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업부가 하나의 독립된 회사로 분할될 때는 많은 이야기가 나온다. 해석이 180도 달리 나오기도 한다. 매각을 위한 기초 작업이라는 시선도 있을 수 있고, 핵심 사업부를 본격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신호탄이라는 상반된 해석이 나온다. 2020년 LG화학 배터리 사업의 물적분할과 LG에너지솔루션의 탄생은 당연 후자였다.
LG에너지솔루션의 탄생 후 회사의 가장 큰 관심사는 기업공개(IPO)였다. IPO 단행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시장 상황은 나쁘지 않았다.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짙었지만 여전히 저금리 시기였고, 배터리 시장에 대한 전망도 2024년 현재보다는 비교적 밝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얼마나 많은 공모 자금을 끌어모으느냐가 관건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자본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의 IPO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신주 발행으로 신규 유입 현금량만 약 10조원을 끌어모았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유럽·국내 등 배터리 시설투자에 나섰다.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배터리 시장에 발맞춰 생산 능력을 늘리면서 글로벌 배터리 메이커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하는데 IPO가 초석이 됐다.
그 중심에는 C레벨이 있었다. 김종현 전 사장과 권영수 전 부회장이라는 CEO들이 그 중심이다. 다만 IPO, 자금 조달 등 LG에너지솔루션의 혈액을 돌게 한데에는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이창실 부사장을 빼놓을 수 없다.
이창실 부사장은 1964년 12월 생으로 마산 중앙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경희대 산업공학과 83학번으로 입학했다. 이후 핀란드 알토대 경영학 석사(헬싱키 경제대학원) 과정을 밟았다. 구광모 회장 체제가 들어선 후 지주사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된 권봉석 부회장도 헬싱키 경제대학원을 졸업했다.
이 부사장은 1988년 LG전자 전자레인지팀으로 입사했다. 이후 조리기기생산관리팀, 조리기기기획팀을 거쳐 창원 회계팀장을 맡았다. 2005년에는 LG전자 에어컨 경영관리그룹장을 맡았다.
상무 승진은 2009년 말이었다. 정도현 전 LG전자 사장이 CFO로 있었던 시기 이 부사장은 상무로 승진하며 LG전자 CFO부문 인도 경영관리팀장을 맡는다. 2010년 순손실을 냈던 LG전자 인도법인(LGEIL)은 이듬해 순이익 811억원을 내며 흑자 전환하기도 했다. 2011년과 2012년도 1000억원대 순이익을 내는 등 순항했다.
이 부사장은 2014년부터 다시 국내로 복귀해 IR과 M&A 업무를 담당했다. 이 부사장이 LG전자 M&A 업무를 담당하던 시절 LG전자가 추진한 인수 건이 바로 오스트리아 전장 업체인 ZKW다. ZKW 인수 설이 돌자 이에 대한 조회공시 요구에 답변한 책임자도 이 부사장이다. 이듬해 이 부사장이 북미 지역 CFO로 이동했을 때 LG전자는 지주사 LG와 함께 ZKW를 1조4000억원에 인수하면서 전장 사업으로 보폭을 넓힌다.
신설 법인 LG에너지솔루션이 탄생하면서 그룹은 어떤 인물을 CFO로 앉힐지 고민했다. 구광모 회장과 권영수 부회장 등 새로운 리더십이 들어선 그룹, 재무적 이슈가 산적해 있는 신설 배터리 법인의 CFO 자리에는 이 부사장이 낙점됐다.
이 부사장은 2019년 10월 LG화학 전지·경영관리담당으로 이동했다. 이어 곧바로 있었던 연말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이후 LG에너지솔루션이 탄생한 2020년 12월 1일부터 전담 CFO로 근무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