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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재무 점검

코레일, 수익성·안정성 관통하는 핵심의제 '운임 현실화'

차입 이자비용 보전방안 거론, 박영숙 재무경영실장 "정책 결부되는 사안…종합검토 필요"

박동우 기자  2024-05-28 16:02:00

편집자주

공기업의 수익 악화, 부채 증가는 정부의 잠재적인 재정 부담 요소다. 손실이 누적됐을 땐 이를 보전하기 위해 결국 공기업의 대주주인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공기업들은 각자 재무 위험 요인을 파악해 정부의 재정 부담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재무 관리 방안을 수립해 두고 있다. THE CFO는 주요 공기업들의 재무 현안과 이를 풀어갈 인물 등을 살펴본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수익성과 재무안정성을 관통하는 핵심 의제로 '운임 현실화'가 부상하고 있다. 13년째 동결된 철도요금을 물가 상승 수준에 맞춰 인상하자는 아이디어다. 차입금에 대한 이자비용이 4000억원에 육박하는 만큼 이를 보전하는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국민 교통복지에 기여하는 공적 책무와 인플레이션 자극 우려를 감안하면 철도요금 인상 의제에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자금 조달, 회계 등을 책임지는 박영숙 코레일 재무경영실장은 "운임 현실화는 정책과 결부되는 사안"이라며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을 아꼈다.

◇13년째 간선요금 동결, 물가상승률 연동 필요성 대두

현재 코레일 경영진이 풀어야 할 최대 과제는 '철도요금 인상'이다. 지난해 8월에 수립된 5개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서는 정책 건의사항으로 운임 현실화가 거론됐다. 2011년에 4.9% 올린 이래 간선여객 요금이 계속 동결된 만큼 물가상승률과 연동해 조정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철도요금 상향 조정에 관심을 쏟는 건 재무부담을 완화하는데 기여하는 방안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작년 11월에 한문희 코레일 사장이 "금융부채에 대한 이자까지 감당할 정도가 되려면 약간의 운임 인상이 필요하다"고 발언한 취지와도 맞닿아 있다. 2023년 말 연결기준으로 이자비용은 3722억원이다. 저금리 국면이던 2020년 말 2980억원과 견줘보면 24.9%(742억원) 늘어난 금액이다.

이자비용 증가세는 차입금 확대와 궤를 같이했다. 2020년 말 총차입금이 12조1367억원이었으나 지난해 말에는 15조1028억원으로 집계됐다. 3년새 24.4%(2조9661억원) 많아진 규모다. 다만 코레일은 정부가 출자한 공기업이라는 이점을 활용해 장기 공사채를 발행하는데 주력했다. 2023년 말 전체 차입잔액 가운데 상환 만기가 1년을 초과하는 금액 비중이 88.8%(13조4171억원)다.


코레일이 차입을 지속하는 건 노후된 철도차량 교체, 철로·역사 등 시설 유지보수에 따른 자금 소요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2027년까지 4년 동안 4조9110억원을 투자하는 방침을 정한 만큼 앞으로도 자금 집행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신규 철도차량 구매, 역사 개량과 같은 철도안전 분야에 2조1516억원을 투입하는 등의 내용이 골자다.

여객 운송과 물자 수송 등 본업을 수행하면서 현금을 제대로 창출하기 어려운 여건도 영향을 끼쳤다. 철도 운임 인상에 제약을 받는데다 전철 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력 에너지 비용 부담이 가중을 받는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2019년 이래 영업손실과 순손실이 5년 연속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방증한다.


◇단기간 인상 관철 어려워, 다른 자구책 병행

운임 현실화를 정책 건의사항 전면에 내걸었지만 단기간에 관철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물가 불안이 해소되지 않는 국면에서 자칫 철도 여객요금을 올렸다가 시장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시민들의 교통편의와 공공복리 증진에 일조하는 특수한 성격까지 고려하면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코레일은 정책당국 반응을 살피면서 다른 자구책을 병행하고 있다. 공사채 발행을 통해 차환을 이어가는 동시에 부동산 사업을 통한 중장기 유동성 확보를 모색하는 중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조성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역세권 개발을 진척해 사내 현금 유입을 촉진하면서 240%에 가까운 부채비율을 2027년까지 160% 아래로 낮추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 코레일에서 회계와 조달 업무 등을 총괄하는 조직은 재무경영실로 기획조정본부 산하에 편제됐다. 재무경영실에는 △재무회계처 △자금물자처 △상생계약처가 포진해 있다. 재무회계처는 결산, 세무, 원가관리를 수행한다. 자금물자처가 차입, 신용평가 대응, 현금출납 업무를 수행하고 상생계약처는 기술용역, 물품구매 같은 계약사무를 책임진다.


재무경영실을 이끄는 인물은 박영숙 실장이다. 박 실장은 △재무회계팀장 △재무회계처장 △경영감사처장 등을 거쳐 2019년 코레일의 첫 여성 감사실장으로 임명됐다. 재무경영실장으로 부임한 시점은 지난해 12월이다. 박 실장과 호흡을 맞추는 이민철 기획조정본부장 역시 같은 시기에 취임했는데 재무경영실장, 광주전남본부장, 부산경남본부장 등의 직책을 역임했다.

박영숙 재무경영실장은 더벨과 전화통화에서 "운임 현실화는 정책과 결부되는 사안"이라며 "재무경영실은 회계, 자금 조달 등에 초점을 맞춘 조직인 만큼 상위 기구인 기획조정본부 차원에서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리금 상환과 철도차량 교체 등 자금 소요를 감안해 올해 2조4000억원 규모 공사채를 발행하는 목표를 수립했다"며 "국토교통부에서 승인을 받으면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예정으로 자사는 재무건전성 확립 노력을 다각도로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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