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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ard IndexBSM 분석

카카오뱅크, 미국 최대 인뱅 찰스슈왑과 비교해보니

카카오뱅크 융합형 역량 단편적 전달…찰스슈압 항목 구체화, 이사회 정보 '효과적' 공시

김현정 기자  2024-04-25 11:31:56

편집자주

이사회 역량 지표 또는 이사회 역량 현황표 등으로 번역되는 'BSM(Board Skills Matrix)'은 이사회 구성원의 능력과 자질, 국적, 성별 등을 한 눈에 보여주는 도표다. 작성자는 기업으로 주주와 투자자는 BSM을 통해 이사회 구성의 적정성을 판단할 수 있다. BSM 공시 여부로 이사회의 투명성과 주주친화성을, 그리고 BSM 내용(구성 항목 등)으로 이사회의 전문성과 방향을 읽어낼 수 있다.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BSM 공시가 확산하는 가운데 국내에도 이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속속 늘고 있다. THE CFO가 각 기업의 BSM 공시 여부와 내용 등을 종합 분석해본다.
카카오뱅크는 BSM(Board Skills Matrix·이사회 역량 지표)을 2023년 처음으로 공시했다. 국내 최대 인터넷전문은행이라지만 출범이 채 7년이 되지 않았고 BSM 자체가 국내선 2022년쯤 돼서야 확산됐기 때문이다. 아직 BSM으론 단편적인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답게 금융과 IT기술을 겸비한 융합형 인재를 높이 평가하는 만큼 이사진들 역시 복수의 역량을 지닌 인물들이 눈에 띈다.

미국 최대 인터넷전문은행 찰스슈압(Charles Schwab)의 경우 BSM 평가가 자리잡았으며 이사회 구성에 대한 정보가 구체적으로 공시되고 있다. 카카오뱅크를 비롯한 국내 은행들의 경우 금융 지표 하나만을 두고 있는데 반해, 찰스슈압은 금융 지표를 비롯해 은행업·자산관리·브로커리지·IB 등으로 항목을 세분화했다. 이 밖에 이사들의 성별?인종까지 보여줘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찰스슈압, 금융 항목→은행·자산관리·브로커리지/IB 역량로 세분화

찰스슈압은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인터넷전문은행으로 꼽힌다. 모회사인 증권사 고객을 기반으로 계좌 수를 늘려 현재 관리하는 고객 자산 규모는 8조5000억 달러(약 1경2000조 원)에 이른다. 미국 은행 가운데 일곱 번째로 큰 규모다. 작년 순이익은 50억6700만달러(6조9418억원)에 육박한다.

찰스슈압은 주식, 채권, 상품선물, 옵션, 외환 등 다양한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투자 및 컨설팅과 투자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재다능한 기업이다. 이에 따라 이사진에 역시 다양한 역량과 풍부한 경험을 요구하고 있다. 찰스슈압 지배구조 가이던스에 따르면 효과적인 서비스를 위해 이사회는 자격을 갖춘 이사들로 구성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찰스슈압의 BSM은 항목이 17개나 된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5개, KB금융지주는 7개 정도에 불과하고 미국 최대 은행으로 꼽히는 JP모건체이스 역시 BSM 항목을 10개 정도로 두고 있다.

구체적으로 찰스슈압의 BSM 항목은 △Public Company Executive Experience(상장사 경영 경험) △Public Company Board Experience(상장사 이사회 경험) △Financial Services(금융업) △Banking(은행업) △Asset Management(자산관리) △Brokerage/Investment Banking(브로커리지/IB) △Strategic Planning(전략기획) △Finance(재무) △Business Operations(경영) △Information Technology/Cybersecurity(정보기술/사이버보안) △Marketing(마케팅) △Regulatory(규제) △Accounting(회계) △Risk Management(리스크관리) △Government Service(정부서비스) △International Business(글로벌사업) △Academia(학계) △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ESG) 등이다.

국내 은행들의 경우 이사들의 금융 관련 역량을 ‘금융’ 하나로 묶어 평가하는데 찰스슈압의 경우 이를 세분화해 금융업·은행·자산관리·브로커리지/IB로 나눴다. 다양한 금융업을 영위하는 만큼 경영진의 비즈니스를 평가·감독하려면 각 사업에 전문지식을 보유하고 있는 이사진이 있어야 한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찰스슈압은 다양한 역량에 있어 빈틈없는 이사진 풀을 구성하고 있다. 특히 주요 사업들마다 관련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이사들을 8~10명씩 둬 이사회 전체의 전문성을 높였다.


