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마린엔진은 변화무쌍한 10년을 보냈다. 재무적 어려움을 겪으며 2016년 기업회생 절차개시를 신청했고 2019년 정상기업으로 복귀했다. 올해에는 HD한국조선해양에 인수돼 사명을 STX중공업에서 HD현대마린엔진으로 변경했다.

경영정상화가 가장 시급했다. 회생절차, 인수합병을 겪으며 발생한 혼란을 잠재워야 했기 때문. HD현대마린엔진은 디젤엔진, 선박용 기자재 등 주요 제품 생산에 힘쓰며 경영성과를 내는 데 집중했다. 다만 이사회 경영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은 미비했다.

◇6개 항목 중 3개 항목 '1점대'


THE CFO는 자체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그 결과 HD현대마린엔진은 255점 만점에 105점을 받았다.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반기보고서 등 6대 공통지표(△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를 기준으로 이사회 운영 및 활동을 분석했다.

HD현대마린엔진은 6대 항목 중 3개 항목에서 1점대 점수를 기록했다. 그 중 하나인 '구성' 항목은 총점 45점 만점에 15점, 5점 만점에 1.7점을 받았다.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2명, 기타비상무이사 2명으로 구성됐는데 전체 구성원 중 사외이사 비중이 과반을 넘지 않아 낮은 점수를 받았다.

'견제기능' 항목 점수는 45점 만점에 14점, 5점 만점에 1.6점이다. 최고경영자 승계정책, 부적격 임원의 선임 방지를 위한 정책 등 투명한 이사회 경영을 위한 제도가 미비했다. 또 감사위원회 구성원 중 사외이사는 3명 중 2명인데 전원이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지 않아 점수가 낮아졌다.

'평가개선 프로세스' 항목은 총점 35점 만점에 13점, 5점 만점에 1.9점이다. HD현대마린엔진은 이사회 활동에 관한 평가를 하지 않기에 그 결과를 공시하지도 않는다. 또 사외이사에 대한 개별 평가를 수행하지 않아 재선임 시 평가 결과를 반영하지 않는다. 이처럼 평가개선 프로세스가 미비해 1점대 점수를 받았다.

◇이사회 경영 시기상조…경영성과부터 끌어올려



'참여도' 항목 점수는 40점 만점에 16점, 5점 만점에 2점을 기록했다. HD현대마린엔진은 지난 한해 동안 이사회를 12차례 개최했으며 이사회 구성원의 참석율도 83%로 높은 편에 속해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았다. 다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단 한차례도 열리지 않았고 사외이사를 위한 교육이나 지원조직이 따로 없어서 점수가 낮아졌다.

'정보접근성' 항목은 35점 만점에 12점, 5점 만점에 2점을 받았다. 이사회 활동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DART)와 홈페이지 등에 충실히 공시하고 있으며 활동 내역을 간략하게나마 기재해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가장 눈에 띄는 항목은 '경영성과'다. 55점 만점에 35점, 5점 만점에 3.2점을 기록해 6개 항목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매출성장률, 영업이익성장률, 자기자본이익률(ROE), 총자산이익률(ROA) 등이 KRX300 평균 대비 20% 이상 높은 영향이다.

다만 부채비율이 평균 보다 높고 현금배당을 하지 못하는 등 과거 회생 절차의 여파가 남아있어 감점 요인이 있었다. HD현대마린엔진은 2013년부터 현금배당을 실시하지 않고 있으며 안정적인 수익구조가 확보된 후 배당을 실시할 계획이다.

또 이사회 경영을 향한 의지가 엿보이는 점도 긍정적이다. HD현대마린엔진은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더해 투명경영위원회를 따로 설치했다. 별도기준 자산총액이 2조원을 넘지 않는 상장사에 해당돼 별도의 소위원회나 조직을 구축할 의무가 없지만 자발적으로 조직을 설치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