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유동성 풍향계

단기차입 비중 커진 포스코인터, 부담 크지 않은 이유는

올 상반기 단기성차입 비중 52.3%…영업채무 성격·보유 현금 고려 시 대응 충분

정명섭 기자  2024-09-04 14:28:57

편집자주

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올 들어 포스코인터내셔널의 단기 차입 비중이 50%를 넘어섰다. 포스코에너지와 살림을 합친 이후 단기 상환부담이 커지는 추세다. 다만 상당 부분은 매입채권을 회수하면 상환할 수 있는 영업채무 성격의 차입금이며 1조원이 넘는 현금성자산과 대체자금조달 수단 등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상환 부담이 크지 않다는 평가다.

◇2년여 만에 단기성차입금 비중 50% 넘어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올해 상반기 말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6조3027억원이다. 작년 말 대비 1.5% 증가한 수치다. 이 중 1년 이내에 상환기일이 돌아오는 단기성차입금은 2조2936억원이다. 전체 차입금의 52.3% 수준이다. 2022년 말(50.7%), 2023년 말(44.8%) 대비 다소 오른 수치다. 한국신용평가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차입금 만기 구조가 단기로 쏠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단기성차입금 항목 중 단기차입금은 1조8000억원, 유동성 장기차입금은 3000억원, 유동성 사채는 1조2000억원이다. 이중 단기성차입금 규모를 키운 요소는 NEGO차입금(단기차입금)과 유동성 사채다.



올 상반기 말 NEGO차입금은 5760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약 1000억원 늘어났다. NEGO차입금은 기업이 물건을 판 후 현금 대신 받아온 매출채권을 은행에 매각해 현금을 융통하는 단기 외화 차입 방식이다. 수출을 많이 하는 종합상사들의 차입구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영업채무다. 2009년 국제회계기준(IFRS)의 국내 도입 이후 NEGO차입금은 단기차입금으로 분류돼 수출 기업들의 부채비율을 높였다. 그러나 매출채권을 회수하면 상환할 수 있는 계정이라 실질 상환 면에선 부담이 크지 않은 항목이다.

유동성 사채의 경우 2020년 말 4170억원을 기록한 이후 2022년 말까지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다 포스코에너지와 합병 이후인 작년 말에 8767억원, 올해 1조원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다른 단기차입금 항목(유동성 장기차입금, 유동성 리스부채 등)이 감소한 것과 대조적인 흐름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 측은 3년 전 발행한 회사채의 차환 시기가 도래해 일시적으로 단기 차입 부담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올 상반기 말 현금성자산은 1조1588억원이다. 단기성차입금(2조2936억원)은 이를 크게 상회한다. 그러나 신용평가사들은 단기에 유동성 리스크가 불거질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매출채권 회전 기간이 짧아 NEGO차입을 상환하는 데 무리가 없고 연평균(최근 3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1조3000억원이 현금흐름을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무역금융 여신한도가 6조2000억원가량 남아 대체 자금조달 역량도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에너지 투자만 1조원, 추가 조달 불가피해외 신평사 등급 획득 이유

다만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앞둔 투자를 고려하면 곳간이 아주 넉넉하다고 볼 수는 없다. 현재 회사는 미얀마 가스전 4단계 개발, 호주 세넥스에너지 가스전 증설, LNG 2터미널 투자 등 에너지 분야에서만 올해 1조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 중이다. 올 상반기까지 4000억원 이상이 투입됐다.

소재·식량 투자까지 고려하면 2026년까지 투자할 금액은 5조원이다. 이익 체력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차입 부담 확대와 그에 따른 재무건전성 지표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미얀마 가스전 4단계 개발은 심해 2개 필드 내 생산정 3공과 천해 1개 필드내 생산정 1공을 추가로 시추하고 해저 배관·설비 등 기존 플랫폼에 공정 설비를 추가로 설치하는 작업이다. 지난 7월부터 시설공사가 시작됐다. 작년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1228억원이 투입됐는데 하반기에는 이보다 투자비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투자는 2027년 2분기까지 진행된다.

에너지 외 분야에선 멕시코와 폴란드에서 추진하는 구동모터코아 공장 신증설 프로젝트가 있다. 현대차에서 선수주한 물량(전기차 103만대분)을 생산하기 위한 설비 투자다. 두 공장 모두 내년 준공이 목표다. 폴란드 신공장에서 생산한 구동모터코아는 현지에서 생산되는 셀토스급 전기차에 탑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최근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로부터 신용등급을 처음으로 획득한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에 이어 그룹에서 세 번째 사례다. 대외 신인도 제고뿐 아니라 해외채권 발행 등으로 자금조달 루트를 다변화하겠다는 의지가 깔렸다.

S&P는 신용등급 BBB+, 무디스는 Baa2로 평가했고 전망은 모두 '안정적(Stable)'을 받았다. BBB+는 LG에너지솔루션, LG화학 등과 같은 등급이다. 다만 S&P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의 높은 단기차입금 의존도가 유동성을 제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글로벌 사업 확장에 대비하기 위해 등급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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