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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양수도와 자산 양수도, 기업 인수, 기업공개(IPO) 등 굵직한 재무적 이벤트의 관건은 사고 팔고자 하는 것의 가치를 매기는 작업이다. 자산 가치법과 시장기준 평가법, 수익가치 평가법 등 기업은 여러 밸류에이션 방법론을 자율적으로 택한다. 한 기업이 어떤 밸류에이션 방법론을 택했는지, 피어(Peer) 기업은 어떻게 선정했는지 등은 높은 몸값을 받으려는 기업들의 치밀한 재무 전략의 일종이다. THE CFO는 기업이 재무적 이벤트 과정에서 실시한 밸류에이션 사례를 되짚어봤다.
현금흐름할인법(DCF)에 따른 SK넥실리스의 추정 실적과 실제 5개년 간 기록한 실적에는 큰 괴리가 있었다. 밸류에이션 과정에서 매겨진 1조1900억원이라는 가격표는 SKC의 장밋빛 전망이 일부 반영된 결과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SKC의 SK넥실리스 인수를 '실패 사례'라고 단정짓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다.
2019년 당시 밸류에이션 결과 SK넥실리스의 주식 가치는 1조1671억원이었다. 다만 실제 5개년 실적으로 적용해 재평가한 결과 SK넥실리스의 주식 가치는 -1조4217억원이었다. 대규모 자본적지출(CAPEX) 발생으로 현금흐름이 발생하지 않았던 탓이다.
다만 이는 단순히 일전에 SKC가 채택한 밸류에이션 방식에 실제 회사가 기록한 숫자를 대입해 재산출한 값일 뿐이다.
또 SK넥실리스는 올해 이후에도 계속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으로 5개년 간의 실적만을 보고 SK넥실리스의 주식 가치를 평가할 수는 없다.
작년 '캐즘' 시기를 제외하면 SK넥실리스의 주주 성과는 견조한 편이었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의 경우 2019년부터 2021년까지는 매년 두 자릿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SK넥실리스는 연결 ROE로 △2019년 15.8% △2020년 13.2% △2021년 15.1%를 기록했다. 2022년에도 6.3%를 기록하다가 작년 -18.2%를 기록하며 기세가 꺾였다.
실제 기록한 5개년 누적 순이익(지배주주 기준)도 495억원으로 흑자다. 또 FCFF의 큰 괴리를 가져왔던 추정치 대비 큰 CAPEX 역시 미래 매출과 수익성 제고를 위한 투자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SK넥실리스는 작년 말 부터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동박 생산을 시작했다.
또 SKC가 화학·필름 중심의 전통 사업에서 친환경 소재 사업의 공급자로 정체성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전기차 밸류체인 내 존재감있는 기업을 포트폴리오에 추가했다는 점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증권가 등에서도 단기적으로는 실적 개선세에 불확실성이 있으나 중장기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리포트를 통해 "동박 사업부는 유럽 전기차 수요 둔화로 단기적 실적 회복의 불확실성이 높으나 올해 기대되는 핵심 고객사향 공급계약이 반영된다면 매출의 경우 작년 대비 40%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전했다.
주요 시장인 미국의 탈중국 기조도 긍정적인 소식이다. SK넥실리스는 아직 북미 공장은 없지만 북미 지역으로의 진출을 검토 중이다.
원재료인 구리 가격 상승으로 인한 단기적인 스프레드 확대도 기대된다. 한국비철금속협회에 따르면 런던 금속거래소(LME) 시세 기준 구리의 톤당 가격은 7월 10일 기준 9696달러로 2022년 연 평균 가격(8797달러), 2023년 연 평균 가격(8478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구리 가격이 상승하면 판가에 반영돼 매출과 수익성 개선 가능성이 커진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작년 이후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전기차 등 친환경 사업으로의 흐름은 중장기적으로 우상향 곡선을 그릴 여지가 크다"라면서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여전히 성장하는 시장인 만큼 관련 밸류체인 사업체들 역시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