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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발판은 '주식스와프'

SKT 지분교환, 로엔엔터 인수…사업 확장, 자금 유출 최소화 '이점'

박동우 기자  2023-01-02 08:00:00

편집자주

이제 투자를 빼놓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을 말할 수 없게 됐다. 실제 대기업 다수의 CFO가 전략 수립과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CFO가 기업가치를 수치로 측정하는 업무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할 게 없다. THE CFO가 CFO의 또 다른 성과지표로 떠오른 투자 포트폴리오 현황과 변화를 기업별로 살펴본다.
카카오가 거대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발판이 된 건 '주식 스와프(stock swap)'였다. 기업 간에 동일한 금액 규모의 지분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실질적으로 지출되는 현금이 없다는 이점을 갖췄다.

SK텔레콤 지분 매입,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 등 굵직한 사례들을 써내려갔다. 주식 스와프는 사업 확장뿐 아니라 자금 유출 최소화까지 고려해야 하는 카카오 경영진에게 매력 있는 투자 방식으로 자리매김했다.

2019년 하반기에 카카오는 SK텔레콤과 지분을 맞교환했다. 당시 카카오는 SK텔레콤의 3000억원어치 자기주식 126만6620주를 매입했다. 동시에 같은 액수의 신주 217만7401주를 발행해 SK텔레콤에 배정했다. 그 결과 카카오는 SK텔레콤 지분 1.6%를 보유하고, SK텔레콤은 카카오 주식의 2.5%를 확보하게 됐다.

재무건전성을 제고하는 부수적 효과도 발생했다. 지분 교환 과정에서 이뤄진 제3자배정 유상증자가 자기자본 확충에 기여했기 때문이다. 카카오의 별도 기준 부채비율이 2019년 9월 말 35.1%에서 12월 말 33.5%로 1.6%포인트(p) 낮아진 사례가 방증한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성장 기로마다 주식 스와프를 구사했다. 창업자인 김범수 전 이사회 의장은 과거 설립했던 한게임 지분을 네이버에 팔면서 NHN엔터테인먼트 주식을 취득했다. 이후 카카오 출범에 필요한 시드머니(seed money)를 마련키 위해 NHN엔터테인먼트 지분을 처분했다는 일화가 회자된다.

2014년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하면서 증시에 우회 입성할 때도 주식 스와프를 활용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의 합병 비율을 기준 주가에 맞춰 '1 대 1.5'로 정하고, 카카오 주식을 다음커뮤니케이션 신주와 바꿨다. 발행한 신주 4300만434주는 그해 10월에 상장됐다.

'조 단위' 투자로 손꼽히는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 건에도 주식 스와프가 녹아들었다. 2016년 카카오는 음원 스트리밍 앱 '멜론'을 운영하던 로엔엔터테인먼트 지분 76.4%를 1조8743억원에 매입했다. 홍콩계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스타인베스트홀딩스 리미티드와 SK플래닛에서 갖고 있던 주식을 사들였다.

카카오는 로엔엔터테인먼트 지분 매각 주체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SK플래닛에 7544억원 상당의 자사주를 나눠주는 거래 구조를 짰다. 카카오는 주당 10만9121원에 신주를 찍어내는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6063억원 규모, SK플래닛이 1481억원어치 주식을 확보했다.

M&A 국면에서 카카오가 지출한 현금은 인수 총액의 60%인 1조1199억원이다. 지분 매입 자금 가운데 8000억원을 차입했는데, 그 영향으로 부채비율이 2015년 말 21.1%에서 2016년 말 43.1%로 급격히 높아졌다. 자칫 전액 현금을 투입했다면 재무적 압력이 더 가중될 수도 있었던 만큼 주식 스와프 방식을 병행한 건 '신의 한 수'였다.



로엔엔터테인먼트 딜(Deal)에 관여했던 배재현 수석부사장은 현재 카카오의 최고투자책임자(CIO)로 활약 중이다. 당시 얻은 경험을 토대로 주식 스와프 방식의 투자를 계승했다. 기업가치가 1조원에 육박한 여성 의류 플랫폼 '지그재그' 운영사인 크로키닷컴(지금의 카카오스타일) 사례가 돋보인다.

2021년 4월에 카카오커머스 산하 스타일사업부를 인적 분할해 크로키닷컴과 합병시켰다. 크로키닷컴은 합병 대가로 발행한 신주를 카카오커머스 주주에게 지급했다. 자연스레 카카오가 지분을 확보하면서 크로키닷컴의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전자상거래 사업 입지 강화'와 '유동성 통제'라는 두 토끼를 잡은 딜(Deal)로 평가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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