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역량 지표 또는 이사회 역량 현황표 등으로 번역되는 'BSM(Board Skills Matrix)'은 이사회 구성원의 능력과 자질, 국적, 성별 등을 한 눈에 보여주는 도표다. 작성자는 기업으로 주주와 투자자는 BSM을 통해 이사회 구성의 적정성을 판단할 수 있다. BSM 공시 여부로 이사회의 투명성과 주주친화성을, 그리고 BSM 내용(구성 항목 등)으로 이사회의 전문성과 방향을 읽어낼 수 있다.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BSM 공시가 확산하는 가운데 국내에도 이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속속 늘고 있다. THE CFO가 각 기업의 BSM 공시 여부와 내용 등을 종합 분석해본다.
한국의 3대 통신사 중 하나인 KT.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 두 회사는 이사회의 BSM(Board Skills Matrix, 이사회 역량 구성표)을 어떻게 구성하고 있을까.
KT의 경우 통신 뿐 아니라 인터넷·미디어·부동산·금융 등 다양한 업종을 영위 중인 만큼 사외이사 인원도 많다. 이들 중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 전문성을 보유한 이사들이 가장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KT BSM엔 가장 기본사항인 이사들의 '역량'만이 담겨있다.
버라이즌의 경우 사실상 BSM을 만들지 않고 있다. 다만 이사들의 보유 역량을 각 이사마다 기술해 놨다. 버라이즌 사외이사들의 89%가 전·현직 CEO 출신인 만큼 전략기획에 전문성을 둔 이사들이 가장 많았다. 리테일과 테크놀로지에 일가견이 있는 이사들도 상당수였다.
◇KT 이사회 규모 큰 편...ICT 전문성 보유 사외이사 다수
KT는 사외이사 8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통상 대기업들의 사외이사 인원보다 많다. 이사회 규모를 키워 다양한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토록 하는 게 우수한 지배구조의 표본인 만큼 이는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KT의 경우 미디어와 통신을 비롯해 부동산, 금융, 위성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보다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필요로 한다.
KT가 영위하는 대부분의 사업들이 고도의 ICT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정보통신기술 전문성을 보유한 이사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최양희 이사는 박근혜 정부 시절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인물이다. 서울대학교 AI위원회 초대 위원장도 맡은 바 있다. 현재 KT의 이사회 내에서 ICT 및 미래기술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김성철 이사는 윤석열 정부에서 국무총리 소속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이자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비상임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KT는 김 이사를 ICT 쪽 전문가로 분류했다. 곽우영 이사는 현대자동차 차량 IT개발센터 센터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차량IT융합혁신센터 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한 이력도 있는 만큼 ICT 전문가로 분류됐다.
ESG 전문가도 있다. 윤종수 이사는 이명박 정부 시절 환경부 차관을 역임한 인물이다. 현재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이사 및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승훈 이사는 과거 SK 및 SK텔레콤 M&A부문을 이끈 경험이 있다. KT 사외이사 중 경영 및 재무 전문가로 분류돼 있다.
재무 및 법률 전문가도 있다. 안영균 이사의 경우 한국공인회계사회 상근연구부회장 겸 삼임회계법인 대표를 지낸 인물이다. KT 이사회에서 재무 및 회계 전문가로 평가되며 KT의 감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용헌 이사의 경우 법률 전문가다. 전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으로 현재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이 밖에 조승아 이사의 경우 현재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를 맡고 있다. 과거 한국전략경영학회 부회장과 서울대학교 국제협력본부 본부장을 역임했다. KT 이사회 내에서 경영 전문가로 평가되고 있지만 타 회사 경영 경험이 없는 점은 아쉬운 부분으로 꼽힌다.
◇버라이즌, 이사 89%가 CEO...전략기획 전문성 강한 이사회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의 이사회 구성은 어떨까. 버라이즌은 크게 소비자 부문과 비즈니스 부문을 영위한다. 소비자 부문은 무선 및 유선 통신 서비스를 제공한다. 비즈니스 부문의 경우 인터넷, TV채널 방송통신 서비스, 데이터·비디오·회의 서비스, 보안·관리 네트워크 서비스, 로컬·장거리 음성서비스, 다양한 사물인터넷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이에 따라 사외이사 구성도 버라이즌 사업과 관련성이 높은 리테일, 테크놀로지, 사이버보안 전문가들로 쏠려있다.
버리이즌 사외이사는 Shellye Archambeau(셸리 아샴보), Roxanne Austin(록사나 오스틴), Mark Bertolini(마크 버톨리니), Vittorio Colao(비또리오 콜라오), Laxman Narasimhan(락스만 나라심한), Clarence Otis(클래런스 오티스), Daniel Schulman(다니엘 슐만), Rodney Slater(로드니 슬레이터), Carol Tomé(캐롤 톰) 등 9명이다. 이사회 의장은 이사회 내 유일한 사내이사이자 버라이즌의 대표이사(CEO)인 Hans Vestberg(한스 베스트버그)가 맡고 있다.
버라이즌은 한 이사 당 전문 분야를 3개씩만 제시한다. 이 가운데 전략 기획(Strategic planning)에 전문성을 둔 이사들이 8명으로 가장 많았다. CEO를 포함, 총 10명의 이사 가운데 80%가 해당 역량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버라이즌은 이사진 10명 중 9명을 타사의 전·현직 CEO로 선임할 정도로 회사 경영 역량을 중요하게 평가한다. 이에 따라 구성원 대부분이 전략 수립과 기획에 탁월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 다음은 △리테일(Consumer/B2B/retail) △재무지식(Financial expertise) △테크놀로지(Technology) △리스크관리(Risk management) 전문가들이 많았다. 각 분야 당 4명씩이 체크됐다. 아무래도 버라이즌이 영위하는 서비스가 리테일 대상이 대부분이고 테크 지식이 필요한 사업이 많다보니 해당 전문가들로 이사회가 다수 채워졌다. 재무와 리스크관리는 기본적으로 회사의 관리감독상 필수 영역이라는 점에서 해당 전문가들도 많았다.
이 밖에 △규제 정책(Regulatory/public policy) △통신(Telecommunications) △사이버보안(Cybersecurity)에 대한 전문성을 보유한 이사들도 있었다. 마케팅(Marketing and brand management)에 전문성이 체크된 사외이사는 한 명 있었다.
다만 버라이즌은 대표역량(Key skills & experience)을 이사 별로 열거할 뿐 BSM을 따로 마련하진 않는다. 이사회 구성의 적정성이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 이유다. KT와 마찬가지로 이사 재임기간과 나이, 인종, 성별 등의 정보 역시 BSM 상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