점으로 평가한다. 많은 기업이 공인회계사에 준하는 전문역량(회계·재무 학위자, 경력자 등)을 갖춘 인물을 통해 감사위원회를 구성하는데 HD한국조선해양은 아예 공인회계사 자격 보유자(김홍기 사외이사)를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넣었다. HD한국조선해양 계열사 중 공인회계사 자격 보유자가 감사위원회 명단에 들어간 곳은 HD한국조선해양과 HD현대에너지솔루션 두곳뿐이다.
견제기능과 같이 평점 3.9점을 받은 평가개선 프로세스 지표에선 사외이사에 대한 개별 평가 수행과 그 결과를 재선임에 반영해 각 항목이 5점 만점을 받았다. HD한국조선해양 계열사들은 사외이사에 대한 개별 평가를 수행 중이긴 하나 평가 결과를 실제 재선임에 반영하는 곳은 HD한국조선해양과 HD현대미포 두곳뿐이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이외에도 소위원회 위원장의 사외이사 여부(구성), 사외이사 후보 관리(참여도) 등 다른 항목 내 사외이사 관련 지표가 5점 만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덕분에 이들 지표도 평균보다 높은 평점 3점 이상의 점수를 받았다.
◇작년 주가 70% 상승에도, 여전한 저평가
주가나 실적 개선, 재표건전성 등의 항목으로 구성된 경영성과 지표는 HD한국조선해양의 6대 지표 중 유일한 2점대였다. HD한국조선해양은 조선 계열사를 거느린 덕에 지난해 조선업 회복과 함께 주가도 연초 7만1000원에서 연말 12만900원으로 70% 이상 뛰었다.
주가 상승으로 주가수익률이나 총주주수익률(TSR) 등 투자 항목이 5점 만점을 받았다. 매출, 영업이익도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3.09%, 179.39%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KRX300(이하 비금융업종 277개사 기준) 평균(매출성장률 4.70%, 영업이익성장률 -2.42%)을 훨씬 웃돌았다. 이들 실적 항목도 5점 만점이었다.
그러나 HD한국조선해양의 지난해 순자산 대비 주가(PBR)는 여전히 1배 미만인 0.86배로 저평가주로 분류됐다. KRX300 평균치(2.38배)를 한참 밑돌다 보니 PBR 항목에서 5점 만점의 1점을 받았다.
재무건전성 지표인 부채비율과 이자보상배율도 KRX300 평균(부채비율 91.96%, 이자보상배율 9.72배)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1점에 머물렀다. HD한국조선해양의 지난해 부채비율은 160.65%로 관리가 필요한 수준이었으며 같은 기간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은 1.46배로 간신히 1배를 넘었다.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이면 사업으로 벌어들인 수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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