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유동성 풍향계

LG, 화학·전자 지분 취득 재원 충분…자회사 매각 덕분

실트론·루셈·LG CNS 지분 매각으로 현금 축적…상반기 말 1.4조 보유

박기수 기자  2024-08-30 10:24:27
LG가 과감히 5000억원을 들여 LG화학과 LG전자의 지분을 취득하겠다는 자신감의 근거에는 1조원 넘게 보유 중인 현금성자산이 꼽힌다. LG는 2010년대 중후반 이후부터 시작된 사업구조 개편 과정에서 자회사 지분 매각을 통해 수천억원의 현금을 축적했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는 올해 상반기 말 별도 기준 현금성자산으로 1조3725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LG화학과 LG전자 지분 매입에 필요한 5000억원을 상회하고도 남는다.

LG는 내년 3월 31일까지 LG화학 주식 95만6937주를 3000억원에, LG전자 주식 203만4587주를 2000억원에 매입할 예정이다. 매입 지분량이나 취득 단가는 70~130% 범위 내에서 바뀔 수 있으나 지출하는 현금 총량은 총 5000억원이다.

LG가 1조원이 넘는 현금을 보유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2010년대 중후반부터 이뤄졌던 주력 자회사들에 대한 지분 매각 덕분이다.

LG는 2017년 초 보유하고 있던 LG실트론(현 SK실트론) 지분 51%를 SK로 6200억원에 매각했다. 이어 같은 해 디스플레이 구동칩 후공정 자회사인 루셈의 지분 68%를 LG그룹 방계 기업인 LB세미콘에 750억원에 매각했다.

2019년 말에는 미국 현지 신사옥 건축을 위해 설립한 해외 법인 'LG Corp. U.S.A'의 지분 100%를 1억6500만달러(약 1930억원)에 LG전자로 매각했다.

이어 2020년 4월 말 LG는 맥쿼리PE에 LG CNS 지분 35%를 1조189억원에 매각했다. 매각 이후 LG는 현재 LG CNS의 지분 49.95%를 보유하고 있다.


이외 LG는 자회사들로부터 수령하는 배당수익을 비롯해 매년 잉여현금흐름을 착실히 창출해왔다. 2022년과 작년 LG가 인식한 배당금 수익 현금흐름은 각각 5667억원, 5389억원이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3634억원의 배당금 수익을 인식했다.

잉여현금흐름의 경우 매년 1000~3000억원 수준을 창출하고 있다. 작년 LG의 별도 기준 잉여현금흐름(영업활동현금흐름에서 자본적지출과 배당금지급액을 제외한 값)은 2570억원이다. 2021년과 2022년에는 각각 2466억원, 3489억원을 기록했다.

지주사 차원의 현금 유출 이벤트는 현금 유입 이벤트 대비 상대적으로 적었다. 2018년 ZKW Holdings 인수로 4219억원을 쓰고 2020년 LG유플러스 지분 취득으로 900억원을 지출한 것이 대표적이다. LG의 조단위 현금성자산 보유의 비결은 비핵심자산으로 분류된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투자에는 신중한 자세를 취한 결과물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