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제작사이자 ENA 채널 운영을 도맡고 있는 스카이라이프TV가 지속된 콘텐츠 투자에도 불구하고 외부자본 유치는 피해가고 있다. 자금이 넉넉한 모기업 KT스카이라이프 자금을 지원해주고 있는데다 '가성비 좋은' 콘텐츠 제작을 이어가고 있는 덕분이다.
스카이라이프TV는 대형 제작비를 요하는 드라마와 달리 손익분기점이 낮고 수익 창출력도 높은 예능에 집중하고 있다. 자체 조달만으로 콘텐츠 제작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배경이다.
◇KT스카이라이프·스튜디오지니 지원 “내부 조달로 충분” 스카이라이프TV는 이달 유상증자로 모기업인 KT스카이라이프와 그룹 관계사인 KT스튜디오지니로부터 총 300억원을 조달했다. 확보한 자금은 대부분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에 쓸 예정이다. 유증 후에도 지분 관계는 KT스카이라이프 62.29%, KT스튜디오지니 37.31%로 동일하게 유지됐다.
투자은행(IB)과 관련 업계 예측과는 다른 행보다. 그간 스카이라이프TV의 외부 자본 수혈과 이에 따른 지분 희석 가능성이 제기돼왔다. 콘텐츠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 부담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제작사들은 라인업 다양화, 안정적인 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주주 구성을 다양화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스카이라이프TV는 아직까지 외부 자본을 들일 필요성을 낮게 판단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모기업 KT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내부자본으로 충당하기 힘들거나 큰 자본 소요 등이 있을 때 외부자본 유치를 추진하지만, 이번 스카이라이프TV 증자는 당사와 KT스튜디오지니 내부자금으로도 충분히 조달 가능한 수준”이라며 “ENA 채널의 위상 강화로 광고와 프로그램사용료 등 손익 기반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스카이라이프TV는 보유한 현금이 그리 많지 않지만 유동성 창출능력과 재무건전성이 양호한 편이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80억원에 불과하지만 차입금 및 사채를 대부분 털어내 재무부담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영업활동현금흐름은 528억원으로 안정적 흐름을 이어갔다.
이번 유상증자에서 볼 수 있었듯이 KT스카이라이프도 모기업으로써 든든한 지원력을 가지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KT스카이라이프 별도기준 현금성자산은 1128억원 수준이다. 이 기간 단기차입금은 1000억원 가량이다. 1분기 현금창출력은 1100억원대로 준수한 자금 동원력을 보유하고 있다.
◇예능 제작, 낮은 손익분기점·광고 수익 창출력 보유 비용 부담 낮아 KT스카이라이프와 스카이라이프TV가 외부 투자 유치에 적극적이지 않은 또 다른 주요 이유로는 콘텐츠 분담 구조가 자리잡고 있다. 최근 협의를 통해 예능 등은 주로 스카이라이프TV에서 맡고 드라마 제작은 KT스튜디오지니에서 주도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스카이라이프TV는 제작 비중을 예능에 보다 두면서 ‘가성비’ 효과를 크게 가져갈 수 있게 됐다. 많게는 수백억원 달하는 제작비를 소모하는 드라마와 달리 예능은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이 덜하다. 투입할 자금 규모가 적어진 만큼 외부자본을 들여 지분을 희석할 필요성도 낮아졌다.
국내 예능 전문 제작사 관계자는 “예능 제작비도 과거 대비 많이 올라 회당 2억원 내외를 오가는 경우도 존재하지만 여전히 드라마에 비해 크게 저렴한 것이 사실”이라며 “드라마 대비 광고, PPL 노출에 대한 시청자 거부감도 상대적으로 덜해 비용 회수 효율 역시 더 높다”고 설명했다.
인적 구성도 '예능'에 방점을 뒀다. 스카이라이프TV는 지난해 신임 수장으로 KBS 출신 김호상 대표를 앉혔다. 김 대표는 PD 출신으로 예능본부에서 뮤직뱅크, 청춘불패 등 다양한 예능 프로를 연출한 전문가다. 당시 업계는 김 대표 부임으로 스카이라이프TV와 ENA가 예능에 더 집중할 것으로 내다봤다. ENA는 올해 12편에 달하는 신규 예능을 내놓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