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거금을 들여 LG화학과 LG전자의 지분을 추가로 취득한다. 지분 취득으로 LG는 지배력 추가 확보와 더불어 매년 수령하는 배당 수익도 늘어난다.
이외 이번 지분 매입 결정으로 주력 자회사들에 대한 '책임 경영' 강화 의지도 드러난다는 평가다. 특히 작년 부진을 겪은 LG화학에 대해서도 사업에 대한 그룹 차원의 믿음이 확고하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5000억 들여 지분 취득, 매년 배당 50~100억 추가 수령 LG그룹 지주사 LG는 5000억원을 투입해 LG전자와 LG화학 주식을 장내 매수한다고 29일 공시했다.
구체적으로 LG화학 주식 95만6937주를 3000억원에, 전자 주식 203만4587주를 2000억원에 매입한다. 올해 11월 1일부터 한 달 간 양 사의 매입 예정 주식 절반을 취득하고, 내년 3월 31일까지 한 차례 더 매입한다. 매입 지분량이나 취득 단가는 70~130% 범위 내에서 계획과 달리 거래될 수 있다.
LG는 "지분 확대를 통한 안정적 경영권 유지 및 LG 수익구제 제고가 거래의 목적"이라고 밝혔다.
내년 3월까지 예상 수량을 전부 취득하면 LG의 LG화학·전자 지분율은 소폭 상승한다. 현재 LG는 LG화학의 지분 30.06%를, LG전자는 30.47%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 취득 후에는 각각 31.29%, 31.59%로 상승한다.
보통주 지분율의 경우 LG는 현재 LG화학과 LG전자의 지분을 각각 33.34%, 33.67% 보유하고 있다. 지분 취득 후에는 지분율이 각각 34.69%, 34.91%로 상승한다.
이번 지분 취득으로 LG는 LG화학과 LG전자로부터 매년 수령하는 배당 총액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LG화학과 LG전자의 작년 사업연도에 대한 1주당 배당금은 각각 3500원, 800원이다. LG가 취득하는 각 사의 지분 매입량을 대입하면 LG화학에서는 33억원, LG전자에서는 16억원의 추가 배당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LG화학의 경우 작년 사업 부진으로 배당 금액이 축소됐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LG화학과 LG전자의 3개년 평균 1주당 배당금은 각각 8500원, 783원이다. 이 수치를 통해 계산하면 LG는 LG화학에서 매년 81억원, LG전자에서는 16억원의 배당 수익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4년 전 유플 지분 매입 때 주가 상승, 자회사 '밸류업'도 기대 LG가 양 사 지분 취득에 들이는 자금의 규모 대비 실질적인 이득 효과는 상대적으로 적어 보일 수 있다. 지분율 변동이 큰 것도 아니며 배당 수익으로 취득 원가를 넘기 위해서는 수십 년 이상이 필요하다.
이에 이번 지분 취득의 뒷 배경으로 업계 일각에서는 LG의 '밸류업' 의지가 반영됐다고도 해석한다. 그룹 핵심 사업인 전자와 화학의 지분을 지주사가 직접 취득하면서 사업에 대한 믿음을 시장에 보여주고 각 사의 주가 부양 효과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2020년 LG는 LG유플러스 지분 매입을 통해 '주가 상승' 효과를 입증했다. LG는 당해 4월 초중순부터 5월 말까지 LG유플러스 주식 704만5598주를 900억원에 매입했다. 당시 9000~10000원대에 머물고 있었던 LG유플러스 주가는 LG의 지분 매입 발표 이후 11000~14000원대까지 상승했던 바 있다.
이외 이번 지분 매입은 석유화학 업황 부진과 전기차 시장의 수요 부진으로 시장의 우려를 받고 있는 LG화학에 대해 지주사 차원에서 지분 취득으로 힘을 실어준다는 의미도 있다. 미래 성장 사업에 대한 투자와 일시적인 현금흐름 저하로 분위기가 침체해 있는 LG화학 사업에 지주사의 '믿음'이 더해졌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LG가 이번 지분 취득으로 얻는 실익은 추가 배당수익 정도를 제외하면 미미하다"라면서 "전자·화학 등 그룹 핵심 사업에 대해 지주사 차원의 책임 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