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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 거버넌스 이슈 점검

"CIO 연봉 3억 불과", 박한 보상·짧은 임기 한계 명확

②최장 3년 임기에 역량 발휘 제한, 퇴직 이후 취업제한도 3년

김지효 기자  2024-05-22 13:57:33

편집자주

국내 사모투자펀드(PEF) 제도 도입 이후 20년이 흘렀다. 국내 연기금·공제회들은 그사이 든든한 LP풀을 구축해 국내 GP들의 성장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인구구조의 변화로 연기금·공제회들의 성숙도가 높아지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벨이 연기금·공제회의 글로벌 경쟁력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목된 거버넌스 이슈를 짚어보며 개선 방안을 살펴본다.
국내 연기금·공제회가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로는 ‘맨파워’가 꼽힌다. 하지만 연기금·공제회의 현재 거버넌스 하에서는 능력 있는 인재들을 이끌 현실적인 요인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고질적인 문제로 박한 연봉 체계와 기금운용을 이끄는 최고투자책임자(CIO)의 짧은 임기가 지목된다. 일반 금융기관에 비해 절반 수준인 연봉과 최장 3년 수준에 그치는 짧은 임기 탓에 충분히 능력을 발휘하기 전에 기관을 떠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퇴직 이후에 적용 받는 3년의 취업제한도 인력 확보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다.

◇국내 증권사 대비 연봉 절반 수준, "CIO는 명예직"

1000조원을 굴리는 국민연금 CIO의 연봉은 3억원 수준이다. 성과급을 최대로 받아도 4억원을 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1894억달러(약 244조원)를 운용하는 한국투자공사(KIC) CIO의 연봉도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파악된다.

두 기관의 상황은 나은 편이다. 대부분의 연기금·공제회 경우 CIO의 연봉은 2억원 안팎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된다. 기본급과 성과급을 모두 더한 수준이다. 일부 기관의 경우 실제 성과와 관계없이 성과급을 받기 어려운 구조로 임금체계가 잡혀있어 사실상 1억원 중반대로 설정된 기본급만 받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글로벌 연기금 CIO의 경우 30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다. 국내만 보더라도 증권사, 자산운용사 임원들이 5억원 이상을 받는 사례는 흔하다. 성과에 따라 수십억원을 연봉으로 받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지난해 증권사 자기자본 상위 10곳 임직원들의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3600만원이었다. 수십조를 굴리는 국내 연기금·공제회 CIO들의 보상 수준이 국내 증권사 임직원 평균 연봉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셈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연기금·공제회 운용역들의 이탈이 가속화하자 직원들의 보수가 상대적으로 상향되면서 CIO와 같은 임원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커지고 있다. 연기금·공제회 CIO가 사실상 ‘명예직’이라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오는 이유다.

전직 한 CIO는 “국내 연기금·공제회의 경우 대부분 정부부처 산하에 있어 인건비 통제를 받기 때문에 연봉 체계가 굉장히 보수적”이라며 “공공기관이라는 성격으로 본다면 오히려 연봉이 높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임기 '2+1년' 불과, “글로벌 네트워크·신뢰 쌓기 어려워”

임기도 지나치게 짧다는 지적이다. 국내 연기금·공제회 CIO 임기는 대부분 기본 2년이다. 국민연금·사학연금·공무원연금·노란우산·경찰공제회 등이 이에 속한다. 실적 평가에 따라 1년 단위로 계약을 연장할 수 있다. 행정공제회와 군인공제회는 임기가 3년이다. 행정공제회의 경우 한 차례 연장을 통해 3년을 더 할 수 있다. 군인공제회도 1년을 연장할 수 있다.


연장 횟수에 한계는 없지만 대부분 재계약은 1회에 그친다. 간혹 2회 연장을 통해 4년을 재직하거나 행정공제회의 경우 한 차례 연장을 통해 6년을 재직한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흔치 않다. 글로벌 연기금의 경우 5년 이상 재직하는 CIO가 대부분이다. 국내 증권사, 자산운용사의 경우에도 임원들이 좋은 성과를 냈을 때는 연임이 가능하다.

연장이 쉽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연장에는 그간의 투자 성과보다는 정치적 외풍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정권 교체와 맞물려 전 정권이 임명한 이사장이 교체되고 이 과정에서 CIO의 임기도 영향을 받는다는 설명이다.

짧은 임기는 CIO들이 충분히 투자 역량을 발휘하기 어렵게 만든다. 조직 장악력도 떨어진다. 익명을 요청한 한 업계 관계자는 “1년 정도 조직에 적응하고 나면 성과를 낼 시간이 1년 정도밖에 남지 않는다”며 “운용역들도 곧 떠날 사람의 말을 듣기보다 향후 감사 등 안위를 걱정하며 보수적으로 투자를 집행하는 분위기가 깔려있어 이를 설득해 끌고 가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업계에 오래 몸담은 한 관계자는 “글로벌 투자 기관들을 만나면 한국 담당자는 매번 바뀌어 일을 함께하기 어렵다는 얘기를 한다”며 “잦은 인력 교체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쌓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신뢰를 얻기도 쉽지가 않다”고 말했다.

◇퇴직 후 3년 취업제한… 기관 간 형평성 문제도

임기를 마친 이후 적용되는 취업제한도 맨파워를 갖추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일부 연기금, 공제회의 경우 등기임원으로 CIO를 채용한다. 대표적으로 국민연금이 이에 해당한다. 국민연금 기금본부장은 국민연금공단 기금이사를 겸하는 등기임원이다. 등기임원은 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에 관한 공직자윤리법 제17조에 따라 퇴직일로부터 3년간 취업심사 대상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 군인공제회, 행정공제회, 경찰공제회, 교직원공제회 CIO도 취업제한을 받는다.

이는 투자 기관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이 같은 취업제한 규정이 과도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직 한 CIO는 "약 2년의 임기를 마무리 한 이후 3년 동안 ‘백수’가 되어야 하는 기간을 감안하면 재직기간 받는 연봉은 사실상 5년치 연봉인 셈"이라며 "연봉도 박한데 취업제한까지 걸려있는 자리는 지원을 꺼리게 된다"고 말했다.

기관 간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사학연금, 노란우산, 공무원연금의 경우 임원이 아닌 계약직 직원으로 CIO를 채용해 취업제한을 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이들 기관에서 재직한 CIO는 바로 사기업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도 가능하다.

익명을 요청한 업계 관계자는 “취업제한과 관련해 헌법 소원도 가능하다는 변호사의 조언을 받기도 했다”며 “하지만 평판 리스크와 긴 시간이 소요되는 특성상 당장 수혜를 입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마음을 접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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