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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사태 그후, PE 생태계 점검

'리스크 분산 추구' LP들, 블라인드 펀드 선호는 숙명

③라임·새마을 사태 무관 '비중 증가'…일부 프로젝트 엑시트 난항에 기피 '뚜렷'

남준우 기자  2024-08-16 13:39:54

편집자주

라임사태가 터지고 금융당국은 '자본시장법 하위규정 개정안'을 통해 사태를 해결하고자 했다. 이후 국내 PEF 시장 생태계는 큰 변혁기를 맞았다. 자금을 수혈받을 수 있는 출자자(LP) 풀이 축소됐다. 특히 업력이 짧은 중소형 하우스들은 각기 생존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더벨에서 라임사태 3년 차에 접어든 지금, 국내 PEF 시장의 현황과 각양각색의 생존 전략을 살펴본다.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은 '라임사태 방지법(자본시장법 하위규정 개정안)'과 새마을금고 사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프로젝트 펀드 시장이 급격히 축소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에 대해 국내 출자자(LP)들은 사뭇 다른 반응을 보였다.

라임 사태 등이 영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프로젝트 펀드에서 블라인드 펀드로의 중심축 이동은 숙명이라는 입장이다. LP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리스크 분산과 관리가 용이한 블라인드 펀드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최근 프로젝트 펀드에 투자한 몇몇 LP들이 엑시트에 난항을 겪으면서, 블라인드 펀드 선호 현상은 더욱 짙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행정공제회, 150개 넘는 펀드 대부분이 블라인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2년까지 국내 시장에서 프로젝트 펀드 비중은 꾸준하게 증가했다. 프로젝트 펀드 비중 추이는 △2018년 74.2%, △2019년 73.3% △2020년 77.1% △2021년 78.9% △2022년 82.3% 등으로 지속적으로 늘었다.

다만 2021년 10월 라임사태 방지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됨과 동시에 새마을금고 PEF 비리 사태가 발생하면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아직 금융감독원에서 2022년 이후 자료를 발표하지 않아 정확한 데이터를 알 수는 없다. 다만 신규 프로젝트 펀드 개설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아르게스PE가 CJ푸드빌에 1000억원을 투자한 정도가 눈에 띄는 규모다.

대부분의 PEF 운용역들은 새마을금고 비리사태와 더불어 라임사태 방지법 이후 프로젝트 펀드 시장이 크게 꺾였다고 전언했다. 기관전용 사모펀드로 분류되면서 PEF에 투자할 수 있는 투자자 범위가 눈에 띄게 줄었다는 점이 근거다. 금융회사와 연기금, 공제회, 주권상장법인만이 투자할 수 있게 법이 개정됐다.

하지만 프로젝트 펀드 비중 감소가 자본시장이 발전해 감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일부 LP들은 2015~2016년도 이후부터 꾸준히 블라인드 펀드 비중을 높여오면서 리스크 관리를 진행해오고 있었다.

실례로 행정공제회의 경우 현재 약 150개가 넘는 펀드를 운용 중인데, 블라인드 펀드 비중이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이후 프로젝트 펀드 비중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었다는 평가다. 이외에 대다수의 공제회와 연기금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티메프·폴라리스쉬핑' 프로젝트 투입 LP들, 엑시트 난항


LP 입장에서 블라인드 펀드를 선호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프로젝트 펀드는 투자처가 정해지면 펀드가 결성되어 바로 집행이 이뤄진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한 건에 집중적인 투자이다보니 투자 대상에 대한 엑시트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

반면 블라인드 펀드는 투자 기간이 5~7년으로 상대적으로 길지만, 다양한 대상에 투자를 집행하는 만큼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확실하다. LP가 GP 풀을 관리하기에도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최근 어려워진 시장 환경 속에서 블라인드 펀드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의 전략 자산만 담는 투자를 진행하기에는 현 시장 상황이 리스크가 너무 커져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프로젝트 펀드 엑시트에 난항을 겪고 있는 LP들이 등장하면서 프로젝트 펀드 기피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NH PE-이니어스 컨소시엄을 통해 폴라리스쉬핑에 투자한 행정공제회의 경우, 최근 신규 투자자로 주목받던 SG PE가 펀드레이징에 난항을 겪으면서 엑시트 시기가 점점 늦어지고 있다.

최근 시장을 떠들석하게 한 티메프 사태 역시 마찬가지다. PEF가 결성한 프로젝트 펀드로 큐텐과 관계사(큐익스프레스, 티몬·위메프 연관 지분)에 출자한 LP들의 걱정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불확실성이 너무 높다보니, 회생 목적의 투자금도 투입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LP 관계자는 "라임사태 방지법, 새마을금고 사태 등 최근 여러 일들이 있었지만 이전부터 전체적인 흐름이 프로젝트 펀드에서 블라인드 펀드로 넘어가고 있던 추세였다"며 "리스크와 GP 풀을 관리하기 위한 차원에서 LP들이 블라인드 펀드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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