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HL홀딩스는 HL그룹은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지주사다. HL만도, HL디앤아이한라 등 상장사를 비롯해 HL리츠운용, HL위코, HL에코텍 등 9개의 주요 계열사를 아래에 두고 있다. 지주사이지만 자체사업도 영위하고 있다. 자동차 부·용품의 판매와 유통사업을 통해 자회사들로부터 얻는 배당수입 이외에도 실적을 올리고 있는 ‘사업형 지주사’다.
이번 이사회 평가에서 HL홀딩스는 자회사인 HL만도보다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HL만도는 총점 149점을 받았다. 하지만 HL홀딩스는 131점으로 HL만도보다 18점 낮은 131점을 얻었다. 경영성과를 제외하고 대체로 평균점수 3점을 받은 HL만도와 달리 HL홀딩스는 평균점수 2점대가 가장 많았다.
◇정보접근성·참여도 3점대, 최고점 정보접근성 3.7점 THE CFO는 자체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올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1분기 보고서 등이 기준이다. 6대 공통지표(△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로 이사회 운영 및 활동을 분석한 결과 255점 만점에 131점으로 산출됐다. 6대 공통지표 가운데 4개 지표가 1~2점대 평균점수를 받는 데 그쳤다.
정보접근성과 참여도 지표는 3점대를 기록했다. 6개의 지표 중 정보접근성 지표가 평균점수 3.7점으로 가장 높았다. 홈페이지와 공시를 통해 이사회 활동 내역과 기재구조보고서 등을 공개하고 있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주주환원정책을 미리 공시하고 있다는 점도 평점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HL홀딩스는 올해부터 2026년까지 3개년의 주주환원 정책을 수립해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3개년 내 최소 1주당 2000원 이상의 주당 배당금을 유지할 계획이다. 또 200억원의 주식을 분할 취득하고 취득 완료 시점에 소각할 예정이다.
다만 사외이사 후보 추천 경로를 구체적으로 기재하고 있지 않아 해당 항목은 1점으로 평가됐다. 기업기재구조 핵심지표 준수율 또한 46.7%로 3점에 그쳤다.
이사회 참여도는 3.4점으로 평가됐다. 이사회 구성원들의 최근 3개년 이사회 참석률은 100%를 기록했다. 평균적으로 이사회 소집 8일 전에 이사회 안건을 구성원들에게 알리고 있어 해당 항목도 만점인 5점을 받았다.
다만 위원회 운영과 관련해서 최저점을 받았다. 현재 HL홀딩스는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상장사가 의무적으로 설치해야하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감사위원회를 제외하고 추가로 정도경영위원회만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정도경영위원회는 총 3회가 열렸다. 이는 의무설치위원회를 제외한 기타위원회 운영을 평가하는 지표에서 1점에 해당한다.
◇경영성과 1점대, 구성·견제기능·평가개선 프로세스도 2점대 그쳐 HL홀딩스의 아킬레스건은 경영성과였다. 11개 항목에서 2개 항목만 만점을 받았다. 지난해 배당수익률과 영업이익성장률은 각각 6.01%, 7.37%로 평균을 웃돌았다. 특히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항목은 모두 1점에 그쳤다. 부채비율은 127.48%로 평균치인 91.96%를 훌쩍 웃돌았다. 순차입금/EBITDA도 5.71배로 평균치인 1.12배보다 5배 가량 높았다. 이자보상배율은 2.52배로 평균치인 9.72배에 한참 미달했다.
이사회의 구성과 견제기능, 평가개선 프로세스는 모두 2점대에 머물렀다. 이사회 구성은 평균 2.6점을 기록했다. 대체로 평균인 3점을 받았지만 오너가인 정몽원 HL홀딩스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어 점수가 크게 깎였다. 이사진의 경력과 전문성을 관리하는 BSM(Board Skills Matrix)도 지배구조보고서 등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낮은 점수를 받았다.
견제기능도 2.8점으로 평가됐다. 사외이사만 참여하는 회의가 지난해에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아 해당 항목에서 1점을 받으며 평균 점수를 끌어내렸다. 최고경영자 승계정책이 마련돼있지 않은 점도 평점에 악영향을 미쳤다. 회계재무분야 학위보유자를 포함한 사외이사 4인으로 구성된 감사위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어 해당 항목에서는 만점을 받았다.
평가개선 프로세스는 평점 2.1점에 그쳤다. 이사회와 사외이사를 대상으로 한 평가가 이뤄지고 있지 않아 대부분의 항목에서 1점을 받았다. 한국ESG기준원(KCGS)에서 실시하는 ESG평가에서는 종합 A등급을 받아 점수를 소폭 만회했다. HL홀딩스는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으로 KCGS로부터 종합등급 ‘A등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