이 밖에 찰스슈압의 BSM에선 이사 재임기간과 나이, 인종, 성별을 공시한 점도 눈에 띈다.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장치다.

17명의 이사 가운데 사외이사가 13명, 사내이사가 4명인데 사외이사 중에서도 장기근속한 이사들이 꽤 많다. 10년 이상 찰스슈압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인물들은 총 8명, 이 가운데 사외이사만 6명이다. 남은 2명은 창립자인 찰스 R. 슈압(Charles R. Schwab) 회장과 16년째 CEO를 맡고 있는 월터 W. 베팅거 2세(Walter W. Bettinger II) 공동회장 등이다. 사외이사가 오랜 기간 재임할 경우 독립성은 다소 떨어질 수 있으나 전문성은 높아진다.

이사회 내 여성 비율도 상당히 높다. 30%가량으로 국내 은행들의 경우 여성 사외이사를 1명 정도를 두는 것과 상반된다. 인종에 대해선 백인이 82%로 압도적으로 높다.

◇카카오뱅크 융합형 역량 강조…법률 역량 빈틈 엿보여

카카오뱅크는 출범 이후 6~7명의 사외이사를 유지해오다 작년부터 사외이사 5인 체제로 가고 있다. 여기에 윤호영 대표와 김광옥 부사장이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최근 들어 권대열 비상무이사까지 카카오뱅크 이사회에 합류했다.


이사회 멤버 수는 은행권 평균 수준으로 한 명의 이사가 BSM 상 여러 역량을 보유 중이다. 예를 들어 김호영 대표의 경우 카카오뱅크 BSM 상에서 금융, 경제/경영, IT 역량을 두루 갖춘 것으로 평가됐다. 그는 과거 다음커뮤니케이션 부사장과 카카오 모바일뱅크 TF장을 지냈다는 점에서 금융회사와 정보기술(IT) 회사를 두루 경험한 금융-IT 융합 전문가로 불린다.

올 3월 주주총회에서 새로 선임된 김부은 SGI서울보증보험 운영지원총괄 전무는 금융 및 리스크관리에 전문성을 지녔다. 전임 성삼재 사외이사를 비롯해 카카오뱅크는 서울보증보험 출신 인사 한 명씩을 사외이사로 두고 있다. 서울보증보험은 카카오뱅크가 은행업 인가를 받기 전인 준비법인 출범 당시부터 출자를 통해 주주로 활동해온 곳 중 하나다.

김륜희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술경영학부 부교수는 경제/경영,재무/회계, IT 역량을 보유했다. 김륜희 이사는 카카오뱅크가 높이 평가하는 융합형 인재다. 카카오뱅크는 김륜희 부교수를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하면서 "카카오뱅크가 혁신 금융 서비스로 시장을 선도하는 과정에서 기술과 경영의 융합적인 관점에서 유용한 조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특히 김륜희 사외이사는 이은경 전 사외이사에 이은 여성 사외이사로 카카오뱅크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을 제고시켰다.

올 들어 권대열 카카오 CA협의체 ESG위원장의 카카오뱅크 이사회 합류로 이사회의 ESG/소비자보호 역량이 높아진 점도 눈에 띈다. 그는 조선일보를 나와 2018년 9월 카카오에 합류한 인물이다. 카카오 커뮤니케이션실장과 ER실(대외협력실)장, CDR(기업디지털책임)랩장을 거쳐 카카오 정책센터장을 맡았다. 대외 커뮤니케이션 역량과 ESG 부문에서 전문성을 보유한 인물이다.

다만 최근 카카오뱅크의 BSM 변화를 보면 법률/규제 역량에 빈틈이 엿보인다. 이은경 법무법인 산지 대표가 올 3월 카카오뱅크 사외이사에서 퇴임하고나서부터다. 진웅섭 사외이사가 현재 법무법인 광장 고문을 맡고 있어 카카오뱅크 BSM상에서 법률/규제 역량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됐지만 엄밀히 경제 관료 출신 금융 전문가로 분류된다. 그는 행정고시 28회로 공직 생활을 시작한 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금융위원회 대변인, 자본시장국장, 금융정보분석원 원장,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 금융감독원 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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