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은 올해 유·무형자산에 대한 자본적지출(CAPEX)을 전년 대비 줄이고 차입금 증가 속도 또한 둔화시켰다. 석유화학 업황의 회복이 느려진데다 전기차 시장의 수요 감소 등 시장 상황에 맞춰 투자 속도를 조절하는 모습이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화학은 올해 상반기 별도 CAPEX로 7854억원의 현금을 썼다. 작년 상반기 1조5339억원 대비 절반 수준이다.
LG화학은 지난 몇 년간 전기차 시장의 성장에 따라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요소인 '양극재'에 많은 금액을 투자하고 있었다. 다만 최근 들어 전기차 수요가 감소하면서 생산능력 확보 등 투자 계획을 일부 조절하고 있다.
지난달 LG화학은 2분기 실적발표회에서 "2026년 이후 양산을 목표로 검토 중이었던 국내 NCM(니켈·코발트·망간) 양극재와 모로코 LFP 양극재 투자는 고객과의 물량 조정을 토대로 가동 일정을 순연할 계획"이라며 "단기적으로 투자 확대보다는 기존 자산의 효율화와 비용 혁신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고객과의 물량 계약을 전제로 증설 규모를 확정하는 등 보수적 투자 전략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LG화학은 2017년부터 작년까지 매년 1조원에서 많게는 3조원 이상의 CAPEX를 집행했다. 특히 2018년부터는 2조8000억원을 투입해 나프타분해시설(NCC) 증설 결정을 내리는 등 양극재 사업 외에도 회사 전반적인 사업 부문에 대한 투자 속도를 높였다.
다만 최근 석유화학과 전기차 관련 산업 등 핵심 사업군의 업황 회복이 둔화하면서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LG화학은 실적발표회에서 "올해 CAPEX는 3대 신성장 동력 중심으로 당초 4조원 규모로 계획했지만 전년도와 유사한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차입 증가 속도도 눈에 띄게 둔화한 모습이다. LG화학은 작년 상반기에만 차입금이 1조6963억원 늘어났었다. 올해 상반기는 차입금 증가분이 4421억원이다.
LG화학은 별도 기준으로도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차입금이 10조7881억원으로 10조원을 이미 돌파했다. 현금성자산을 제외한 순차입금도 8조5632억원으로 증가 속도가 빠르다. LG화학의 순차입금은 불과 3년 반 전인 2020년 말에는 2조6813억원에 불과했었다.
고무적인 부분은 업황 악화 속에서도 영업활동현금흐름을 내고 있다는 점이다. LG화학은 올해 상반기 별도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10조3772억원, 2127억원을 기록했다. 석유화학 사업부문도 2분기 영업이익으로 320억원을 내는 등 분전했다. LG화학이 기록한 상반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별도 기준 8832억원이다. 작년 상반기(8368억원) 대비 5.6% 증가했다.
하반기 LG화학의 현금 상황은 개선될 여지가 있다. LG화학은 실적발표회를 통해 "하반기에 편광판과 편광판 소재 사업 매각 대금 등이 들어올 계획"이라면서 "현 시점에서 추가로 자금 조달 계획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LG화학의 상반기 말 별도 현금성자산은 2조2249억원이다. 작년 말 2조961억원 대비 6.1% 증가했다.
LG화학은 작년 9월 편광판 사업을 중국 샨진 옵토일렉트로닉스에, 편광판 소재 사업은 중국 허페이 신메이 머티리얼즈에 양도하기로 했다. 양도 가액은 각각 약 2690억원(2억달러), 8292억원(45억위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