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홀딩스가 발행주식총수의 4.6%에 해당하는 자사주를 신설 재단법인에 무상 출연하기로 결정하면서 정몽원 회장의 경영권을 강화하려는 의도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HL홀딩스에 대한 정 회장의 지분율이 25%로 재단법인에 자사주 무상출연을 통해 의결권을 부활시켜 우호지분을 확보하려는 포석이라는 논리다.
애초 자사주 취득의 목적으로 제시했던 '주주가치 제고'와도 일치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여기에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모든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사회 전원이 만장일치로 승인하면서 이사회의 견제기능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여부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대해 HL홀딩스 측은 재단법인 설립 목적이 우호지분 확보와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발행주식총수 4.6% 재단법인에 무상 출연…정몽원 회장 우호지분 확보 지적
HL홀딩스는 지난 11일 주주가치 제고 계획을 내놨다. 여기에는 올해와 2025년 각각 100억원 규모 자사주를 소각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이번달 13일 102억원(29만5340주) 규모 기취득 자사주를 소각했다. 소각된 자사주는 발행주식총수(1016만9410주)의 2.9%에 해당한다.
지난 11일 자사주 신탁계약 해지 직후 기준으로 HL홀딩스가 보유한 자사주는 76만5533주다.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56만720주에 올해 2월부터 이번달까지 합산 취득분 20만4813주를 더한 결과다. 발행주식총수의 7.5%에 해당한다.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HL홀딩스가 보유 자사주 중 소각분을 제외한 47만193주를 재단법인에 무상 출연하기로 결정한 점이다. 발행주식총수의 4.6%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HL홀딩스는 이사회 의사록을 통해 재단법인으로의 무상 출연 목적을 '사회적 책무 실행을 위해'로 밝혔다.
자사주를 무상 출연받는 재단법인은 아직 설립이 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HL홀딩스는 자사주 출연 예정일을 명시하지 않은 상태다. 재단법인 설립은 주무관청 인허가 이후에야 가능하다. 다만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자사주 처분은 이사회 승인 사실이 공시된 날의 다음날부터 3개월 이내에 처분이 이뤄져야 한다.
HL홀딩스 측에 따르면 신설되는 재단법인의 설립 주체는 HL홀딩스다. 이 때문에 재단법인으로의 자사주 무상 출연이 정몽원 회장의 경영권을 강화하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올해 초 KT&G가 20여년간 산하 재단과 기금 6곳에 자사주를 출연한 것이 우호지분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이를 재단법인에 출연하면 의결권이 부활하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HL홀딩스 최대주주이나 지분율은 25.03%로 높은 편은 아니다. 재단법인에 무상 출연하는 자사주는 발행주식총수의 4.6%로 정 회장으로서는 돈을 들이지 않고도 그만큼 우호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자사주 취득 목적 '주주가치 제고' 불일치…이사회 견제기능 미작동도 수면 위로
재단법인으로의 무상 출연은 HL홀딩스가 애초 자사주 취득의 목적으로 제시했던 '주주가치 제고'와도 어긋난다. HL홀딩스가 신탁계약을 통해 자사주를 취득하기 시작한 것은 2020년부터다. △2020년 2~8월 99억원(35만1915주) △2021년 5~12월 100억원(20만8805주) △2022년 5월~2023년 4월 100억원(30만2660주) △2024년 2~11월 70억원(20만4813주) 등 자사주를 꾸준히 취득했다. 자사주 취득 때마다 HL홀딩스가 내세운 목적은 '주주친화 정책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였다. 하지만 정작 이번에 소각한 자사주는 일부에 그쳤다.
이사회의 견제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국회에서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현행 '회사'에서 '모든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재단법인으로의 자사주 무상 출연 안건은 지난 11일 목포신항만운영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이사회에서 이사 총원 7명 전원출석에 만장일치로 승인됐다. HL홀딩스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4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사회 의장이 정 회장이다.
사내이사에는 △정 회장 △김광헌 그룹공통총괄 대표이사 사장 △김준범 사업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사외이사에는 △김명숙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용덕 전 국민은행 여신그룹 그룹대표 부행장 △정지선 서울시립대학교 세무전문대학원 세무학과 교수 △조국현 더블유아이알파트너스 대표이사가 각각 올라있다. HL홀딩스는 이사회 의사록을 통해 "참석한 이사는 충분한 검토를 하고 신중한 토의를 거친 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HL홀딩스 관계자는 "자사주 취득 자체가 주주가치 제고다. 아울러 더 큰 범주와 체계적인 사회 환원을 위해 비영리재단을 설립하는 것이므로 무형의 기업가치와 중장기적 주주가치 제고를 기대하고 있다"며 "비영리재단 설립 목적은 우호 지분 확보와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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