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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인사 코드

'미래사업 실험' 앞장선 카카오 CFO

④송지호·권기수·최세훈, 투자기업 CEO 발탁…'중장기 성장 핵심 조력자' 인식

박동우 기자  2023-01-31 15:05:18

편집자주

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THE CFO가 최근 중요성이 커지는 CFO 인사에 대한 기업별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카카오를 거쳐간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의 면면을 살피면 공통점이 존재한다. '미래 사업'을 실험하는 데 부응한 인물들이다. 송지호·권기수·최세훈 등 전임 재무 임원 3인방은 카카오가 투자한 국내외 기업의 최고경영인(CEO)으로 발탁됐다.

신사업이 실패하더라도 다시 대표로 기용하는 등 굳건한 신뢰를 드러낸 인사 사례도 존재한다. 카카오가 CFO 출신 인물을 단순한 자금 관리 전문가로 한정짓지 않고, 기업의 중장기 성장을 도모하는 핵심 조력자로 인식한다는 방증이다.

CFO를 역임한 인물 가운데 송지호 부사장의 커리어가 단연 돋보인다. 송 부사장은 카카오 초대 재무 총괄 임원을 지내고 물러난 뒤인 2015년 하반기에 동남아시아로 향했다. 현지 법인 '패스모바일' 대표를 맡기 위해서였다.

당시 카카오는 내수 시장에 국한하지 않고 해외로 나아가 수익원을 보강하는 밑그림을 그렸다. 특히 젊은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고 구매력이 한층 증대된 아세안(ASEAN) 권역을 주목했다.

카카오는 2015년 5월에 2000만달러(230억원)를 투입해 미국 인터넷 기업이 운영하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패스'와 모바일 메신저 앱 '패스톡'을 사들였다. 당시 인도네시아에서 패스의 월평균 이용자(MAU)가 1000만명을 웃도는 만큼 글로벌 개척 기조에 부합하는 사업 아이템이라고 판단했다.

기존 다음커뮤니케이션 싱가포르 지사를 패스모바일로 전환했다. 현지 사업을 이끌어나갈 인력도 보강했다. 카카오와 보조를 맞출 수 있는 경영진 가운데 적격자가 송지호 부사장이었다. 10년 가까이 CFO를 역임한 덕분에 사내 자금 관리에 능통한 데다, 2000년대 CJ인터넷 북미법인을 총괄하는 등 해외 경력이 두터운 대목도 가점으로 작용했다.


송 부사장이 패스모바일 대표로 부임했지만 경영은 녹록지 않았다. 2016년 137억원, 2017년 258억원 등 잇달아 순손실이 발생했다. 시장 트렌드 변화 역시 사업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불특정 다수와 친구 관계를 형성하는 페이스북·인스타그램과 달리, 패스는 가족이나 지인과 제한적으로 교류하는 SNS였기 때문에 꾸준한 성장이 여의치 않았다. 결국 2018년에 패스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동남아 현지 사업이 기로에 접어들었다.

동남아 사업의 재기를 모색하면서 카카오는 신성장 동력으로 '블록체인'을 낙점했다. 계열사인 그라운드X가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을 개발했다. 이어 당국 규제가 유연한 싱가포르에 법인 '크러스트'를 세웠다.

2021년 송 부사장은 크러스트 대표에 올랐다. 한 차례 실패를 겪었지만 카카오 경영진은 송 부사장의 경영 기본기를 신임했다. 창업자인 김범수 전 이사회 의장과 송 부사장의 오랜 친분도 한몫했다.

크러스트는 카카오의 블록체인 사업을 전담하는 자회사로 자리매김했다. 그라운드X의 클레이튼 플랫폼 개발 부문까지 넘겨받았다. 자체 기술 연구를 뛰어넘어 블록체인과 연관성이 밀접한 기업에 자금을 집행하는 투자사 역할까지 부여됐다.


최세훈 전 CFO는 핀테크 사업 확장에 마중물을 부었다. 2020년 하반기에 카카오페이가 론칭한 '보험사업 추진 태스크포스(TF)'의 책임자로 부임하면서 첫 발을 뗐다. 이후 출범한 카카오페이손해보험 대표로 취임했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의 설립 자본금은 1000억원으로 카카오페이가 600억원을, 카카오는 400억원을 책임졌다.

2004년부터 2008년까지 다음다이렉트자동차보험(현 신한EZ손해보험)의 경영을 총괄한 경험이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당시 최 전 CFO는 기존 보험사와 경쟁에서 뒤처져 영업 적자를 겪었던 회사 실적을 흑자로 바꾸는 성과를 이룩했다. 출동 요청을 접수한 지 30분 안에 보상 담당자가 사고 현장에 도착하지 못하면 운전자에게 상품권을 지급하는 등 소비자 영업 방안을 적극 구사한 대목이 주효했다.

권기수 전 카카오 경영기획파트장은 케이벤처그룹(현 카카오인베스트먼트) CFO를 거쳐 2017년 탱그램팩토리 대표를 역임했다. 탱그램팩토리 모회사는 탱그램디자인연구소로, 2015년에 케이벤처그룹이 인수한 업체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연계한 운동 기구를 만드는 데 특화된 스타트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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