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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사태 그후, PE 생태계 점검

LP들의 높아진 출자 눈높이, '코인베 펀드' 수요 커진다

④'신뢰 구축' GP에 공동투자 형태로 지원…국민연금 등 관련 출자사업 시행

남준우 기자  2024-08-19 15:18:53

편집자주

라임사태가 터지고 금융당국은 '자본시장법 하위규정 개정안'을 통해 사태를 해결하고자 했다. 이후 국내 PEF 시장 생태계는 큰 변혁기를 맞았다. 자금을 수혈받을 수 있는 출자자(LP) 풀이 축소됐다. 특히 업력이 짧은 중소형 하우스들은 각기 생존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더벨에서 라임사태 3년 차에 접어든 지금, 국내 PEF 시장의 현황과 각양각색의 생존 전략을 살펴본다.
'라임사태 방지법(자본시장법 하위규정 개정안)'과 새마을금고 사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프로젝트 펀드 자금 모집이 힘들어졌다. 이에 운용사(GP)들은 코인베스트먼트 펀드(공동투자 펀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시장에 여러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상황 속에서 출자자(LP)들의 코인베 펀드 수요가 증가한 것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최근 LP들은 기존에 신뢰관계가 두터운 GP들의 투자에 집중하고자 한다. 국민연금, 우정사업본부 등 국내 대형 LP들을 시작으로 몇몇 코인베 펀드 출자사업도 진행되고 있다.

◇제이앤PE, 코인베 펀드로 솔브레인네트워크 투자 눈길

제이앤프라이빗에쿼티(제이앤PE)는 지난 6월 전기차 배터리 소재 생산 기업인 솔브레인그룹의 미국 자회사 투자를 완료했다. 솔브레인홀딩스 100% 자회사인 솔브레인네트워크가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RCPS) 1500억원을 전액 인수하는 투자였다.

제이앤PE는 특수목적법인(SPC)인 '솔라홀딩스'를 세워 해당 CB를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1700억원 상당의 1호 블라인드펀드 재원 150억원을 활용했다. 문제는 나머지 1350억원을 조달하는 것이었다. 인수금융을 활용하기에는 금액이나 금리 부분에서 부담이 컸다.

1호 블라인드 펀드에 출자했던 LP들이 도움을 줬다. 코인베 펀드의 일종으로 여러 LP들이 공동출자하는 매칭펀드(Matching Fund) 형식이었다. 제이앤PE의 1호 블라인드 펀드에는 새마을금고중앙회, 한국교직원공제회, 신한은행, 기업은행, 대구은행 등 다수의 국내 연기금과 공제회, 금융사가 참여했다.

최근 이와 같은 코인베 펀드에 대한 기관투자자들의 수요가 커지고 있다. 코인베 펀드는 한 운용사가 운용하고 있는 펀드가 이미 투자하기로 결정한 기업에 다른 투자자들도 함께 진입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성된 펀드를 의미한다. FOFs(Fund of funds)의 일종이다. 투자에 참여하는 LP는 일반적으로 해당 GP의 기존 고객인 경우가 많다.

장점이 뚜렷하다. 다른 출자자의 투자 결정으로 이미 한 차례 GP의 리스크 관리 능력이 검증된다. 출자자 입장에서 투자 부담이 줄어든다는 특징이 있다. 더불어 의사결정 과정도 프로젝트 펀드에 투자하는 것보다 신속하게 이뤄진다.

◇코인베 출자사업 허들 'GP 커밋', 점점 낮아지는 추세


국내에서도 대형 LP들을 기점으로 다양한 코인베펀드 출자사업이 시행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2017년을 시작으로 두 차례에 걸쳐 코인베펀드 출자사업을 시행했다. 2017년에는 신영증권·SK증권 컨소시엄과 대신PE를 선정해 총 4000억원을, 2021년에는 KB자산운용과 SKS PE를 선정해 총 6000억원을 출자했다.

대신PE의 경우 해당 출자를 바탕으로 '대신코인베스트먼트2017'을 결성했는데 눈에 띄는 성과를 기록했다. 한화시스템(옛 한화S&C), 해양·서라벌도시가스, PI첨단소재, 콘텐트리중앙, 솔루스첨단소재, CJ올리브영, 앱실론, 현대LNG해운 등에 투자를 진행했다. 엑시트를 끝낸 한화시스템과 해양·서라벌도시가스의 경우 내부수익률(IRR) 11%를 기록했다.

2019년 우정사업본부로부터 2000억원을 출자받은 NH PE도 당시 해당 건을 기반으로 1조원의 드라이파우더를 확보했다. 최근 4조7000억원 상당의 4호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한 한앤컴퍼니 역시 2000억원은 코인베 펀드 형태로 결성했다.

코로나19와 고금리 등 불확실한 시장 환경을 지나오면서 LP들의 선호도가 안정성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평가다. 코인베 펀드가 국내 시장에서 활성화되면서 LP들이 설정하는 GP에 대한 허들 역시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국민연금의 경우 2017년에는 운용사 의무출자비율(GP Commitment)을 '출자약정금 총액의 20%'로 다소 높게 설정했다. 다만 2021년에는 운용사 의무출자비율을 '출자약정금 총액의 2% 이상'으로 대폭 낮췄다. 더 다양한 운용사들이 참전할 수 있도록 해준 셈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최근 LP들은 GP들이 만드는 프로젝트 펀드에 직접 참여하는 것보다는 FoF(Fund of Fund)의 일종인 코인베 펀드 형태로 참여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라며 "한번 신뢰 관계를 형성한 GP와 관계를 이어나가며 안정적인 투자를 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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