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11년차 스타트업 비바리퍼블리카(이하 토스)의 재무 조직에는 유별난 구석이 있다. 조직 구성은 일반 회사와 다르지 않다. 다만 역할과 권한이 훨씬 넓은 편이다. 특히 자원 배분과 의사결정 지원을 담당하는 재무 계획·분석(FP&A)팀은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토스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손익 개선 작업을 수행해왔다. 이 과정에서 재무 조직, 특히 FP&A팀의 존재감도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도 팀 차원에서 개발한 내부 지표(MTVi)를 통해 의사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재무전략과 유저 데이터 분석 결합…'미니 CFO' 역할 수행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토스는 FP&A 팀 소속 매니저(Strategic Finance Manager)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토스 자체 재무 전략을 만드는 일반 FP&A는 물론 연결회사 또는 계열사 재무까지 담당하는 커뮤니티 FP&A팀 채용까지 함께 진행 중이다.
기업의 FP&A 팀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아래서 재무 데이터를 분석하고 미래 전망을 예측하는 역할을 맡는다. 자체 내부 자료는 물론 업황 등 산업 변화를 반영해 미래 시나리오를 짜기도 한다. 자금, 회계, 세무와 함께 기업 재무조직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 중 하나다.
토스 FP&A 팀 역시 형태는 같다. 자금팀, 회계팀과 함께 재무조직(Finance Tribe) 휘하에 있다. 기능 역시 타 기업과 비슷하다. 재무 데이터를 분석해 기업 의사결정에 활용하고, 전체적인 예산 배분과 집행 과정을 관찰해 재무 성과를 개선하는 것이 목표다. 계열사 전략에도 관여하는 커뮤니티 팀이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표면적 차이점이다.
현재 FP&A 조직은 약 20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토스 FP&A, 커뮤니티 FP&A, 유저 데이터를 분석하고 재무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데이터 분석팀(DIA, Data Intelligence & Analysis)로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은 별도 데이터 분석 애널리스트를 두고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정량적 판단을 내린다는 점이다. 재무 분석과 추정을 넘어서 유저 데이터를 직접 추출하고 가공해 매출 기여도를 정량적으로 분석한다.
이런 구조 때문에 FP&A 실무진의 역할도 일반 기업과 상당 부분 차이가 난다. 개별 매니저의 직무 범위와 권한이 보다 넓은 편이다. 제품을 중시하는 특유의 문화, 하의상달(Bottom-Up)식 의사결정 구조 때문에 '미니 CFO' 역할을 한다는 것이 토스 측 설명이다.
◇MTVi 등 독자적 지표 개발, 파격적 의사결정 원동력 토스는 공격적인 마케팅과 사용자 경험을 우선하는 전략을 통해 빠르게 시장에 자리잡았다. 이 과정에서 플랫폼 사업에 특화된 평가 기준을 FP&A팀이 개발해 기여하기도 했다. 토스의 플랫폼 전략을 반영해 MTVi(Mid Term Value-Incremental) 지표를 독자적으로 만든 것이 대표적 사례다.
MTVi는 직접적인 수익과 비용만이 아니라 토스 플랫폼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개발된 지표다. 2021년 토스가 ‘평생 무료 송금’ 정책을 전격적으로 시행했던 것 역시 MTVi 평가 결과에 따른 의사결정이었다. 당시 재무팀에서 플랫폼에 끼치는 긍정적 파급 효과가 더 크다는 점을 정량적으로 뒷받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토스 FP&A팀의 존재감은 최근 더욱 커지고 있다. 회사는 연초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고 기업공개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증시 입성을 위해 가장 중요한 부분은 매출 성장세는 유지하면서도 수익성은 개선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FP&A팀을 중심으로 ‘손익 개선 이니셔티브’ 등 전사적 비용 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프로젝트의 목표는 유저 경험의 훼손과 성장성 하락 없이 손익을 개선하는 것이었다. 현재까지 실적 추이를 보면 1차 목표는 이뤄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토스의 지난해 연결 매출액은 1조3707억원으로 설립 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1분기 역시 4401억원의 매출액을 거뒀다. 매출 성장도 유의미하지만 순손실 규모를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다는 것이 유의미한 지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