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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전략 분석

카카오, 관계사 다이어트 '성공적'…지분법이익 껑충

연결 손익 영향 최소화 주력, 투자 포트폴리오 정리 통해 500억 수혈

김소라 기자  2024-08-22 08:04:20

편집자주

기업의 재무전략은 사업과 기업가치를 뒷받침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사업자금이 필요하면 적기에 조달을 해야 한다. 증자나 채권 발행, 자산 매각 등 방법도 다양하다. 현금이 넘쳐나면 운용이나 투자, 배당을 택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선택엔 결과물이 있다. 더벨이 천차만별인 기업들의 재무전략과 성과를 살펴본다.
카카오가 상반기 유의미한 경영 성과를 거뒀다. 타이트한 내부 관리를 바탕으로 이익분을 크게 끌어올렸다. 경상적인 플랫폼부문 매출을 유지하면서 기투자 포트폴리오를 적극적으로 정리한 것이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카카오는 올해 관리와 통제에 집중하는 경영 전략을 펼치고 있다. 종속 법인 및 주력 계열사 통합 관리를 도맡는 CA(Corporate Alignment)협의체를 중심으로 합치된 의사 결정을 내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재무 측면에서도 관련된 활동이 감지된다. CJ 그룹에 장기간 몸 담은 '재무통' 신종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새롭게 영입하며 재정 관리 강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카카오는 올해 비영업 부문에서 이익을 상당분 확보했다. 상반기 연결 당기순익은 1550억원으로 전년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동기간 매출분이 늘며 영업익 자체가 확대된 것을 고려해도 가시적인 순익 성장을 거뒀다. 법인세 비용 차감 전 순익은 3000억원대로 집계됐다.


관계사 재무구조 회복이 주효하게 작용했다. 올 상반기 카카오는 총 425억원의 지분법 이익을 냈다. 작년 동기 마이너스(-) 53억원의 지분법 손실이 발생한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변화다. 관계 법인으로 분류된 기업들의 순자산이 당해 증가함에 따라 보유 지분 만큼의 몫이 카카오 연결 재무제표에 반영됐다. 동시에 손실을 내고 있던 계열사를 정리하며 영업외 비용이 확대되는 것을 억제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부실 계열사를 정리하는 차원의 변화라기 보단 손자 회사 등 기존 사업과 관련성이 적은 곳을 솎아냈던 것이 주효했다"며 "올해 선택과 집중을 핵심 키워드로 비주력 계열사를 정리하고 비용을 통제하는 경영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관계 법인 중심으로 다수 변화가 감지된다. 기보유 지분을 처분하거나 매각 예정 자산으로 재분류하는 등 다각도로 변화를 기하며 지분법 손익 반영에 따른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효성 그룹 특수관계법인인 스포츠 마케팅 업체 '갤럭시아에스엠'과 카카오헤어샵을 운영하는 '와이어트' 등에 대한 손질이 대표적이다.

코스닥 시장 기업공개(IPO) 작업이 지연되고 있는 교육용 로봇 업체 '럭스로보'도 일부 털어냈다. 해당 업체는 적자 상태가 지속, 이에 따라 카카오 손익계산서 상 지분법 손실로 반영돼 왔다. 상반기 말 보유 지분은 5.6%다. 최초 취득 당시 29억원 수준이던 동 지분 가치는 현재 5억원에 채 못미치는 상황이다.


이같은 비주력 투자 법인 정리 작업으로 카카오는 가용 자산을 확충하는 결과를 거뒀다. 올 상반기 관계·공동 기업 투자분 처분을 통해 총 503억원을 신규 수혈했다. 지난해 상반기 해당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과 비교하면 30배 더 많다. 관계사 지분을 추가 취득하는데 사용한 자금은 전년대비 200억원 감소한 470억원을 기록했다.

이를 모두 포함한 올 상반기 카카오 연결 현금성 자산은 6420억원 더 늘어난 5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이 기간 연결 유동부채가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며 유동비율은 소폭 내렸다. 구체적으로 상반기 말 연결 유동비율은 134%로 전년말 대비 10%포인트 하락했다.

주력 계열사들의 약진도 힘을 싣었다. 핵심 계열 법인인 '카카오뱅크'가 올해 카카오 지분법 이익분을 주도적으로 끌어올렸다. 상반기 총 630억원이 지분 보유(27.2%)에 따른 영업외 이익으로 반영됐다. '디어유'와 '디앤씨미디어' 등 소프트웨어 업체들과 나스닥 상장 금융서비스 업체 'Siebert Financial Corp'에서도 10~50억원의 지분법 이익이 잡혔다.

카카오의 계열사 솎아내기 기조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해 CA협의체를 중심으로 사업의 본질을 카카오톡과 인공지능(AI)으로 설정한 만큼 이와 연관성이 낮은 계열사는 지속적으로 정리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더불어 영업 비용 절감 등 내부 통제에 기반한 재무 전략을 견지 중이다. 최근 재무 조직 선봉장도 CJ 출신 신종환 CFO로 교체했다. 기존 크레디트스위스 등 투자 은행 경력을 보유한 최혜령 CFO는 물러났다. 이에 대해 업계는 카카오의 경영 기조가 투자와 확장에서 안정 도모로 이동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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