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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구조 개선, 연속 흑자 비결...미국 현지법인 추진"

김경수 토스증권 CFO "미국 운용사 한국 시장 관심 커"

안준호 기자  2024-08-21 13:15:38
출범 4년차를 맞은 토스증권이 기세가 무섭다. 지난해 연간 흑자전환 목표를 이룬 이후 성장세에 가속도가 붙었다.

올해는 상반기에 이미 연간 영업이익 예상치를 달성했다. 내부적으론 증시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는 수익구조가 만들어졌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경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은 인물이다. KDB산업은행에서 금융권 생활을 시작해 스타트업과 글로벌 기업 재무조직을 거쳤다. 특히 경기 순환 업종인 반도체 장비 분야 재무 관리를 맡았던 경험은 증권사에서도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4개 분기 연속 흑자 유지, 핀테크 증권사 '경쟁력' 입증

토스증권은 올해 상반기 매출액 1751억원, 영업이익 306억원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액은 80% 이상 늘어난 가운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분기만 놓고 보면 이익 증가 폭이 더욱 가파르다. 영업이익 183억원, 순이익 224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이후 4개 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토스증권은 지난 2021년 출범한 신생 증권사다. 인가 획득 이전부터 시장 주목도는 컸지만 전망은 엇갈렸다. 금융권의 ‘메기 효과’를 일으켰던 카카오뱅크의 사례를 재현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증권업계에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기란 어렵다는 평가도 받았다.

가장 큰 약점으로 거론됐던 것은 사업 포트폴리오다. 증권사에게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시장은 전체 사업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최근 들어선 자산관리, 기업금융 등에 힘을 쏟는 곳들도 많아졌다. 경쟁자가 즐비한 시장에서 새로운 혁신 모델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적지 않았다.

최근 성적은 이런 의구심을 씻어내기에 충분한 수준이다. 이미 해외주식 분야에서는 키움증권, 삼성증권 등 업계 선두 증권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외화증권 거래금액 비중은 12.3%였다. 키움증권과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등에 이어 4위 수준이다.

금융 ‘슈퍼앱’ 토스(toss)의 힘에 기댄 측면도 있지만, 수면 아래에서 토스증권 임직원들이 기울인 노력도 상당했다. 특히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의 지속적인 고도화를 통한 고객 유입 효과가 컸다.

머신러닝을 통한 실시간 공시 번역, 커뮤니티 기능의 활성화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토스증권 서비스는 모두 사용자 경험(UX)을 최우선에 놓고 설계가 이뤄진다. 다만 꼭 필요한 기능을 남겨놓기 위해 무수히 많은 데이터를 분석한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지난해 부임한 김경수 CFO에게도 최근 실적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그는 “매출액이나 고객 규모의 경우 일시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는 수단도 있지만, 영업이익이 턴어라운드하기 위해서는 전사적 노력이 필요하다”며 “회사 구성원 모두가 노력한 결과”라고 말했다.
김경수 토스증권 최고재무책임자(CFO)

◇비용 구조 효율화로 흑자 행진 탄력…"하락장에서도 수익성 확보 목표"

흑자전환이 단순히 고객 증가에만 기댄 결과는 아니다. 마케팅 정책을 효율화하며 비용 구조를 개선한 효과도 컸다. 김 CFO는 “흑자전환을 위해 마케팅 비용과 의사결정 과정을 대폭 개선했다”며 “증시 상황이 변하더라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고, 현재는 안정권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4분기 연속 흑자 전환은 곧 비용 개선을 통해 기초 체력이 올랐다는 의미”라며 “고정 비용은 IT 투자를 중심으로 규모를 늘려가고, 마케팅 등 변동 비용은 예측 시나리오를 세워 상황에 따라 대응하는 방식으로 효율화된 구조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현재 토스증권 재무조직은 CFO 휘하 약 30여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회사인 비바리퍼블리카와 마찬가지로 IT, 전략, 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방면의 인재들이 모여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있다. 일반적인 회사 재무조직보다 전략,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정도가 높다는 설명이다.

김경수 CFO는 “재무 파트에서 수익 개선 이니셔티브(Initiative) 등 독자적 내용을 발제하고 실제로 이끌어가고 있다”며 “기업 전략, 데이터 분석, 재무 기획·분석(FP&A)팀 등 다양한 경험을 가진 구성원이 모였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김 CFO 역시 다채로운 이력을 가졌다. 산업은행을 시작으로 미국 MBA를 거쳐 스타트업, 글로벌 대기업 조직을 차례대로 거쳤다. 이런 경력이 증권사 CFO 역할에도 도움을 줬다. 특히 직전 일했던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pplied Materials)는 증권사와 유사한 점이 많았다.

그는 “반도체 산업의 경우 업황과 시황에 따라 상황 변동이 큰 대표적인 시클리컬(cyclical) 산업으로 꼽힌다”며 “위탁매매 의존도가 큰 토스증권 역시 상황이 비슷하기 때문에 세밀한 시나리오에 따라 미리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했다”고 말했다.

◇”미국 현지 법인, 비금융 분야 사업 기회 엿본다”

흑자전환 목표를 달성한 토스증권은 또 다른 도전을 앞두고 있다. 올해 웹트레이딩시스템(WTS), 해외 채권 등 다양한 서비스를 추가한 가운데 미국 현지 법인 설립을 추진한다. 김경수 CFO는 현지 법인장 역할을 맡게 된다. 해외 시장에서 축적한 다양한 경험을 고려한 인선이다.

토스증권은 약 1년에 걸쳐 미국 법인 설립을 준비해 왔다. 미국 주식 거래 서비스를 구축하는 가운데서 자연스럽게 필요성을 느꼈다는 설명이다. 김 CFO는 “해외 주식 서비스를 고도화하기 위한 여러 방안들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도출된 결론”이라고 말했다.

미국 법인은 현지 운용사 등과 다양한 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 CFO는 “장기적으로는 고객들에게 다양한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단기적으로는 현지 파트너사들과의 협업을 추진하는 것이 목표”라며 “특히 비금융 분야에서는 운용사들과 B2B 측면의 다양한 협업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가동은 내년 이후 시작될 전망이다. 금융업 인가를 받는 것은 물론 현지 조직을 세팅하는 과정에서도 시간이 걸릴 예정이다. 다만 회사 측에선 현지 운용사들과의 협업 가능성이 상당히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유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김 CFO는 “개인 투자자들이 이 정도 규모의 미국 주식을 거래하고 있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례”라며 “인접 국가들보다 한국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규모가 훨씬 큰 편이고, 이런 점에서 현지 운용사들의 관심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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