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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랜드 작년 이사회 유일한 '반대' 낸 김준걸 노동이사

2년 전 노동이사 선임…취임 이후 해마다 이사회 '반대' 의견 내

김지효 기자  2024-10-15 08:2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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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는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기타비상무이사 등 여러 사람이 모여 기업의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기구다. 이들은 그간 쌓아온 커리어와 성향, 전문분야, 이사회에 입성한 경로 등이 사람마다 각기 다르다. 선진국에선 이런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을 건강한 이사회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이사회 구성원들은 누구이며 어떤 분야의 전문성을 갖고 어떤 성향을 지녔을까. 이사회 멤버를 다양한 측면에서 개별적으로 들여다 본다.
강원랜드 이사회에는 일반 기업에서는 보기 드문 이사가 있다. 바로 노동이사다. 강원랜드는 법개정에 발맞춰 2년 전 시장형 공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노동이사제를 도입했다.

노동이사제에 대한 의견은 여전히 분분하다. 하지만 적어도 강원랜드 이사회에서는 유일한 '반대표'를 던지면서 이사회의 논의를 풍성하게 만드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강원랜드 ‘첫 노동이사’ 김준걸, 이사회 참여 이후 2년 연속 ‘반대’ 의견

김준걸 노동이사는 2021년부터 현재까지 강원랜드 사회공헌재단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2014년 강원랜드 카지노고객팀 차장, 2014년 강원랜드 노동조합 사무국장 등을 역임했다.

그가 강원랜드 이사회에 합류한 건 2022년 12월이다. 김 이사는 강원랜드의 첫 노동이사로 이사회 일원이 됐다. 현재 강원랜드의 유일한 기타비상무이사다. 임기는 2년으로 올해 12월까지다. 강원랜드는 김 이사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며 "노동자 대표역할인 노동조합 사무국장 역임 경험을 통해 당사 노사관계의 가교역할을 적극 수행할 수 있는 노동이사 적임자라 판단돼 추천했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는 지난해 강원랜드 이사회에서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냈다. 강원랜드는 지난해 총 9번의 이사회를 개최했다. 이사회에 참석한 13명의 구성원 중 유일한 반대표였다.

그가 반대 의견을 낸 안건은 지난해 6월 205차 이사회에서 논의된 ‘그랜드호텔 메인타워 및 마운틴콘도 기존동 환경개선공사 추진 계획’과 관련해서다.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회사 측은 호텔 및 콘도 객실의 노후화에 따른 환경 개선공사 계획을 승인받고자 했다. 하지만 김 이사는 ‘복합리조트로서 경쟁력 확보를 위해 마스터플랜 수립 하에 추진 필요하다'라며 반대 의견을 냈다. 김 이사만 반대해 안건은 의결됐으나 일부 사항이 수정됐다.

김 이사는 2022년 12월 임기를 시작한 직후 처음으로 참석한 200차 이사회에서도 일부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정부의 혁신가이드라인에 따라 조직 운영 효율화, 현장 중심의 책임경영 등을 위해 직제를 개편하는 방안이 안건으로 상정됐다. 1실 1단을 줄여 1부사장 4본부 16실 2센터 구성으로 운영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해당 개편을 통해 강원랜드 총정원은 3686명에서 3605명으로 81명 감소가 예상됐다.

이에 김 이사는 ‘회사의 내부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정부정책 이행을 이유로 정원을 감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하지만 이 안건은 다른 이사들에게는 모두 찬성표를 얻으며 원안대로 의결됐다.

◇공기업 노동이사제 도입 3년차, 의견은 여전히 '분분'

강원랜드는 시장형 공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노동이사제를 도입했다. 시장형 공기업은 자산규모가 2조원 이상이고 총 수입액 중 자체수입액이 85% 이상인 공기업을 말한다.

노동이사제는 기업의 이사회에 근로자 대표가 참여해 기업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제도다. 기업 운영의 핵심인 이사회에 노동자가 직접 목소리를 반영한다는 취지다. 2022년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공기업, 공공기관은 3년 이상 재직한 소속 근로자 중 근로자 대표 추천이나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받은 근로자 1명은 비상임노동이사로 임명해야 한다.

법개정을 통해 노동이사제가 공기업 등에 도입된 지 올해로 3년차지만 노동이사제 도입에 대한 의견은 여전히 분분하다. 찬성 측에서는 노동이사제가 주주 외 이해관계자들의 이익 보호, 노동이사의 감시자 및 조언자 역할, 정보 교환 등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한다.

반대편에서는 노동자 측의 이익 추구가 주주 이익에 반할 수 있다는 우려와 노동이사의 경영 전문성 미흡, 노동조합과 상충 가능성 등을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이에 국내에서는 공기업, 공공기관을 제외하고는 이를 도입한 기업을 찾아보기 어렵다.

강원랜드는 노동이사제 이외에도 공공기관 특성상 정부 정책, 설립 취지 등을 반영해 이사회를 꾸리고 있다. 이에 이사회 구성이 사기업에서는 보기 어려운 규모를 갖추고 있다. 강원랜드의 이사회는 현재 13명으로 구성돼있다. 상임이사 3명과 사외이사 9명, 기타비상무이사 1명 등이다. 강원랜드의 설립 취지에 따라 지역사회 인사들이 대거 이사진에 포함된 영향이다. 현재도 강원랜드는 태백·정선·삼척·영월 등 폐광지역 관계자들이 이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강원랜드 자산총액 3조원의 100배 수준인 삼성전자 이사회는 10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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