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사회는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기타비상무이사 등 여러 사람이 모여 기업의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기구다. 이들은 그간 쌓아온 커리어와 성향, 전문분야, 이사회에 입성한 경로 등이 사람마다 각기 다르다. 선진국에선 이런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을 건강한 이사회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이사회 구성원들은 누구이며 어떤 분야의 전문성을 갖고 어떤 성향을 지녔을까. 이사회 멤버를 다양한 측면에서 개별적으로 들여다 본다.
포스코DX는 최근 정기주주총회에서 SK IT사업부문을 총괄해온 안정옥 전 사업대표를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포스코그룹 출신 인사들이 경쟁사 중량급 인사를 자체적으로 영입했다는 점에서 안 사외이사 영입에 이목이 쏠렸다. 안 사외이사 영입 전 포스코DX는 이사회 산하 ESG위원회를 신설하고 리스크 관리 체계를 체계적으로 구축했다.
안 사외이사는 ESG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하면서 포스코DX 계열사 내부거래에 따른 리스크를 점검함과 동시에 신사업 추진 관련 조언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코스피 시장으로 이전 상장한 포스코DX가 사업을 확대해나가는 과정 속에서 지배구조 개선 역할에도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업계 시선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 경쟁사 인력 영입…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도 확대 포스코DX는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안정옥 전 SK C&C 사업대표를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연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선더버드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안 사외이사는 SK E&S 해외사업기획본부장과 SK이노베이션 배터리기획실장, SK C&C 경영지원부문장과 전략기획부문장 등을 거쳐 SK C&C 사업을 총괄했다.
2019년 C&C 사업대표직을 내려놓았을 당시 안 사외이사는 SK의 사업부문 실적 개선을 이끈 것과 함께 그룹 계열사들의 디지털 전환 기반 구축을 위한 전략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9년 당시 SK의 사업부문 매출액은 1조8420억원. 2017년 안 사외이사가 사업대표로 일하기 시작한 후 매년 꾸준히 사업 규모를 확대해온 결과다.
ESG 역량을 키운 것도 안 사외이사 업적 중 하나다. 2018년 SK C&C 사업대표 직속으로 사회적 가치 추진실을 설치, 청년장애인 정보통신기술 전문가 육성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청각장애인용 문자통역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SK ESG 등급을 'A+(환경 A·사회 A+·지배구조 A+)'로 책정했다.
현행 상법 상 자산 2조원 미만 상장사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설치할 의무가 없다. 지난해 말 포스코DX 별도기준 자산은 8520억원이다. 포스코DX는 사추위를 운영하고 있지 않아 사외이사 선출 과정을 살펴보기 어렵지만, 이사회가 그간 후보를 내왔다는 점에 비춰보면 안 사외이사 역시 이사회가 선임했을 가능성이 크다.
안 사외이사 영입 직전 포스코DX 이사회는 오랜기간 그룹에 몸담아온 인물 위주로 구성돼 있었다. 정덕균 대표와 허종열 경영기획실장, 김지용 전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장 등이 대표적이다. 포스코맨들이 직접 나서서 경쟁사 인사를 영입해온 셈이다. 기존 1명이었던 사외이사 수를 2명으로 확대한 것 역시 의미가 있다.
◇ ESG위원회 내부거래 심의 주력…신사업 기여도 포인 안 사외이사 역량은 이사회 산하 ESG위원회를 통해 먼저 발현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신설한 ESG위원회의 역할은 ESG 관련 정책을 심의 결정하고 현행법상 내부거래를 사전심의 승인하는 것. 업계 관계자는 "그룹 SI로 계열사 거래를 통해 몸집을 불려온 포스코DX가 내부거래 심의 절차를 만들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룹 차원의 세부 절차도 구축했다. 전사적 리스크 통합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위험요인 선제 발굴을 위해 6개 분야 총 55개 항목 188개 세부지표 체크리스트를 마련했다. 경영회의체 심사분석회의에서는 경영활동 전반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매월 점검하고, 전사 대응이 필요한 사안은 ESG위원회에 보고해 대응하는 체계를 갖췄다.
포스코DX는 지난해 말 ESG위원회를 신설한 이후 지난 6월 현재까지 총 3번 개최했다. 김호원 사외이사를 위원장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비롯해 환경경영 추진 계획과 인권경영 정책을 승인하는 안건 등이 다뤄졌다. 지난해 ESG 경영 성과와 내년 중점 추진방향 등을 보고받고 관련 운영현황 등을 주제로 사외이사 교육이 이뤄지기도 했다.
안 사외이사가 포스코DX 신사업에 어떤 기여를 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3연임을 확정지은 정덕균 대표는 올해 인공지능과 디지털트윈 등의 기술을 활용해 사업을 고도화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지난 1월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 상장한 포스코DX가 실적 개선에 따라 지배구조를 체계화할 필요성도 점쳐지고 있다.
포스코DX 역시 안 사외이사의 과거 사업적 성과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DX는 안 사외이사 선임 배경에 대해 '에너지와 배터리, IT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면서 '과거 사업대표 사장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성장 및 지속가능성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