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홀딩스는 ‘주인 없는 기업’으로 오너(지배주주)가 부재하다. 지배주주에 편향된 의사결정이 있을 수 없는 구조다. 다만 이럴 경우 회장을 주축으로 한 경영진에 막강한 권력이 집중될 수 있다. 포스코홀딩스에도 이사회의 견제기능은 여전히 중요한 과제인 이유다.
포스코홀딩스는 주주 추천 사외이사 경로 확보, 사외이사후보추천자문단 운영, 부적격 임원 선임 방지 위한 규정 마련 등 이사회의 견제장치가 작동하는 부분들이 다수 파악됐다. 다만 내부거래에 대한 감독 기능에 대해선 미미한 점수를 받았다. 사업적으로 내부거래가 많을 수 밖에 없는 포스코그룹인 만큼 다소 아쉬운 대목으로 지적된다.
◇경영진 견제 '원활', 별도 내부거래위원회는 부재
THE CFO는 자체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지난 5월에 나온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및 2024년 1분기 보고서를 기준으로 삼았다. 6대 공통지표(△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로 포스코홀딩스의 이사회 구성 및 활동한 평가한 결과, 255점 만점에 179점으로 산출됐다.
'견제기능' 항목은 이사회가 지배주주, 즉 오너를 견제하고 독립성을 갖춘 경영을 일궈나갈 수 있는 지를 판별하기 위한 평가 툴(Tool)이다. 사외이사 후보추천 과정과 내부거래, 감사위원회 구성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보수체계 등을 살펴본다. 다만 포스코홀딩스의 경우 오너 없는 ‘전문경영인 기업’인 만큼 경영진에 대한 견제기능이 원활히 작동하고 있는지를 확인했다.
포스코홀딩스는 견제기능 항목에서 45점 만점에 37점, 평점은 5점 만점에 4.1점을 받았다. 우선 내부거래(특수관계자 거래)에 대한 이사회의 통제 기능 미비하다는 점에서 감점이 있었다. 포스코그룹은 내부거래가 많은 기업으로 잘 알려져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시한 2023년 주요 계열사 간 상품·용역거래 현황에 따르면 포스코그룹 안에서 별도기준 내부거래액 규모가 1000억원을 넘는 계열사가 11개로 확인됐다.
이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곳은 포스코다. 지난해 별도기준 총 매출 38조9715억원 가운데 44.7%(17조4050억원)가 계열사에서 나왔다. 그 다음으로 큰 곳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이다. 계열사 거래로 얻은 매출은 14조8925억원, 별도기준 총매출 대비 52.2%다. 포스코DX의 내부거래 비중은 90%에 이른다.
이 가운데 그룹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의 이사회는 별도의 내부거래위원회를 두지 않았다. 내부거래만 전담해 감독하는 기구가 없고 대신 ESG위원회에서 내부거래 업무를 겸하고 있다. 이에 따라 5점 만점에 3점만을 부여받았다.
사외이사추천 경로를 놓고는 독립성을 확보해 5점 만점을 받았다. 우선 2004년부터 이사후보추천위원회 안에서 사외이사후보추천자문단을 운영 중이다. 사외이사후보추천자문단이 선임 예정 이사의 5배수를 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제안하고 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자격을 심사, 주주총회에 후보를 추천하며 최종적으로 주주총회에서 선임 여부를 결정하는 경로다.
주주로부터 이사 추천도 받는다. 주주추천제도를 2018년부터 도입, 운영 중이다. 정기주주총회 약 3~4개월 전 상법상 주주제안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주를 대상으로 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 명의의 공문을 발송해 주주 당 1인의 사외이사 예비후보 추천을 의뢰하고 있다. 주주로부터 추천 받은 후보는 다른 후보와 동일하게 사외이사후보추천자문단에서 자격심사를 실시한다. 2019년 3월 정기주총 당시 1명의 주주추천 사외이사 후보가 자격검증을 받았는데 최종 후보로는 추천되지 않은 바 있다.
경영진이 참여하지 않는 사외이사만의 회의는 작년 반기 별로 두 차례(정기 기준) 개최됐다. 이에 따라 4회 미만에 해당돼 1점이 부여됐다. 다만 포스코홀딩스는 필요 시 임시 사외이사 회의를 수시로 개최하고 있다. 임시 사외의사회의까지 포함하면 작년 10회의 사외이사만의 회의를 열었다.
◇최고경영자 승계 정책 2017년 이후 마련, 올해부터 개선안 적용
포스코홀딩스가 작년 말 발표한 신지배구조 개선안의 핵심은 ‘최고경영자 승계정책’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작년 11월 1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 등으로부터 회장에 권한이 집중된 지배구조를 거세게 지적받았으며 이를 계기로 지배구조 개선안을 마련했다. 현직 회장의 연임 우선 심사제 폐지, 기존 신임 회장 후보군 발굴 시스템 ‘승계카운슬’ 폐지 등이 골자다. 다만 이번 평가는 2023년을 기준으로 하는 만큼 작년 이사회 활동을 대상으로 했다.
2023년 기준으로 포스코홀딩스는 최고경영자 승계정책을 마련해놓고 이를 공시해 5점 만점을 부여받았다. 포스코홀딩스는 2017년부터 최고경영자 후보의 체계적 육성을 위해 임원 및 관리자급 직원을 대상으로 단계별 핵심인재를 선발·관리해왔다. 이를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자세히 기술해놓아 정보접근성도 좋은 편이다.
이 밖에 기업가치 훼손 또는 주주권익 침해에 책임이 있는 자의 임원 선임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도 마련해놓아 해당 항목에서 5점을 받았다. 포스코홀딩스는 임원 후보군에 대해서는 주관부서에서 상시 전문성, 리더십 및 업적 등을 검증하고 있다. 특히 금품수수, 횡령, 정보조작, 성윤리 위반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는 중이다.
견제기능의 핵심인 감사위원회는 3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법규에 따라 그 중 한 명 이상은 회계·재무전문가를 둬야 한다. 회계사 자격을 가졌거나 금융권, 정부, 증권유관기관 등에서 회계·재무 관련 업무 또는 이에 대한 감독업무를 수행한 경력이 모두 5년 이상 된 이를 회계·재무전문가로 분류한다. 현재 감사위원장인 손성규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가 후자에 해당된다. 미국공인회계사(AICPA) 자격증 보유자로 전문성을 지녀 5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